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 훈!

 

  난 그를 꽤나 좋아한다.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좋고, 슬픈 노랫말이 좋고, 거침없이 딴따라라 자신을 밝히는 모습이 좋다. 그의 콘서트 기획 능력이 좋고, 그래서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언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대한 태권브이를 설치했을 때 그가 정말 좋았다. 쉽게 말해 가수 김장훈이 좋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그가 다른 의미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삶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시절을 겪었지만, 그래서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고 살았지만 그 낙인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불우한 시절을 밑거름 삼아서, 자신과 같은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가 좋아졌다. 어렵게 목회하는 그의 어머니의 목회를 돕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돈을 털어 넣는 모습이 좋았다.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이지만 그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이 좋았다.

 

  사재를 털어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광고를 내는 모습도 좋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게 하는 모습이 좋았다. 싸이와의 관계 때문에 비난을 받으면서 아파하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좋았고, 힘든 결정이지만 훌훌 털어버리는 모습이 좋았다. 또한 세월호 사건 앞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잘 해보겠다 말하지 않고 유가족들과 함께 아픔을 겪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단원고 아이들을 찾아가 피자와 치킨을 사주는 모습도 좋았고, 세월호 희생자의 유해를 찾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다 감당하는 잠수부들을 찾아가서 격려하는 모습도 좋았다. 죽은 아이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그 아이가 생전에 노래 부르던 거위의 꿈을 같이 부르는 모습도 좋았다. 처음에는 김장훈 목소리가 왜 그렇지? 그동안 너무 많이 쉬었나 생각했지만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 내가 듣기에도 그 아이와 같은 톤으로 화음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을텐데 기꺼이 그 일을 감당하는 모습이 좋았다. 더군다나 가수가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되어서 그 아이의 노래를 서포트 해주는 모습은 내게 큰 감동이었다. 함께 모인 유가족들 앞에서 "축복합니다"라는 노래를 울먹이며 부르는 모습은 나도 울게 만들 정도로 좋았다.

 

  그러다가 어느 신문 기사를 보게 되었다. 김장훈이 단식을 시작하면서 여러 신문이 인터뷰를 했지만 뉴스엔조이와 했던 인터뷰 기사는 나로 하여금 그가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뉴스엔조이는 기독교 계열의 진보 신문이다. 굳이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다른 신문들처럼 손가락질 받을 이유도 없고, 그가 인터뷰를 한다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 수도 있는 신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 많은 인터뷰를 해서 인터뷰를 고사하려다가 기독교 신문이라는 말에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가 했던 많은 말들이 있지만 가장 마지막에 그가 했던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7280)

 

"교회가 세상 속에 뛰어들어서 치열하게 잘 살아가며, 세상을 더 빛나고 아름답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기독교인이라고 말은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독교인입니까."

 

  왜 교회가 가만히 있는가라는 그의 말은 계속 내 맘을 후벼판다. 날 부끄럽게 만든다. 믿는대로 살자고, 그것이 한국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할 모습이라고 생각하던 내게 그의 말 한마디는 날 자꾸 부끄럽게 만든다. 난 뭐했지? 이런 생각이 내 맘을 계속 아프게 한다.

 

  믿는 대로 산다는 것, 우는 자들과 함께 운다는 것이 얼마나 쉬우면서도 힘든 일인지 뻔히 알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 아직은 아니야라면서 애써 외면하던 나를 광화문으로 돌려 세운다. 그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운전을 하면서도 굳이 광화문 앞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만져 주시기를, 내가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물론 아직도 난 단신 캠프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만간 7살, 6살 짜리 아이들과 그곳을 찾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들을 잊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김장훈!

 

  그가 있어 다행이다. 예수의 정신으로 사는 그가 있어 다행이다. 최소한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울고 있는 그가 있어서 다행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김장훈 때문에 작은 위로나마 받을 것 같기에 다행이다. 다만 그가 있는 그 자리에 그가 아닌 다른 이가 없는 것이 마음 아플 뿐이다. 아니다. 내가 없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오늘 따라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이 자꾸 입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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