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 다보탑의 돌사자는 어디로 갔을까?
혜문 지음 / 작은숲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MBC에서 2006년 4월에서 2007년 7월인가까지 대략 1년을 조금 넘게 방영했던 방송 중에 느김표: 위대한 유산 74434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에 해외로 빼돌려진 문화재가 74434점이나 되는데 이것을 다시 환수하기 위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던 프로그램이다. 당시 위대한 유산 74434는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와 조선왕조 실록의 오대산 사고본을 되찾아 왔다.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는 국민 성금을 모아서 일본에서 돈을 주고 사왔으며,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은 일본으로부터 무상으로 반환을 받아 왔다. 당시 느낌표: 위대한 유산 74434와 문화재청은 온갖 폼은 다 잡아가면서 자기들이 이룩한 성과를 잘 포장했지만 정작 이 일을 위해 수고한 사람들은 배제하는 의도적인 잘못을 저질렀다.(참고로 이 일에 대한 비사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때는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는 일(반환이라고 해야하는지...)과 맞물려서 우리나라의 문화재 중에서 해외로 빼돌려진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때였다. 그래서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를 일본에서 다시 찾아 오는 일에 기꺼이 성금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느낌표: 위대한 유산 74434를 통해서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당연히 감사한 일이지만 마냥 감사할 수만은 없는 것이 제대로된 설명과 이해를 구하지 않고 애국주의적이며 감정적인 접근에 치우쳐서(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때문인 것 같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헤외 반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져버렸다는 점이다. 이 과정 속에서 문화재 환수를 위하여 많은 희생과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들의 맥이 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감상적이고 애국적인 접근을 하기에 앞서서 어떤 경로로 우리 문화재가 반출되었는지,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문화재는 어떤 경로로 해외로 반출 되었는가? 첫번째 외국의 침략을 받아서 강탈 당했다. 임진왜란이라든지 병자호란, 혹은 개화기의 외국의 침략과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는 수많은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느낌표를 통해서 환수된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라든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외규장각도서는 이렇게 외세에 빼앗긴 사례이다. 대부분의 문화재들이 이런 과정을 통하여 강제로 외국으로 빼돌려졌다. 둘째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해 뇌물로 바쳐진 케이스이다. 이런 경우는 당시 국내의 엘리트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뇌물로 외세에 자발적으로 갖다 바친 경우이다. 대표적인 예가 핸더슨 컬렉션인데 소설 꺼삐딴 리의 모티브가 되는 핸더슨 컬렉션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누구에 의해서 어떤 물건이 해외로 빼돌려졌는지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일단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하여 취하는 대부분의 노력은 국민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일이다. 국민들의 마음에 애국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켜서 공론화를 시키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복잡하게 만들기 쉽다. 한 예를 들자면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사용되었던 칼이다. 나도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일인데 명성황후를 시해했던 칼이 일본의 사찰에 보관되어 있다. 이것은 일본에게도 한국에게도 매우 껄끄러운 존재인데 그러다 보니 이 칼에 대한 처리도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다. 만약 정부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면 백이면 백 "어떻게 저 칼이 저렇게 보관되어 있단 말인가? 이것은 일본이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처사이다."라면서 애국이라는 국민적인 감정에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하건데 이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외교라인을 중심으로 다방면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조선 국왕의 갑옷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능하면 무상으로 돌려 받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돈을 주고 사오든지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것도 어렵다면 외규장각 도서의 경우처럼 장기적이며 영구적인 대여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잃어버린 문화재를 추적하는 국가적인 기관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언제까지 개인들에게, 민간 단체에게 이 막중한 임무를 맡겨둘 것인가? 이것은 국가의 직무 유기이다. 마지막으로 역사 바로 세우기가 병행되어야 한다. 해외로 잃어버린 문화재를 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자발적으로 외국에 문화재를 뇌물로 가져다 바친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들이 오늘날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다.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민족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해외로 반출시킨 이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며,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략 알려진 것만이라도 대중에게 공개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느낌표: 위대한 유산 74434와 같이 단기적이고 흥미 위주의 단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주위를 둘러 보면 빼앗긴 문화재가 참 많다. 다보탑의 돌사자도 사라져 버렸고, 미군에 의하여 조선 국왕의 옥새도 밀반출 되었으며, 가야와 신라의 토기들, 고려의 청자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외국을 떠돌고 있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것에 치여서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고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해지지 않았는가? 국가의 예산을 땅파고, 도로 건설하고, 강바닥에다 쏟아버릴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문화 유산을 되찾아 주는데 일정 부분이라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외국을 떠도는 문화재를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간송들에게 감사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문화재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가르쳐 줌에도 별점에 박한 이유는 순전히 글솜씨에 있다. 물론 이 책을 쓰신 혜문 스님이 전문적인 글쟁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책으로 출판이 되었다면 글솜씨에 대한 평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평점이 박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책에서도 곳곳에서 애국이라는 국민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글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때놓고는 중고등학생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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