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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 ㅣ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성공한 CEO라는 포장 속에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것이고, 경제는 살아날 것이며, 서민들은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수도 없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다.(나꼼수 초반 에피소드를 듣다보면 본인의 육성으로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이 되면서 747 공약을 자신있게 내세웠던 것으로도 기억한다. 국민들도 이명박 후보가 흠이 많은 사람이지만 경제는 살려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욕쟁이 할머니가 등장했던 CF도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결과가 무엇인가? 매년 7%의 경제 성장, 1인당 4만달러 시대, 세계 7대 강국이라는 그의 정책은 5년간 합계 성장율 7%가 아니냐는 조롱을 받고 있다.
어느덧 5년이 흘러서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때가 되었다. 모든 후보들이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한다. 물론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라는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은 얼마전 김종인씨를 통해서 만천하에 공개 되었다. 시사인 265호 10페이지에 아주 멋있는 캐리커처와 함께 이에 대한 김종인씨의 발언이 기록되어 있다.(시사인을 구독하다 보니 시사인을 인용한 것뿐이니 색깔론 공세를 펼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까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를 주장했고, 문재인과 안철수는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거창하게 경제 민주화를 말하고, 재벌 개혁을 주장하지만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모두 이렇다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뜬 구름 잡는 식이다.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상정과 노회찬이 독보적이다. 다만 그들은 통진당 사태를 통해서 치명타를 맞았기 때문에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은 경제가 전부였고, 이번 대선에도 마찬가지다. 복지를 말하는데 복지라는 것도 결국은 경제 문제와 같이 가는 것이니, 이번 대선도 경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 통일 문제는 한번도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복지와 경제에 관한 말뿐이다. 내가 판단컨대 이대로라면 문재인이 가장 불리하지 않겠나 싶다. 문재인 선거 참모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그들이 왜 통일과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하면서 박근혜와 안철수가 선점한 경제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서 정신을 못차리느냐는 것이다. 이 때 통일과 안보 문제를 가지고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 문재인에게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는가?(어찌되었거나 그는 특공대 출신이 아닌가?)
이야기가 딴 길로 샜지만 경제와 복지를 말하는 이번 대선 후보들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벤치마킹해야 할 사람이 있으니 관중이다. 관중에 대한 공원국의 평가대로 그는 최초의 경제학자이자, 철저한 현실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갈공명은 자신을 "관중과 악의"에 비견한다. 관중은 최초의 경제학자로 국가를 잘 경영한 사람이요, 악의는 전쟁터에 나가서 국가의 안보를 지킨 지용을 겸비한 장수다. 행정과 군무, 즉 경제와 안보를 모두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제갈공명의 포부를 볼 수 있다.
각설하고 왜 공원국은 관중을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하는가? 제환공을 천하의 패자로 만든 관중의 힘이 어디에서 연유되었는가? 그의 현실감각이다. 관중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관중은 참으로 기회주의자요, 비겁한 사람으로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 포숙아와 같이 사업을 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거나 뒤로 물러나거나, 혹은 같이 죽지 않고 살아서 적군이었던 제환공의 신하가 되었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면 관중은 참 비루한 사람이요, 변절자로 보이지만 그의 변절과 비루함은 철저하게 현실에 그 기반을 둔다. 능력이 안되면서 체면을 차리느라 무리하지 않고, 자기를 가장 잘 써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현실적으로 판단한다. 그런 그가 내놓은 경제 정책의 핵심이 무엇인가?
백성이란 근심과 고생을 싫어하니, 나는(군주는) 그들을 즐겁게 해줘애 한다.
백성이란 가난과 비천을 싫어하니, 나는 그들을 부유하고 귀하게 해줘야 한다.
백성들이란 위험에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니, 나는 그들을 안전하게 보존해야 한다.
백성들이란 자신이 죽고 후대가 끊어지는 것을 싫어하니, 나는 그들이 수명을 누리고 후대를 잇도록 화육해야 한다.(p232)
좋은 금속(양질의 청동)으로는 검과 극을 만들어 개나 말로 예리함을 시험하고, 나쁜 금속(불순물이 많은 청동)으로는 호미 등의 농기구를 만들어 땅을 가는데 시험하십시오.(p233)
관중은 현실주의자답게 욕망을 긍정한다. 그렇다고 뉴라이트처럼 엉뚱하게 욕망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욕망을 긍정한다. 그리고 그 욕망을 위해 자본을 어떻게 투자해야할지를 판단한다. 물론 투자 판단의 기준은 긍정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가장 효율적인 것이 무엇인가이지 누구처럼 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강바닥에다 쓸어 붓는 무모한 일은 하지 않는다. 현실을 고려한 경제 정책은 이런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경제를 말하고 싶다면 현실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세워라. 버스값 70원 드립을 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판타스틱한 경제관념이 아니라, 부자되세요라면서 개인의 부정적인 욕망을 자극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욕망을 먼저 생각하라. 747 같은 탁상공론식 정책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이 무엇인지를 먼저 챙겨라. 선거철이 되면 떡볶이, 순대 한번 먹고, 시장에서 물건 한번 살 것이 아니라 촌놈의 삶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관중처럼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전셋사는 사람들의 애환을 경험해 봐라. 박세일이나 김문수처럼 택시기사라도 해봤다면 최소한 버스값 70원 드립은 치지 않았을 것이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혹은 주어가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지 말고, 얼마나 힘들게 등록금을 벌어서 대학을 다니는지, 최저 임금이 4500원 수준임을 먼저 알려고 노력해라. 최저임금 5000원 발언하면서 복지와 일자리를 이야기하고, 쌍차를 저렇게 절단내면서 전태일 다리를 찾아가는 그런 체면차리기식 정치를 내세우지 마라. 사람들이 왜 기존 정치인들에게 분노하는지 진정 모르는가?
관중의 현실 정치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하게 안다. 과도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 않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머문다. 과도하게 통제를 하려고 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방임해서도 안된다. 적절하게 균형을 맞춘 관리가 필요하다. 자기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몰라서 나 몰라라 해서도 안된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이미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면 재벌의 막강한 권력을 방임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면서 모드 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이런 통제가 재벌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국민과 언론에 대한 통제인 것이 문제다. 경제도, 정치도, 외교도 자기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라. 관중은 자신의 한계와 제나라의 한계를 냉철하게 인식했기 때문에 패자라는 새로운 정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선이다. 곳곳이 시끄럽고 네거티브 공세가 판을 친다. 경제를 말하지만, 복지를 말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 박근혜는 그네를 타면서 땅으로 내려와 현실을 직시할 생각이 없다. 그저 공기를 밟고 있다. 문재인은 문제를 제기하지만 대안이 없는 것이 문제다. 안철수는 영희의 도움으로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경제와 정치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만고만한 지지율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삼국시대를 열고 있다. 누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 관중을 통해 현실 감각을 배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