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그 두 번째 이야기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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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화장실에서 자주 보는 문장이다. 그렇지만 화장실에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말이다. 바람직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잘살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나는 이 한문장의 말로 대신하고 싶다. 열심히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 남겨진 자리가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먹는 것도 웰빙, 입는 것도 웰빙, 사는 것도 웰빙! 모든 것이 웰빙이다. 웰빙이라는 말이 과연 이 뜻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웰빙이라는 단어가 오용되고 있다. 잘 살고 싶은 우리의 욕망이 웰빙이라는 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인생은 웰빙이라는 말로만 충분하지 않다. 잘 사는 것 못지 않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웰다잉"이라는 말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웰다잉이란 어려운 말이 아니다. 삶과 죽음이란 것이 둘이 아니며, 죽는다는 것이 어느날 날벼락처럼 떨어지는 재앙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해야하는 인생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것, 이것이 웰빙이다. 그래서 어느 복지 회관에서는 죽음준비학교를 시작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의 기본은 동일한다. 언젠가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노인교실팀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일흔이 넘으신 분들이다. 매일 팔다리 허리 안아픈 곳이 없다는 말을 하시면서도 왠만해서는 빠지시는 법이 없다. 그 분들이 노인 교실에 와서 하시는 일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즐겁게 노래 부르고, 특강 듣고, 각 반별로 흩어져서 영어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고 이러시다가 식사하고 돌아가신다. 그런데도 참 즐거워 하시고, 봉사하는 이들에게 감사하신다. 자기들같은 늙은이들하고 시간을 보내줘서 감사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분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그저 아깝지만은 않다. 그분들의 얼굴과 인생의 스토리들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인생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분들은 얼굴에 고집이 잔뜩 묻어있다. 인생을 그렇게 고집스레 살아오셨고, 앞으로 고집스레 사시다가 돌아가실 것이다. 아마 자손들에게 그분은 고집스러운 분으로 기억이 될 것이다. 어떤 분은 힘들고 어려운 와중에서도 항상 웃으시는 분이 있다. 아마도 그분은 앞으로도 그렇게 사시고, 웃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이분들처럼 이 세상을 떠날날이 가까이 다가오게 될텐데 그 때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한번씩이라도 더 생각하게 된다.

 

  지은이는 호스피스다. 의사로서 자기 환자가 치료받을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사의 직무를 감당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고 회의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여러 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바뀌어져 간다. 그들의 인생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자기가 옆에서 돕고 있다는 자각과 더불어,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얻게 되는 인생의 귀한 깨달음은 그로하여금 자기의 직업과 인생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그는 최선을 다해서 환자들의 마지막을 돕고 있으며 지켜보고, 보낸다. 이 과정 속에서 자기에게 큰 감동을 남기고 떠난 12명의 사람들의 마지막을 이 책에 담았다.

 

  인생의 보다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하면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혹 호스피스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자기 가족이나 친구를 지금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사족을 달자면 내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 남겨진 자리가 아름다운 자리로 기억되기를 원하고 꿈꾼다. 아내에게 좋은 남편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 기억된다면 그 또한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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