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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합니다 - 감사와 순종의 사람 구두닦이 전도자 김정하 이야기
김정하.최미희 지음 / 청우 / 2012년 1월
평점 :
지금 행복합니다.
저자는 정말 행복할까? 왜 행복하다는 것일까?
한달전 힐링 캠프를 통하여 알게 된 김정하 목사의 책이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신앙인으로 꼽는 차인표씨가 나와서 "나는 쓰레기입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왜 저러나 싶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이 내 마음에 큰 감동이 되었다. 자기는 가진 것이 많아서 남을 도울 수 있지만 내가 멘토로 삼고 있는 김정하라는 목사님은 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남을 돕는다 했다. 궁금해서 김정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예전에 루게릭이라는 희귀병에 걸렸어도 남을 도우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던 한 목사님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그분이었다. 검색 도중 이분의 책이 한 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급히 이 책을 구매하였다. 예비군 훈련에 들어가서 읽던 중에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책은 꽤 재미가 없다. 일반적인 신앙 서적인지라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그다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전문적인 저자가 아닌지라 글솜씨도 그다지 좋지 않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형편없다고 하겠다. 일류 설교자들의 설교집이 아닌지라 읽어가는 것이 수원하지도 않고, 김정학 목사님의 부인 최미희 사모님이 거의 대부분 쓴 글인지라 신학적인, 그리고 신앙적인 깊이에서도 많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내 마음에 큰 울림이 된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을 쓴 두 사람의 삶의 내용 때문이다.
김정하 목사님은 아주 어렵게 살았다. 결혼하고 어느정도 살림이 펴진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IMF로 가진 모든 것을 잃었다. 고향으로 낙향해서도 그다지 나아진 것은 없다.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 교회에서 심방을 오는데 대접할 것이 없어서 길 가에서 호박을 하나 가져다가 죽을 쑤어 대접했다는 글은 가정 형편이 어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후 버스 카페를 운영하고 교회의 관리집사가 되어 살림살이가 아주 약간은 나아졌지만 목회의 길을 가기 위해서 이것들을 다 포기했을 때 얼마나 그 마음이 어려웠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가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그렇게도 힘든 길을 왜 가는지, 차라리 농사를 짓는 것이 낫지 않았겠는가 고민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목회를 하면서 살림 살이가 나아질리 없다. 가족들 모두 생활고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패션을 통해서 아이들을 후원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서 구두닦이를 시작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한국에 이런 목회자도 있구나 싶어서 눈물이 났다. 아들에게 용돈으로 고이 간직해 두었던 헌 옷을 줄 정도로 가난했지만 그래도 베풀 수 있음에 감사했단다. 그런데 왜 꼭 중한 병은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쉽게 생기는지.. 이름도 생소한 루게릭이라는 병에 걸렸다. 스티븐 호킹이 걸렸던 바로 그 병이다. 차라리 뇌종양이길 바랐다는 사모님의 말에 진한 아픔이 배어 있다. 이 정도면 대개 삶의 무게에 견디지 못해서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있지만, 아니 원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은 행복하단다. 지금 행복하단다.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말, 병이 일한다는 말을 통해서 지금 행복하다는 말이 가식이 아님을 깨닫게 되자 숙연해진다. 차인표가 자기 멘토라고 당당하게 밝힐 만하다.
교회에서 청년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하는 말이 지금 돕지 않는다면 평생 돕지 못한다는 말이다. 크리스천은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성공하면, 안정된 직장을 찾으면 돕겠다는 말을 한다. 그렇지만 그 말은 대부분 공수표가 된다. 많이라는 말이 참 애매한 말이기 때문이다. 진정 돕고 싶다면 많이 가지든 적게 가지든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베풂은 물질의 풍요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풍요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쫓기듯이 등떠밀려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말을 하고, 그 말마저도 지키지 않는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함과 뻔뻔함과 비교하여 김정하 목사님의 삶이 얼마나 가치있고 행복한 삶인지 알게 된다.
지금 행복합니다. 이런 나도 하나님의 일에 사용하여 주시니 행복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김정하 목사님과 최미희 사모님의 삶이 이 시대의 롤 모델이 되기를, 그리고 그런 분과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지금 돕지 않는다면 평생 도울 수 없다는 두 분이 삶으로 보여준 평범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본받고 싶다. 내가 지금 돕고 있는 아이에게 편지 한통 보내지 못했는데 이 기회에 따뜻한, 그리고 희망을 주는 편지 한통을 보내야겠다.
나도 지금 행보해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