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제국 가야 - 잊혀진 왕국 가야의 실체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가야라는 이름에서 무엇을 떠올리는가? 연맹체? 김유신? 신라?

 

  사실 우리는 가야라는 나라가 존재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나라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건국되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가야라는 나라 자체가 신라에 멸당당하고 흡수된지 오래고 중앙 집권 국가로 성장하지 못하여, 기록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철을 정련하는 기술이 뛰어났고, 중앙 집권체로 성장하지 못하여 신라에 의하여 합병되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마저도 김유신이라는 걸출한 가야계 인물이 없었다면 알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가야라는 나라에 대해서 여러가지 상상과 비약으로 그 공간들을 채울 수 밖에 없다. 모 드라마에서 이야기하던 가야계 사람들의 결사체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왕망의 후예에 의한 가야의 건설 이야기까지 가야는 좀처럼 그 실체를 유추할 수 없는 카더라는 이야기들이 넘치는 고대국가다. 물론 카더라는 유추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한다면 모르겠지만 그 근거가 빈약하면 그것은 역사적인 추론이 아니라 역사 소설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역사적인 근거와 거기에 기반한 그럴듯한 이야기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어느 것을 선별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가야가 왕망의 후예에 의해서 건국되었다는 이야기라든지, 일본의 야마대국 여왕 히미코가 김수로의 딸이라고 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재야 사학자 가운데 그러한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듣고는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 학설일텐데 이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건대 저자는 이쪽 학풍을 이어 받은 것 같다. 아마도 흉노족의 역사와 일본의 역사를 한국의 고대사로 받아들이려고 시도하는 사학자들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우리 고대사를 좋게 포장하려고 해도 그 근거가 희박해서야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환단고기가 생각이 난다. 아직 역사적인 판단 기준이 서 있지 않던 그 시절에(물론 지금이라고 역사적인 판간 기준이 명확하게 서 있다고 할 수 없는 역사 덕후이지만) 읽어도 환단고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세상의 모든 민족이 한민족에서 시작되었다는 투의 이야기, 기독교의 하나님 여호와가 사실은 여와가 전해진 것이라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이렇게 황당무계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환단고기에 근거해서 단군의 계보를 이야기한다든지, 우리 민족은 대단한 민족이었다는 투로 말하는 것은 역사적인 자기 위안을 넘어 자기 기만일 뿐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던 시기에 같이 읽었던 책이 가락국의 후예들이다. 이 책은 가락국의 성씨들의 역사를 추적하는 가문의 역사에 관련된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같이 읽었기 때문에 철의 제국 가야에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을 선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혹 이 책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가락국의 후예들이라는 책도 같이 읽기를 권한다.

 

  역사는 자기 위안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부끄럽고 힘든 역사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성찰해야 한다. 역사를 통하여 우리나라는 이렇게 대단한 조상들을 두고 있다는 식의 민족 사관은 우리 나라의 역사를 축소하는 식민사관만큼이나 위험하다. 다만 식민 사관만을 가르치는 현재의 교육은 꽤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을 모두 가르치고 비교하는 과정 속에서 역사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꽤나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아쉬움에 방점을 찍을지 재미에 방점을 찍을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나는 재미에 방점을 찍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잠시 쉬어가는 책으로 읽기에는 이만한 책도 없을 것 같다. 이런 연구들이 축적이 되어서 언젠가는 가야사에 대해서 조선사나 고려사만큼이나 저서들이 축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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