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8 - 합종연횡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8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국시대의 중심축은 누가 뭐래도 진(秦: 중원의 晉이 조,한,위로 분열되었기 때문에 향후 진은 秦을 말한다)이다. 소련이 붕괴하고 한동안 미국이 세계의 넘버 원이었던 상황과 비슷하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제나 초와 같은 강대국들도, 조위한과 같은 준강대국들도, 연과 송같은 약소국들도 진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자국의 미래 기울기도 하고 성하기도 하며 국제 정세의 판도가 복잡하게 되기 때문에 진과의 외교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냉철하게 접근하는 현군이 있는가 하면, 감정과 욕심에 충실한 암군도 있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일까? 외교에 대한 전문가 집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주자가 우리가 잘아는 소진과 장의다. 소진은 진을 배제하고 6국이 동맹을 맺는 합종을, 장의는 개별 국가가 진과 1대1로 동맹을 맺는 연횡을 주장했다. 소진은 진에 대한 6국의 두려움을 기반으로 합종을 성사시켰으며, 장의는 각국이 가지는 욕망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합종을 깨고 연횡을 성사시켰다. 결과적으로는 장의의 연회이 합종을 깨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이는 연횡이 합종보다 우위에 선 정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외교정책적으로 본다면 합종이 연횡보다는 완성도가 높다고 하겠다. 다만 합종이 너무 개별 국가의 이익에 대한 부분을 감안하지 않았고, 냉철하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음모와 사기, 적절한 음험함으로 무장한 장의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전국 시대는 결국 압도적인 무력과 시황제라는 냉혹한 군주의 결합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진에 의해서 종말을 고하고, 중국은 진이라는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다. 그러나 진이 중국을 통일한 것이 결코 압도적인 무력과 냉혹한 군주와 법령 때문만은 아니다. 장의와 그 뒤를 잇는 외교가들의 치열한 암투와 그곳에서의 승리가 뒷받침 해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장의의 연횡책이 소진의 합종책을 깨뜨리지 못했다면 진이 함곡관 밖으로 나와 중원을 도모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설령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1-2백년은 더 전국 시대가 유지된 다음에나 가능하지 않았을까?

 

  흔히 우리는 합종연횡이라는 말은 두고 자기 욕심에 기반하여 정당들이 이합집산을 반복할 때 사용한다. 그렇지만 합종연횡은 이런 단순한 차원의 개념이 아니다. 욕망과 두려움, 자국의 안보라는 복잡한 셈법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열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단국가는, 매일 육자회담을 운운해야 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이 복잡한 셈법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이산화가스를 연구하신(?) 공대 출신이시라서인지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그분에게 외교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합종, 연횡? 이명박 대통령처럼 사기이긴 하지만 자원외교라는 그럴듯한 말이라도 하든지. 이도저도 아니다. 오죽하면 언론들이 대통령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를 연일 보도하면서, 패션외교하는 말을 하고 있겠는가? 외교에 패션이 무엇이 중요한가?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이 장의의 혀와 같다는 말인가? 장의처럼 아무리 맞아도 혀만 무사하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패션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생각하고 있으신 것인지? 대통령은 영부인과는 다르다. 과거 영부인을 대신하여 외국 사절을 대접한 경험을 가지고 그것이 외교의 전부하고 생각한다면 그는 외교 점수는 빵점이다.

 

  아무리 언론이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할지라도 내용이 없으면 한계가 드러난다. 요즘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무리한 F-35 기종 선전으로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유럽을 물먹였다. THAAD 배치를 언급하면서 미국과 맞장뜨려고 하는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의 열병식 참석을 통해 영원한 우방, 혈맹이라고 보수집단들이 믿고 있는 미국을 자극했다. 그뿐이랴 대북정책은 정책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무슨 진도 아니고 그렇게 여러 나라와 트러블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전국 시대 진도 두 세 나라만 연합해도 급히 사과하고 전쟁을 멈추곤 했는데, 무슨 깡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도 그냥 하는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북한을 자극한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이 평범한 나라들이 아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순서대로 세계 군사력 1,2,3위 국가), 일본(9위, 사실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된다), 북한(36위, 참고로 한국은 7위인데 어떻게 그렇게 매일 진다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이다. 게다가 세 나라는 핵 보유국이고,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을 만들 수 있는 나라라고 하고, 북한은 미국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했다. 이렇게 한발만 잘못 내디디면 전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그정도까지 아니더라고, 최소한 한반도는 초토화될 수 있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 갈지자 횡보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외교정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한심스러울 뿐이다. 속이고, 사기를 치라는 말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유연한 사고 방식이 필요한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을 제외한 각국의 나라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맞추어 합조연횡을 하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나라를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할 것인가? 진의 입장에서 초나 위, 한을 압박하는 정책은 절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는 진의 위치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이 쳐줘야 조, 위, 한이다. 내 포지션과 상대방의 포지션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계를 맺는 것 이것이 외교의 기본이고, 우리나라 정부에게 가장 절실한 덕목이다. 갈지자 횡보는 염상섭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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