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전쟁 -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
신재식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이야기 한토막

 

  한 무신론자 교수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무신론에 대해서 강의하기 위하여 칠판에 이렇게 적었다.

 

  "God is nowhre!"

 

  그러자 한 학생이 일어나서 칠판의 문장을 이렇게 바꾸었다.

 

  "God is now here!"

 

  종교과 과학의 차이를 잘 나타내주는 이야기이다. 같은 문장을 보고 누구는 "어디에도 하나님은 없다!"고 읽는가 하면 "하나님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고 읽는다.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바라보지만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는 말이다. 같은 자연 현상을 보면서도 과학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비를 제거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종교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면보다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신비를 노래한다. 한쪽에서는 논리의 문제에 집중하는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의미의 문제에 천착한다.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고 다른 한쪽이 전적으로 그릇되었다든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의미의 문제와 논리의 문제는 기본 입장이 다른데 어느 한쪽을 완전히 제압한다는 것이 과연 말이나 되는가? 대화를 통하여 상대방을 이해하든지, 혹은 공존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과학과 종교가 관계를 맺는 방법 중에 가장 온건한 방식이 이런 방식이다.

 

  문제는 어느 한족이 다른 한쪽을 격멸해야할 바이러스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 발생한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의도하는 것처럼 과학이 종교를 박멸하려고 하던지 혹은 교과서 개정추진 위원회에서 하듯이 진화론을 필생의 원수로 대하게 되는 순간 종교는 물론이고 과학고 논리적인 자기 모순과 독선에 빠지게 된다. 과학이 종교에 반하여 독선에 빠지게 되어 과학 만능주의로 흐른다면 과학이 새로운 종교로 대두되는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 인간의 감정이나 정신 작용도 그저 호르몬에 의한 화학 반응으로 전락하게 된다. 반대로 종교가 과학에 반하여 독선으로 흐른다면 사회는 미신의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며 삶의 기반이 되는 물질문명은 한치의 발전도 하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퇴보하게 될 것이다. 과학이든 종교든 독선으로 흐르게 될 때 빅브라더가 등장하게 될 확률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과학과 종교는 적극적으로는 반목의 길을, 소극적으로는 상대방에 대해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렇지만 인간 존재와 생명까지도 과학의 소재로 삼으려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교와 과학의 대립과 갈등은 시작되었고, 점점 극단을 치닫고 있다. 과학은 종교의 신비를 미신으로, 종교는 과학을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로 공격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더 비극적인 것은 과학과 종교의 대립과 갈등이 이 페이스로 간다면 결코 끝나지 않을 neverending story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개는 인류 발전의 동력을 상당히 갉아 먹을 것임이 분명하기에 과학과 종교 양쪽 모두에게 나아가 인류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꽤 흥미로운 책이다. 종교계에 몸을 담고 있는 현직 목사와 과거 기독교인이었느나 종교인(특정 종교를 신봉하지 않고 모든 종교에 포용적인 종교성을 지닌 사람)으로 변신한 종교학자, 과거 기독교인이었으나 철저한 무신론자가 된 과학도! 목사와 종교학자와 무신론 과학도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이 책이 과연 종교에 대해서, 그리고 과학에 대해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떠한 결론을 내릴 것인가 궁금즘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들은 상대방에 대해서 인격적으로 존중하면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나눈다. 그렇지만 결론은 역시  Neverending Story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상대방의 포지션을 인정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만 온건한 방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지 그 안에 담겨진 공격의 날카로움은 간장과 막야가 울고간다. 주로 종교가 방어를 하고 과학이 공격을 취하는데 "종교는 이미 유통기한이 끝나버린 것이 아닌가, 사라져 버려야할 과거의 유산이 아닌가"라는 장대익의 공격적인 질문 앞에서 과연 이 사람들이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온건하지만 자기의 방식을 고집하기는 매한가지다. 도키스와 맥그라스의 한국판 설전 정도로 이해하면 되려나?

 

  과연 이 세사람의 대화가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대변할 수 있기나 한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사, 종교학자, 과학도라는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지적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찬성이든 반대든 모두 기독교적인 베이스를 깔고 있다. 이들의 대화가 결코 일반적인 종교인들의 생각을 대변할 수도 없고,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도 없다. 그 결과 이들의 대화가 그렇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 저기 높은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만 들려 집중하기 어렵다. 과학과 종교가 좀더 상대방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일반 대중의 곁으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그저 학문적인 토론에서 멈출 뿐이다. 그러면 여전히 종교와 과학은 Neverending Story를 이어나갈 뿐이다. 조금은 더 쉽게, 조금은 더 편안하게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관전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ps. 장대익씨는 교과서 진화론 개정 추진 위원회와 한바탕 전투를 벌이고 있다. 과거 그가 기독교인이던 시절에 적었던 글을 가지고 그의 현재 입장을 비난하는 것은 치졸한 짓이다. 그는 분명히 자기의 입장이 변화되었음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