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아버지와 아들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 몇 주 무리를 해서인지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자고 약속해 놓고 잠시만 눈을 붙인다는 것이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다. 아이들이 와서 "아빠 놀아줘"를 간절히 외쳐도 몸이 일어나지 않는다. 억지로 일어났지만 아이들과 돌아줄 힘이 없어서 다시 잠이 들었다. 아직도 몸 상태가 회복이 되지 않았지만 아내가 여간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집에서 매일 피곤하다며 방다닥과 친구 삼아 지내는 내가 맘에 안들었던 것이다. 언젠가 아빠가 아들과 몸으로 잘 놀아줘야 아이 인성 발달에 좋다고 말은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아이들하고 기껏 놀아주는 것이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전부다.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아내에게는 정말 변명일 뿐이다.

 

  내 신세를 한탄하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자녀와 부모의 관계 특별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중요함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이 책은 조선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했던 부자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의 이유에 대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간 아들, 아버지와는 정 반대되는 길을 간 아들, 아버지의 의심을 받아서 요절한 아들, 아버지 때문에 평생을 의지한 스승과 갈라선 아들 등 주제 자체는 꽤나 흥미롭다. 이성계와 이방원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살펴보았기 때문에 이 책도 꽤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주제가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상당히 평이하다. 내가 평이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내용이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깊이 파고 든 것이 아니라 표면적인 내용을 서술하는데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인조와 소현세자의 내용을 보면 인조와 소현세자가 갈라지게 된 원인을 청에 의해서 아버지는 조선에 아들은 청나라에 있었기 때문이고, 여기에 더하여 소현세자가 행실을 잘못하였고, 인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소현세자를 참소하여 갈라지게 되었으며 이때문에 인조는 소현세자가 죽었을 때에 그렇게 큰 슬픔을 내비치지 않았다고 기록한다. 강빈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죽임을 당했고, 소현세자의 아들들이 죽게 되었다고 기록한다. 조선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리가 없는 내용들이다. 굳이 이 책을 사서 읽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대체로 역사덕후일 것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마치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듯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서술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족일 뿐이다. 소현세자라는 소설책만도 못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도 이렇게 평이하게 기록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분명하다. 다만 이 영향력이  아버지의 교우관계, 정치적인 입장 등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들에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자세하게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이 책에서도 이 내용을 다루지만 지나가는 말로 표면적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부자 관계가 빠져있다. 조선을 뒤흔들었다고 한다면 송시열에 관한 내용보다는 이성계와 이방원, 이방원과 양녕과 충녕, 영조와 사도세자, 사도세자와 정조, 대원군과 고종을 빼놓고 서술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허협과 허균보다는 이러한 부자 관계에 대해서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주제에 맞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내용을 찾아보려는 의도는 좋았다만 자세하거나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없다면 이렇게 평이하게 끝나버릴 것이라는 점은 몰랐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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