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7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7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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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을 볼 때 열심히 문제를 풀고 답안지에 답을 옮겨 적으면서 한칸씩 밀려 적은 경험말이다. 이런 경우는 최대한 정답을 많이 맞출수록 오답에 점점 가까워진다. 그때 느꼈을 답답함이란 세상이 뒤집어지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 책이 그렇다.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지 몇년이 흘러 벌써 시즌 7번이다. 몇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식 e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여전하다. 이번 시즌의 제목은 "直JUSTICE 斜ISSUE 曲SOLIDARITY"이다. 정의는 올곧아야 하며, 이슈는 삐딱하게, 즉 그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연대는 최대한 유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포용적이어야 한다. 이게 정답이다. 그런데 한장한장 넘겨가면서 우리 시대를 바라보니 현실은 이렇지 않다.

 

  현실은 "直ISSUE 斜SOLIDARITY 曲JUSTICE"이다.

 

  이슈는 여전히 일방통행적이며 소통을 거부한다. 그저 매체에서 읊어 주는대로 받아들인다. 보수는 조중동에서 불러주는대로, 진보는 경향, 한겨레에서 불러주는대로 받아들인다. 아니 받아들이길 강요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과연 100% 올바른 매체가 어디있는가? 100% 가치 중립적인 기사가 어디있는가? 명박산성이 광화문에만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인식 속에도 자리 잡고 있다.

 

  연대는 어떠한가? 최대한 유하게, 부드럽게, 공통 분모를 찾아서 많은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좌와 우의 공통분모를, 남한과 북한의 공통 분모를, 대한민국과 세계의 공통 분모를, 나아가 인류와 자연의 공통 분모를 발견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이다.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아니라 차이점을 찾아낸다. MB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적인 대의를 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가 흔들거리는 이유가 여기있다. 생각이 다르니 잡음이 없을 수가 없다.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따지기 보다는 보다 큰 대의를 위해서 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물론 대의를 위해서라고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요즘 잘 알 것 같다. 연대의 대상을 삐딱하게 보니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 나와 너를 가른다. 좌우 우를 가르고, 남과 북을 가르고, 자와 타를 가른다. 그리고 우리 편이 아니면 망설임없이 사선 밑으로 차버린다. 연대가 삐딱하니(斜)하니 목적이 한없이 사사롭고(私) 연대의 자리가 죽을 자리(死)가 된다.

 

  정의는 어떠한가? 正義! 바르고 옳음!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 과연 이 시대의 정의가 옳은가? 마땅히 그러해야 할 길로 나아가고 있는가? 묘하게도 JUSTICE에는 재판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 시대의 재판이 옳은가? 법이 정의롭게, 바르게, 마땅히 그러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외침이 사라졌는가? 아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더하여 "유맥무죄 무맥유죄"의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양심의 소리가 과연 힘을 얻고는 있는가? 비근한 예로 민간인 사찰을 들어보자. 과연 법대로, 상식대로, 마땅히 그러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장담컨대 몇달 더 지나서 인맥이 사라져버리게 되었을 때 그때 비로서 바른 판결을 내리려 시도(!)할 것이다.

 

  정의는 한없이 반듯해야 하며, 이슈는 삐딱하니 이면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연대는 최대한 부드럽고 포용적이어야 한다. 이게 이 시대의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한칸씩 밀려 쓰여 있다. 정의는 한없이 왜곡되어 있고, 이슈는 일방적이며, 연대는 삐딱하게 남을 죽일 생각만한다. 그러니 "直ISSUE 斜SOLIDARITY 曲JUSTICE"일 수밖에! 그러니 깊은 여운과 동시에 진한 아픔을 느낄 수밖에!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 것인가? 시험을 보고 난 후 오답을 정리하는 오답노트도 있다던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오답노트는 무엇인가? 프롤로그 선대인의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리의 오답 노트가 무엇인지 묻는다. 지식채널 팀은 이러한 질문에 1.3cm의 권력이라 답한다.

 

  당신이 수많은 촛불에 둘러싸여 있든

  단 하나의 촛불만이 비추든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당신이 두 팔로 세상을 걸어가든

  당신이 두 발로 세상을 걸어가든

  당신이 있는 곳이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단 한 명만이 당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든

  모든 이가 당신의 소리에 공명하든

  당신이 고개를 들고 크게 외치든

  당신이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침묵하든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자판기 커피 한 잔이 유일한 유식인 당신에게

  이른 새벽 또 다른 일터를 찾아나서야 하는 당신에게

  88만 원을 벌어서 55만 원을 저축해야 하는 당신에게

  손끝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당신에게 주어진

  가로 10cm 세로 22.1cm 똑같이 갖는 한 칸

  1.3cm의 권력

 

  당신의 소망

  당신의 믿음

  당신의 책임

  당신의 권리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 1조 2항(p12~17)

 

  마지막 페이지의 제주도 구럼비 사진은 우리에게 평화를 위한 연대는 마땅히 어떠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제주도민에게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고통받는 타인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인간으로서 자연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독자들에게 연대를 호소하는 지식채널팀의 짝사랑이 너무 애틋하여 내 마음도 아리다. 아니 아니다 못해 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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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2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예약주문으로 사놓고는 첫날 훑어만 보고 아직 읽지 못했어요.
그런 책이 한둘이 아니지만...ㅜㅜ

saint236 2012-03-24 12:53   좋아요 0 | URL
저도 항상 예약 주문을 합니다.이벤트로 끼워주는 DVD가 또 저를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살거 DVD 받는다는 이런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