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을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조선 왕을 말하다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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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국내적으로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겹치 흔하지 않은 해이다. 또한 전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국가들의 대선이 맞물리는 묘한 시기이기도 하다. 얼마전 프랑스에서는 대선을 통하여 좌파 정권이 권력을 차지했고,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신경저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누린 것으로 부족해 새로 한번 더 누려보겠다면서 박근혜를 대선주자로 일찌감치 선정해 놓았다. 재오형은 들러리가 싫다고 대선 후보 경선에 참가하지 않았고, 그의 인생에서 아주 드문 만사올통이라는 재치있는 말을 했던 문수형은 다시 도지사로 고백하셨고, 몽준이 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닥치고 버로우하셨다. 새누리당은 스머페티와 스머프처럼 박근혜를 중심으로 모였고, 그 중심에는 백설공주를 보좌하는 일곱난장이 칠인회가 고리타분한 장막을 치고 있다. 부일장학회, 5.16과 인혁당 등 과거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 대선주자는 여전히 수첩에 정리된 내용 외에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혹자의 말마따나 묵언수행이 아닌 묵언정치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떤가? 도대체 몇 사람이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의 4강 구도가 잠시 형성되었다. 4강 구도라고 하기에는 인지도가 너무 떨어지는 정세균이야 그렇다고 치고, 김문수와는 대비되게 도지사 자리를 박차고 나선 이장에서 장관까지 김두관과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만 멋졌던 손학규를 물리치고 문재인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정이 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노무현의 남자라는 프레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리고 진실하지만 스킬이 부족한 그의 말발이 얼마나 발전하였는지는 주체크 대상이다. 고무적인 것은 서울 시장 선거에 비해서 문재인의 유머러스함과 스피치 기술이 대폭 발전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의 가장 큰 문제는 보좌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정책을 가다듬기에는 시간도 보좌관도 썩 훌륭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안철수가 있다. 그가 오늘 3시에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상식이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뛰어난 것도 없다. 그저 원칙에 입각한 상식이다. 사람들이 안철수에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식과 참신함! 그렇지만 그의 약점도 여기에 있다. 상식은 바꿔말하면 특별한 정책이 없다는 말과 통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실제 정치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콘텐츠가 없다는 식의 안철수에 대한 공격을 이 부분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에 대한 그의 생각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얼키고 설켜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정리가 되고 지금은 3강 구도로 굳어지는 추세이다. 아마도 야권 단일화라는 틀 속에서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단일화하라는 압박이 들어오겠지만 무작정 그렇게 따라서는 안된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문제이다. 어느 정도 공통 분모를 가진 상태에서 단일화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통진당을 통해서 충분히 경험했으니 말이다.

 

  정치의 계절에 누구를 찍어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에게 국정을 맡겨야할 것인가? 조선의 왕을 말하다 1권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물어본다. 이 나라의 정치인은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정치가 무엇인가?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것이다. Policy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의 polis라는 말에서 유래했듯이 대중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政治라는 말은 더 적극적인 통치의 의미를 지닌다. 政은 바르지 못한 것을 바르게 잡는다는 의미이며, 治는 물이 넘쳐서 피해를 입는데 이것을 수습하고 물을 잘 다스려 피해를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 잘못된 것을 바르게 잡고, 사람들의 생각을 잘 조율하여 적절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정치이며,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혈통? 웃기는 소리다. 이미 왕조가 무너진지 오래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정당성은 국민의 지지로부터 나온다. 박근혜를 일컬어 위대한 영도자 박정희의 딸이네, 혹은 독재자의 딸이네 운운하면서 옹호하고 공격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다. 박정희의 딸이라서 찍고, 박정희의 딸이라서 반대하는 것은 박근혜의 정당성을 혈통에 두고 그를 우리의 왕으로 모시겠다는 말인가? 학력?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후로 학력도 대통령의 정당성을 담보해 주지 못한다. 과거 권양숙 여사를 일컬어 상고중퇴가 어떻게 국모가 될 수 있는가라는 아주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진담처럼 하신 분들이 계신데 이 또한 나는 바보요 자랑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경험과 신화, 연륜이 필요한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여기에 대한 답변은 예전에 끝났다.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균형 감각이다. 끊임없이 상대편과 소통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 나는 이것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MB야 말할 것도 없고, 토론을 즐겨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막판에 균형감각을 잃고 폭주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이 사실의 단편들을 발견하게 된다. 대연정이라든지 FTA라든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참모들도 모르던 차에 갑작스럽게 발표되었다는 말은 그가 균형감각을 잃고 폭주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1권에 기록된 태종과 세조, 연산군, 광해군, 선조, 인조, 성종, 영조 8명의 임금은 성격도 정치색도 모두 다르다. 어떤 이들은 성군으로, 어떤 이들은 폭군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균형감각을 상실한 그 순간부터 폭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8명의 왕 중에서 자기에 맡겨진 역사적인 사명을 기억하고 마지막까지 비전과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던 태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왕들이 자파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서, 혹은 개인의 콤플렉스 해소를 위해서 발버둥치면서 균형감각을 상실했고, 이는 국가적인 손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성종에 대해 권력을 줍는 행운을 누릴 수는 있지만 성공한 정치가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대선주자들은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겨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균형감각을 가진 대선후보, 그리고 기꺼이 소통 하려는 열린 마음의 자세! 이것이 다른 무엇보다, 콘텐츠보다, 혈통보다, 인재풀보다 앞서는 대통령의 덕목임을 기억하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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