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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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은 약사에게 OO은 OO에게"

 

  요즘 들어 많이 보는 카피 문구다. 일에 대한 전문성을 나타내는 카피인데 과거에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다소 정치적인 표어를 사용했었고, 요즘은 모 구직 사이트에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하고 있다.

 

  보통 책을 읽고 나면 나름대로 그 책을 한단어로, 혹은 한마디의 문장으로 요약한다. 때론 책의 내용을 다루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 책을 읽고 받은 느낌인데, 그것이 책의 내용과 연관이 있다면 괜찮은 책으로, 연관이 없다면 뭔가 아쉬운 책으로 평가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소설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이 전문성이라는 말은 이 책이 꽤나 부실하다는 말이다. 경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소설책을 보고 내린 결론이 경제의 전문성이 아니라 글쓰기의 전문성이니 얼마나 이 책이 문학작품으로서 부실한지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간단한다. 한국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해왔던 경제 관료들 중 카르텔을 형성한 이들(이들을 모피아라 칭한다.)이 배후 조종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국가의 운명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경제의 흐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와 경제 전쟁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가진 소설이니 꽤나 기대가 될 법도 하다.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소설이 애정사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겠으나 문제는 이런 참신한 소재를 가지고 식상한 소설을 만들어 버렸다는데 있다.

 

  우석훈이라는 이름값 때문이랄까, 아니면 모피아에 대해 줄기차게 공격해 왔던 나꼽살과 홍보 효과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MB 정권의 경제 정책에 학을 뗀 사람들의 관심 때문일까? 어떤 이유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이 책은 책의 완성도에 비하여 꽤 많이 팔린 축에 속하는 책이다. 나역시도 이 책을 보면서 "우석훈이 소설을?" 이런 호기심에 책을 살까 말까 고민했었고,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는 순간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다. 영화 판권도 팔렸다는 책이라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고, 중반부까지는 그래도 흥미 진진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내 정신세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인지 환타지의 세계로 날아가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한국의 경제 정책과 환율, 페이퍼 컴퍼니, 중국과 미국의 헤게모니 다툼이 꽤나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런 현실적인 묘사를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것이 소설가로서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소설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이러한 묘사는 얼음이 녹아버리듯이 사라져 버렸고, 그 사이를 만화와 같은 억지스러움과 끼워맞춰진 해피엔딩이 대체해 버렸다. 역시나 우석훈에겐 소설이 무리구나라는 생각을 해봄과 동시에 이 책을 영화로 각색하려면 각색하는 사람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지 않고서는 만들어봐야 흥행헤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석훈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기 위하여 소설이라는 장르를 택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택했다는데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을까? 혹 우석훈은 소설이라는 장르를 그의 말과는 달리 만만하게 본 것은 아닐까? 소설에 별점 하나를 주면서도 과한 것 같아서 못내 마음이 쓸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 한번은 새로운 경험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가고 이런 실력으로 두번다시 소설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소설을 스고 싶다면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습작을 한다음에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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