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말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새누리 당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다는 것, 종종 말 때문에 실수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노조에 대해서 말을 하면서 큰 실수를 했다. 콜트 악기와 자회사인 콜텍을 막가파 쇠파이프 노동 조합의 대명사로 지정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이름을 거론하면서 말을 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게 콜트와 콜텍이어서는 안된다는데 있다. 항상 대기업만 상대하시던 분이라서 중소 기업에 대해서 잘 모르셨나 보다. 그러니 보수적인 쪽에서도 콜트와 콜텍은 노동자들을 막대하기로 악명높은 기업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렇게 큰 실수를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의 말을 가만히 복기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실수하셨나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인은 자기 부고 기사 외에는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김무성의 이 한마디는 그를 언론의 중심에 데려다 놓았다. 진보쪽에서는 김무성의 막말을 보수쪽에서는 김무성의 지지율을 이야기하면서 김무성을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들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그 입을 다물라면서 했던 집회는 일의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콜트와 콜텍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왜 집회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는 "저 못된 놈들이 공격하는 김무성"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만약 김무성이 이 부분까지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면 확실히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몇 수 앞서는 사람일 것이다.

 

  지난 번 메르스도 그렇고, 암살을 본 후에 외쳤던 말도 그렇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면서 외쳤던 말도 그렇고, "쇠파이프 노조가 없었다면 3만불 시대를 맞이했을 것"이라는 말도  그렇고 한가지의 일관된 포지션이 존재한다. 그가 철저하게 점쟁이의 말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쟁이 말투의 특징이 무엇인가? 이러헤 해석해도 좋고 저렇게 해석해도 좋은 애매모호한 말을 던진다는 것이며,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던진다는 것이다. 그의 강성발언들은 진보진영에 있는 이들을 위해서 던지는 말이 아니다. 기꺼이 그의 말을 듣고 동의하는 사람들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이다. 좌빨, 귀족노조 등등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세훈처럼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는다. 보수층에 자신이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어필하고, 진보쪽 인사들에게는 자신이 얼마나 존재감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안하무인격의 말투, 몰상식적인 말투를 통하여 진보쪽을 자극한다. 이런 자극에 민노총이 제대로 넘어갔다. 그 결과 김무성은 지금 보수를 대변하다가 좌빨 민노총의 모욕을 받는 희생양이라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맘에 안들었다면, 그의 말이 몰상식했다면 노조에서도 냉정하게 대처해야하지 않았을까? 새누리당 당사 앞에 가서 그의 사진에 계란 던지고, 투쟁을 외치는 것은 오히려 그를 도와주는 일이 되지 않았을까?

 

  정치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 대중의 인기에 민감하다. 그렇지만 정치인은 대중들을 인기만 의식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대중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어필할 수도 있어야 한다. 대중이 싫어할지라도 그 일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과 끊임없이 설득하려고 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정치인이 오래 간다. 그리고 이런 정치인이 존경을 받고,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은 대중의 인기만 너무 의식한다. 마치 점쟁이처럼 대중들을 현혹해서, 그들이 듣고 싶은 말만 해서 권력이라는 복채를 받아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나중에 어찌되었든 간에 듣기 좋은 말들을 남발한다. 대중들의 마음에 드는 말만 한다. 일단 점을 보고, 굿을 하고 나면 환불이 되지 않는 것처럼 대통령이 되고 나면, 권력을 잡고 나면 안지켜도 되니 말이다. 이번 정권은 그들에게 이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가르쳐 주었다.

 

  모르긴 해도 앞으로도 김무성은 몰상식하다라는 생각의 발언들을 이어갈 것이다. 다만 그 몰상식이 진보쪽을 공격하는 쪽으로만 발동될 것이다. 일베를 향하여 몰상식한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를 향한 몰상식한 발언을 통하여 보수를 결집하고, 애국 마케팅을 통하여 중도층을 포섭할 것이며, 선거 즈음에 진보쪽 아젠다를 한두개 정도 말해서 물타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각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면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얻으려 들 것이다.

 

  다만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대통령을 MB혹은 쥐박이라고 부르고 박근혜 대통령을 닭그네라고 부르듯이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MS라고 부르지 않을까? 작고 부드러운 남자! 이것이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얻게 될 명칭이 아닐까 싶다.

 

  정치인들이 분명히 기억했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점쟁이가 아니다. 온갖 좋은 말을 하고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심이 부족하다면서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떠넘기는 점쟁이가 아님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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