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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그의 시대 ㅣ 이덕일의 역사특강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혹시 알고 있는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다. 청년들의 현 주소가 어떤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88만원 세대라는 말도 있다.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이라는 말도 있다.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은 백수)이라는 말도 예전 말이고 요즘은 이구백(이십대의 90%는 백수)이라는도 이젠 시절이 지난 말이다. 이 외에도 토익 폐인을 나타내는 토폐인, 사회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유턴족,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듯이 어렵게 취업한 학생을 나타내는 낙바생, 부모의 등골을 뺀다는 등골탑에, 청년의 태반이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라는 청년실신 등 인터넷에서 약간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청년들의 열악한 현실을 나타내는 말들이 줄줄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 통계로 볼 때에도 최근에 14년 만에 청년 실업율이 최악을 기록했다고 한다. 10.9%란다. 청년 100명 중 11명은 백수라는 뜻이다. 게다가 대학 졸업생 10명 중 4명이 백수라고 한다. 실업율을 어떻게 통계내는지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아는 사람들은 웃기시네라면서 썩소를 한번 날려 줄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청년 실업 시대에 어떤 이들은 청년들이 배가 불렀다고 한다. 우리 때는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들었다 일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했다는 말을 하면서 훈계를 한다. 대표적으로 전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눈 높이를 낮추어서 직장을 잡으면 될 문제라고 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구구절절 이야기한다. 현 대통령이 해 본것이 너무 없어서 문제라면 전 대통령은 해본 것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왜 짱돌을 들지 않는가라면서 청년개새끼론을 들먹인다. 어떤 이들은 아프지 괜찮아 원래 젊은은 아픈거야라면서 책 장사에 몰두한다. 모두다 청년들의 현실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이 잘났다는 말을 하면서 청년들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꼰대짓을 열심히 한다. 나는 그나마 곤대짓도 할만한 위인이 안되어서 그냥 답답한 마음에 안스러워 할 뿐이다.
책의 리뷰에 왜 이렇게 암울한 청년 실업 이야기를 꺼내는가? 청도전과 그의 시대 가운데 이덕일씨가 끊임없이 지적했던 부분들이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덕일씨가 청년 실업을 이야기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가 했던 논의에서 토지에 관한 문제를 청년 실업의 문제라는 말로 바꾸어 버려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덕일씨는 정도전의 시대를 토지 문제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고려 말기를 지나면서 우리가 국사책에서 배웠듯이 한토지의 주인이 3~4명이나 되고, 권문 세가들은 토지의 경계를 산천으로 삼고 있었다. 권력이 있는 자들은 자기의 땅을 한뼘 더 늘리기 위하여 애를 썼고, 이 과정 속에서 가난한 자영농들은 몰락하여 노비가 되는 방법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군인들에게 봉급으로 내어줄 토지가 없으니 국방이 문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세금을 납부할 자영농이 없으니 국가 재정이 파탄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 해결 방법은 하나 뿐이다. 왜곡된 토지 소유를 바로 잡는 것! 그렇지만 당시 권력층의 주류들은 왜곡된 토지를 바로 잡는 것을 결사 반대했다. 문제가 있다고 느낀 일부 권력층들도 토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건드리기 보다는 약간만 수정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청년 개새끼론을 외치는 이들이나, 괜찮아 아픈만큼 성숙하는 거야라면서 위하는 척하는 이들이 모두 문제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고 청년들에게 뽕을 놔주는 것처럼, 그들 모두 토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현상 유지로 일관했다.
토지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한 정도전은 이성계와 손을 잡고 이 문제를 손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도전은 꼼짝도 하지 않는 고려의 왕권을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립하게 된다. 태종 이방원에 의하여 많이 왜곡되었지만 이덕일씨는 이렇게 왜곡된 부분들을 하나식 벗겨내면서 토지 문제를 통한 사회 개혁이라는 관점으로 정도전을 재해석하고 있다.
이덕일씨의 책이 재미있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토지 문제를 청년 실업 문제로, 비정규직 문제로, 세월호법 문제로 치환하여도 그의 결론은 꽤나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무릇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백성들이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근본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면 그 체제는 머지않아 몰락하게 될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 왔고, 그렇게 흘러왔다. 우리 사회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가 치르게 될 대가들이 너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고려의 근간이 토지이듯이, 다음 세대의 근간은 청년이다. 그들을 착취해서, 비정규직으로 내 몰아서 이득을 취한다 한들 그것이 이 사회를 얼마나 유지시켜 나가겠는가? 청년 실업자와 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도 시원찮을 판에 50대 정규직 8000명을 자르면 청년 백수를 2만명 넘게 고용할 수 있다는 수치를 내세우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