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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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 분야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 않지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교회에서 만나는 청년들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똑똑하다. 비록 SKY를 나오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고, 인생의 비전도 분명하다. 그런데 취업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때론 내가 대기업, 혹은 견실한 중소 기업의 사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만약 내가 그런 위치에 있다면 혹시 이들 중에 최소한 몇명이라도 구제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계산 때문이다.

 

  얼마 전에 6개월 단기 인턴을 시작한 녀석이 있다. 나름대로 괜찮은 학교를 나왔고, 성품도 좋다. 교회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책임감도 있고, 동생들도 잘 챙긴다.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요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외국어도 괜찮은 수준이다. 작년에 토익시험을 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걸로 봐서는, 그리고 교회 일을 하면서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으로 봐서는 실력도 괜찮다. 그런데 취업이 안된다. 이력서를 넣으면 죄다 떨어진다.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고 서류 전형에서 거의 떨어진다. "제가 너무 착실하게 교회만 다녔나봐요. 이력서에 적을 인턴 경력이 하나도 없어요." 씁쓸하게 이야기하는 그 녀석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스타벅스가서 커피 한 잔 사주고, 이야기 들어 주고, "기도할께!" 딱 한마디 했다. 재작년에는 아픈 구석을 찔렀더니 갑자기 펑펑울던 녀석이 이젠 울 힘도 없는지 "괜찮아요!" 한 마디 한다. 부모님들도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서류 전형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묻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6개월 단기 인턴십을 시작했다. 고디바와 바디 앤 배스 상품을 수입하는 회사란다. 처음 3개월은 매장에서, 나중 3개월은 본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를 한단다. 한번 놀러가겠다는 말을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주에 다녀왔다. 내가 생각에는 그 일을 하기에는 그 녀석이 가진 스펙이 차고 넘치기에 안쓰러웠다. 고작 이런 일을 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나 생각했는데, 그 녀석 표정이 많이 좋아보인다. "정사원은 생각도 안해요. 6개월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말을 하는데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씁쓸했다. 그 녀석이 내려준 커피 한잔 마시는데 그 커피가 그 날다라 더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해맑은 표정으로 했던 그 녀석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단 이 녀석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청년들과 함께 지낸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비슷한 녀석들을 많이 봤다. 그 녀석들의 반응도 동일하다. 도대체 저 녀석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힘든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왠지 미안해 진다. 그들보다 채 스무살도 더 살지 않은 나이지만 내가 그 녀석들을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그런다.

 

  작년 "절망의 나라 행복한 젊은이들"이라는 책을 봤다. 그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미래에는 나아질 희망이 없기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자신을 세뇌시키는 젊은이들의 현실이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의 내용은 더 씁쓸하다. 누구나 무업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지금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히키코모리 시절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눈을 뜨고 갈 곳이 생겼다는 것 이런 말들이 내 마음에 비수처럼 와서 박혔다.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청년 실업이 문제라고 외치는데, 도대체 정치권들은 기성 세대들은 이 청년들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은수미 의원이 필리버스터의 마지막에 했던 청년의 연관 검색어가 글자수 세기라는 말이 현실인데 도대체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고 있는가? "보이스 비 앰비셔스!" 젠장이다.

 

  무업 상태를 맞아, 절망으로, 자기 비하로 치닫고 있는 청년들에게 도대체 이 사회에서 해 주는 일이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네가 실력이 없으니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실력을 갖추라고 한다. 누가 말했냐고? 이지성이다. 그 날 이후 청년들에게 쓰레기라고 이지성 책 읽지 말라고 기회가 오면 말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해봐서 아는데 눈이 높으니 눈을 낮추라고 한다. 누가 말했는지 아는가? 위대하신 MB각하시다. 어떤 사람들은 아프니까 청춘이고, 흔들려야 성장한다고 한다. 누군지 충분히 감이 올 것이다. 이 시대 청년들의 멘토라고 일컬어지는 김난도이다. 왜 아파야만 청춘이고, 흔들려야만 성장하는가? 어떤 사람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108배를 하고 나면 괜찮아진다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다. 누구냐고? 법륜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말하는 혜민도 같은 부류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청년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누구냐고? 박근혜 대통령이시다. 그런데 한번 쓰고 버리는 사석으로 취급한다. "이준석, 손수조" 이미 쓰고 버린 돌이다. "조은비?" 이번에 쓰고 버릴 돌이다. 청년 문제에 대해 대변한다는 사람이 청년 실업 문제도, 노동 문제도 알지 못한다. 오로지 얼짱이라는 말만 한다. 셀카로 도배한다.

 

  청년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 청년 문제를 청년들에게 돌린다. 그리고 요즘 것들은 배가 불렀다, 문제다, 싸가지가 없다, 근성이 없다라는 말로 그들을 싸잡아 비난한다. 자신들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을 생각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취업하지 못하고 빌빌대는 것, 그리고 이 때문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 이것들이 그들의 죄는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책임을 추궁하려면 이 문제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청년팔이를 하면서 이익을 얻는 자신들에게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에서 무업 사회가 문제란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일들을 하지만 아직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사회의 흐름을 만들어 가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 한다. 그런데 난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일본이 부럽다. 그나마도 어디인가? 양복을 마련해 주고, 컴퓨터를 가르쳐 주고,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정직원까지 채용되도록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그런 시스템이 마냥 부럽다. 한국이라면 어떻겠는가? 양복이 없어서 면접을 못본다? 그럼 아르바이트 해서 양복을 사라고 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라고 하겠지. 그러면서 양복은 고가의 양복을 사는 것이 좋고, 코디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말하겠지?

 

  제발 그들의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처진 그들의 어깨에 무책임한 놈, 배부른 놈이라는 편견과 무거운 짐을 더 짊어지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커피 한잔 사주고 같이 울어 줄 눈꼽만큼의 동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그런 것이 그들의 죄가 아니지 않은가?

비전: 모든 청년이 사회에 소속되어 `일하기` 및 `일을 계속하기`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
미션: 청년과 사회의 연결(299p)

매일 갈 곳이 생긴 것,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무 마음이 편했습니다.(274p)

`일`을 하는 고생은 히키코모리 시절의 고생에 비하면 정말 별 게 아니죠.(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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