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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정용재.정희상.구영식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스폰서: 1. 행사나 운동 경기, 자선 사업 따위에 기부금을 내어 후원하는 사람.
2. [방송] 전파 매체, 즉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광고주.
포털 사이트에서 스폰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위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여기에 한가지 뜻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용법이 아닌 암암리에 사용되는 은어로 "물주"를 뜻한다. 물주라는 말이 뭐가 잘못되어서 숨겨서 사용해야 하는가? 돈을 대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기 때문이다. 그것도 불법적으로 말이다. 어떤 사람은 몸, 즉 성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돈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향응을 제공받는다. 그리고 그 대가로 불법적인 일체의 행위들을 해 준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라면 이런 불법적인 커넥션을 색출해 내서 처벌해야 하지만 도저히 그럴 계제가 아니다. 그들도 스폰서를 두면서 불법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질스럽고, 화끈하게 놀았다는 사실과 덧붙여서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행위가 한심스러워서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건 뭐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견찰, 떡검, 섹검! 검찰을 조롱하는 말은 매우 다양하다.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샤넬 여검사 등 그들이 커버하는 범위도 점점 넓어진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거리낌도, 미안함도, 그렇다고 조폭만큼의 의리도 없다. 그냥 즐기면 된다, 검사니까 이정도 쯤이야, 주는걸 안받으면 병신 같은 생각을 하나 보다.
검사와 스폰서라는 책은 그동안 말로만 떠돌았던 검사에 대한 불측한 소문들이 낭설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드러내 주는 책이다. PD수첩을 통해 몇번이나 보도 되었지만 결국은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버린 검찰의 수사와 특검의 수사에 반발하여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록한 책이란다. 그래서인지 상세하게 실명을 거론하면서 검찰과의 불법적인 커넥션의 실체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까발린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온 검사들 꽤나 곤혹스럽겠다는 생각을 해봤지만 쓸데 없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실체를 까발린 사람만 나쁜 놈이 되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잊혀져 갔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것은 그가 고발한 검찰들로부터 확실한 보복을 당한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공익에 유익하다면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주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용철 변호사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도 그렇고 감히 검찰과 맞섰지만 그들은 꼼짝도 않고 괜시리 고발자들만 바보가 되었다. 계속 이런 상태에 머무른다면 검찰의 모습 또한 구태에 머물 뿐이요, 검찰 개혁은 말의 잔치가 될 뿐이다.
이 책에 대해서 평가하자면 검찰과 스폰서라는 불법적인 관행을 폭로했다는 의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시종일관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변명을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짜증이 난다. 검사들의 불법적인 행위도 왜 문제가 되는가라고 깊이있게 묻기보다는 의리없는 놈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쉽게 읽히는 것,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 기록 보관용 정도가 아니라면 구입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냥 PD수첩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으려면 제대로 묻어야지 어설프게 묻으니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제대로 묻을 자신이 없으면 제대로 파헤쳐야지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대처하니 비웃음을 사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확실하게 묻어서 차라리 몰라서 속이라도 편하게 하든지, 아니면 제대로 파헤쳐서 법의 공정함과 검찰의 자정 능력을 보여줌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든지! 개인적으로 후자였으면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