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한 녀석으로부터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교회에서 가르치던 녀석인데 꾸준하게 책을 사주면서 신경을 썼더니 고맙다고 문화상품권을 준 것이다. 나는 문화상품권이 생기면 거의 책을 구매하는데 사용하는데 아마 이 녀석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받자 마자 책을 샀는데 교회 청년이 준 문화상품권을 가지고 구매한 책이 혜민스님의 책과 법륜스님의 책이다. 내가 불교에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작년 중반기에 혜민스님과 법륜스님의 책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기였기 때문에 구매했을 뿐이다.

 

  특히 스님의 주례사는 꼭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구매를 했다. 스님이 주례사를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 주례사에 관한 책을 많은 알라디너 분들이 읽고 리뷰를 작성했기 때문에 호기심 반, 호의 반으로 구매를 했다. 처음 읽어 나가면서 꽤나 공감을 했던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어느 부분에 가서 탁 하고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마지막까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마도 종교적인 부분이 가장 큰 것 같고, 다음으로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의 차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서 덕을 보려고 하지 마라, 오히려 자신이 상대방에게 덕을 끼치기 위해서 노력해라, 서로 양보하고, 수행하는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내용과 많은 부분이 통하기 때문이었고, 결혼에 대해서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많은 청년들이 나에게 묻는다. "누구와 연애를 해야하고, 결혼을 해야하나요?" 그러면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녀석들에게 말한다. "네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마음이 편한 사람이야. 네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다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와 같은 사람이 결혼하기에 가장 좋은 사람이야." 내가 아내와 결혼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한참 집안 일로 어렵고 힘들 때 아내를 만났고, 결혼까지 이어졌다. 초등학교 동창이었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었고, 내 모든 연애사를 다 알고 있었지만 아내도 나와 만나는 것이 편했는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티격태격하기는 했지만 만 6년을 살아오면서 싸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다투었던 적은 없었다. 아내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내가 조심하고,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아내가 조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결혼이란 서로 양보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이다.

 

  그런데 법륜스님의 책을 읽어가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수행해라, 참선을 하고, 상대를 생각하면서 절을 하면 지금 가지고 있는 미움들이 사라질 것이고 문제가 해결될 방법이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가장 조심스럽고도 아직도 고민하는 부분들이 기도에 관한 부분인데, 바로 이 부분이다. 기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기도하면 지금 문제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들이다. 기도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부분은 단순하게 기도하면 내 안에 있는 모든 감정들이 해소된다는 문제는 아닐것인데 108배를 하고, 천배를 하면 된다는 식의 처방은 마치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하다.

 

  게다가 법륜스님이 주로 권하는 대상이 남성이 아닌 여성인 것이 문제이다. 어떤 분들은 그분이 남성 우월주의적인 사고를 깔고 그런 답들을 내 놓는다고 비판하지만 나마저 그렇게 미판하고 싶지는 않다. 내 생각에 그분이 그렇게 말한 것은 주로 가정의 문제를 야기하는 사람들이 확율적으로 남성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며, 그분이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제 넘게 법륜스님에게 그건 이상이고, 현실은 다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주저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밖에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좋은 생각이라고 해도 그것을 현실에 적용시키는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갈등이 있다. 상대방을 사랑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미워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 복잡한 사람의 마음인데 칼로 자르듯이 그렇게 해결책을 내 놓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결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이것이다 저것이다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명쾌하게 결혼에 대한 해답을 주는 이 책은 현실을 잘 모르고 이상적인 이야기들만 늘어 놓는 것이라 생각이 들 수밖에...

 

  책의 많은 부분들이 마음 속에 간직할만한 말이고, 삶에서 기억해야할 말이지만(그래서 별점을 세개 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명쾌하게 해결책을 찾는다면 4주후에 봅시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는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길지 않은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결혼생활을 통하여 내가 얻은 결론은 살아보면 살아볼수록 어렵더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결혼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다면, 혹은 주례사를 부탁한다면 가능하면 사양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사준 녀석에게 한 마디 결혼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면 "행복해라. 그러기 위해서 많이 양보해라. 혼자 사는 것과 둘이 사는 것은 다르다."라는 말이다. 비록 가슴 뛰는 연애 감정은 사라져 버릴지 모르지만 결혼은 가슴뛰는 감정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 유지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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