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개오의 고백
E.K. 베일리 지음, 문지혁 옮김 / 가치창조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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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파업이 120일째 접어들고 있다. 아니다 하루가 지났으니 121일인가? 그런데도 도무지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측과 노조는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조용기 목사 일가와 노조는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어제 조용기 목사는 "아시다시피 국민일보에서 나는 아무 위치에도 있지 않다. 평안하고 덕스럽게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는데 누가 그 말을 믿을 것인가? 지금 국민일보 파업의 주역들이 조용기 목사의 부인, 큰 아들, 둘 째 아들, 사돈인데 덕스럽게 마무리 되기 바란다는 말 한마디로 때우는 것은 책임회피요,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사측의 편을 드는 편파적인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모가 여의도 순복음 교회를 다닌 관계로 어릴 때부터 국민일보를 보면서 자랐다. 기독교계에 교단 신문이 아니라 3대 일간지에 끼지는 못하지만 일간지가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런데 머리가 커지면서 사태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조용기 목사의 측근에 의해 저질러지는 방만한 경영, 부정부패, 거기에다 기독교 신문임을 자부하면서 성도들의 헌금을 쏟아부었던 국민일보에서 스포츠 투데이라는 아주 선정적인(여타 스포츠 신문보다 더 선정적인 것으로 기억한다.) 신문을 창간하고 국민일보도보다 더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황당을 넘어 배신이었다. 그후로 난 국민일보를 "궁민일보"로 본다.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아주 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의 예를 들기는 했지만 지금 기독교가 욕을 참 많이 먹는다. 욕을 많이 먹는 이유가 무엇일까? 너무 올곧기 때문에 사회와 타협하지 못해서? No!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세상과 너무 타협을 잘하기 때문이다. 타협을 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성공, 출세, 돈 때문이다. 교회가 성장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인가? 복음이 전파되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아니다. 사이즈가 커져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형 교회의 목사님들의 설교는 대부분 하나님의 이름으로 성공을 보증한다. 하나같이 예수 잘 믿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설교의 핵심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반만 맞는 말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신앙을 더 오염시킨다. 진실은 이것이다.

 

  "예수 잘 믿으면 성공한다. 그렇지만 예수를 잘 믿어도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예수 잘 믿으면 잘 산다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예수 잘 믿으면 잘 산다는 설교가 곳곳에서 선포되고, 이 설교에 혹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든다. 그렇게 대형화된 교회들이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사회를 섬기는 일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높아지고 권력을 얻기 위해 열을 올린다. 장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리고, 권력의 열매를 공유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높아지려고 나무를 기어오르는 그 순간 교회는 예수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예수를 보고 싶어서 나무에 오른 삭개오는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로부터 가장 멀어진 사람이 되었다. 예수께서 삭개오를 보시고 무엇이라 하시는가? 다른 말 하지 않으신다. "삭개오야 내려오너라" 한 마디만 하신다. 예수를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높이 올라갔지만 정작 예수는 삭개오에게 내려오라 한다. 성공하면, 부자되면, 출세하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 오늘날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에게 정작 예수는 내려오라 한 마디만 하신다.

 

  그런데 아직도 내려오라는 말을 무시하고 높이 올라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예수의 내려오라는 말에 순종하지 못하니 국민일보 파업도 120일을 넘어가는 것이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외국을 침략하는 것이고, 예수의 이름으로 국민의 대다수를 종북좌파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독재자를 위해 기도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대기업의 해도해도 너무하는 골목상권 접수 행위를 축복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오늘날 한국 교회가 삭개오처럼 내려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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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5-31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 개봉했었다네요. 그런데 당시 영화에 빠져 살았던 제가 몰랐던 정도니 거의 존재감이 없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