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 - 미술사학자 고종희와 함께 이상의 도서관 26
고종희 지음 / 한길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영국?

  왠지 칙칙하고 안개가 자욱한 것 같아서 싫다.

 

  프랑스?

  글쎄? 음식과 와인 빼고 무엇이 있을까? 베르사이유? 에펠탑? 화려하긴 하지만 왠지 실속이 없을 것 같다. 화려하긴 하지만 아기자기한 맛, 세월의 저력을과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한국의 강남같은 분위기랄까?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드라큘라의 본 고장 루마니아? 부다페스트 헝가리? 이스탄불의 터키? 파르테논 신전의 아테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신성로마제국의 로마?

 

  모두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지만 서민으로 그것도 많이 쳐줘서 서민이지 중산층 이하인 내가 모두 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짧은 시간 동안에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여행도 싫으니 딱 한 곳만 선택해서 가라면 어디를 가면 좋을까?

 

  이탈리아!

 

  파스타! 세리아A! 마피아의 조국! 로마 교황청! 아말피, 베네치아, 피렌체, 제노바! 곤돌라를 타고 산타루치아를 불러보고도 싶지만 내가 이탈리아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곳곳에 남아 있는 미술품들과 건축물, 조형물들이다. 오랜 옛날 로마 제국에 의해서 건설된 도로들, 수도들, 콜로세움, 목욕탕 같은 건축물들을, 지금까지 책으로만 봤던 것들을 실제로 눈으로 살펴보고 만져 보고 싶다. 또한 곳곳에 남아 있는 미술품들을 입시를 위해 인상파니, 무슨 파니 머릿 속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뜯어 보고 싶다. 물론 그때까지 책을 통해서 참을 수밖에 없을테지만 말이다.

 

  이탈리아에 대한 책을 보내달라고 하는 녀석에게 보낼 선물을 고르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이탈리아, 고도, 미술품! 나의 흥미를 팍팍 자극하는 세가지 단어가 모두 들어간 책이다. 게다가 한길사에서 펴낸 책이다. 아내에게 선물할 책을 산다는 말을 하면서 슬쩍 끼워서 한권을 더 구입했다. 책이 도착하자 마자 읽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솔직하게 글의 맛은 덜하다. 진짜 글을 잘 쓰는 사람의 책은 읽다가 도저히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답게,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답게 이탈리아의 미술에 대해서, 미술 여행에 대해서 중요한 팁들을 제공해 준다. 어느 미술관은 몇 명까지만 관람을 허용하니 미리 신청하고 가라는 등, 어느 도시에는 어떤 콜렉션이 유명하다는 등 매우 중요한 정보들이 제공되어 있다. 그것도 글로만 적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까지 곁들여서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혹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도시들 중에 몇 군데를 선택해서 미술 여행을 해보는 것도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다가 나와 내 아내의 눈이 멈춘 것은 피에타 상이다. 미켈란제로가 23살에 조각한 바티칸의 피에타 상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미켈란제로를 왜 조각의 천재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아내와 난 피에타 상을 바라보면서 주름까지 세세하게 조각하고 다듬은 리엄함과 디테일, 그리고 그 표정에서 느껴지는 성스러움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매일 이런 조각과 미술품들을 접한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택을 읽다가 또 다른 피에타 상을 발견했다. 미켈란제로가 만든 피에타 상이라고 해서 이건 뭔가 싶어서 살펴보니 미켈란제로는 평생에 피에타 상을 3개 만들었다는 것이고, 내가 본 피에타 상은 론디니움의 피에타로 미완성 조각이라는 것이다. 바티칸의 피에타가 완벽한 균형과 디테일로 충격을 주었다면 론디니움의 피에타는 대략적인 윤곽만 잡혀 있지만 투박함과 여거친 질감 속에서 예수의 고난과 성모 마리아의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실제로 가 볼수는 없으니 꿈틀거리는 간절함을 달래기 위해 다시 한번 책을 찬찬히 훑어봐야겠다.

 

 

 

   좌측이 바티칸의 피에타이고 우측이 론디니니의 피에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