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번주는 왜 그리 뉴스도 많은지...
첫째, 김정일이 죽었다. 김일성의 뒤를 이어 북한의 권력을 장악했던 김정일이 죽었다. 뉴스에서는 온통 김정일 사망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보도한다. 김정일의 죽음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국정원이 뭇매를 맞는다. 국방장관과 국정원장은 당당하게 "텔레비전 보고 알았다" 말하고, 이런 정보통과 국방 책임자를 믿고 있는 내 마음은 그저 속이 탈 뿐이다. 이런 사태를 반영해서인지 인터넷에는 구하라 놀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서울 시장 재보선 당시 나경원 놀이 이후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는 처음이다. "구하라를 국정원장"으로 놀이다.
국정원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드는 생각은 왜 언론에서 이렇게 타당한 말들을 쏟아 내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타당하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쏟아낼 때에는 무엇인가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의 눈초리를 가지고 찬찬히 기억을 더듬던 과정 중에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이름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가 누구냐고?
류...우...익...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이 사람이 몇달 전에 꽤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내년 4월 쯤에 남북 정상회담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나꼼수를 열심히 들은 사람들은 얼핏 기억이 날 것이다. 베를린 선언과 남북 정상회담 설레발을 기억하시는가? 북한에서 했던 말도 기억이 나는가?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붙였던 남측에서 돈봉투를 건네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사과해 달라고 애걸했었다는 이야기! 포털에서 "천안함 사과 애걸"이라는 관련어를 치면 여러 기사가 뜬다. 심지어는 조선에서도 뜬다. 반박하는 남측의 성명에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북한의 맞대응도 있었다. 포털에서 "천안함 사과 애걸&녹취록 공개"라고 쳐보라. YTN 기사가 나올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남북 정상회담에 목을 맸던 것일까? 왜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류우익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쏙 들어간 것일까? 조문을 보내고 말고, 정보통이 부재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그것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류우익"이다. "류우익=남북정상회담"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현 정부의 대북외교가 그리고 정치적인 마인드가 근시안적임을, 그리고 그 근시안도 상당히 헛다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발성 이벤트 하나면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 마인드가 문제다. 솔직히 김정일의 죽음은 선관위 D-DOS 문제로 시달리는 MB정부에 천운으로 작용할 것이었지만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봉주와 이상훈 대법관이 중심에 있다.
각설하고 김정일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MB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에 목을 맸는데 김정일이 죽었으니 김정은과 만나야 하나? 그렇다면 지금까지 3대 세습은 극악무도한 행위라고 공격해왔는데 3대 세습자 김정은을 대화 상대로 삼아야 하나? 여러가지로 폼도 안나고, 체면도 안서고, 쪽팔리는 짓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까 관심을 가져볼 문제이다.
둘째, 정봉주 판결이다. 대법원이 22일 공판을 통해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1년 징역에 10년간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사법부가 그렇게까지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리봐도 윗선의 개입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다.(이런 젠장!) 경찰에 개입한 흔적이 이미 드러났으니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참고로 대법관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상훈 대법관은 3번의 제청 끝에 이용훈 대법원장이 통과시켰다.
BBK가 이명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임은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나경원 전 의원의 주어가 없다는 센스 만점의 답변이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에 도전했던 사람이 정봉주이고,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것은 BBK라는 MB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정봉주를 이렇게 무리해서까지 집어 넣어야 하는 것은 결국 BBK라는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정봉주의 판결이 재갈 물리기 위한 무리수라고 느껴지는 것은 그의 입감 명령 때문이다. 오늘 아침 10시경에 판결이 났는데 5시까지 입감하라니 무슨 감옥이 기숙사도 아니고. 결국 나꼼수 33회를 녹음하다가 중단했다고 한다. 어떤 트위터러들은 인혁당 사건 이후로 이렇게 빨리 처리가 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냉소를 날린다. 무엇이 그렇게 정봉주를 두렵게 하는가? 그는 부인에게 얹혀 사는 사람이니 돈이 아니겠고, 현 국회의원도 아니니 정치적인 권력도 아니겠고, 그렇다고 자기 혼자 깔대기를 들이대는 사람이니 인기도 아닐 것이고! 결국 그에게 남는 것은 BBK 밖에 없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후년에는 과연 이 사건을 두고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두고 볼 것이다.
가끔 대한민국은 입법 행정 사법이 독립되어 서로 견제하는 삼권 분립국가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혹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라 이름하는 왕이 다스리는 왕조국가가 아닐지... 참 BBK 주범 김경준이 기획 입국설을 뒷받침 했던 편지를 썼던 사람들을 고소했다. 무엇인가 김경준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나 보다. 이 또한 잊지 말고 기억해야할 사건이다.
셋째, 이상득 불출마와 박근혜 체제! 선관위 D-DOS! 상시적인 레임덕이 이정권의 특징이라고 말하지만 본격적으로 레임덕이 시작되었다. 이상득 의원과 관련된 의혹들이 덮어지지 않을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들의 비리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내로 판결은 어렵겠지만 내년 후반기에는 어떻게든 판결이 나게 될 것이다. 이 과정 중에 박근혜와 이상득 사이에 빅딜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혹 이 빅딜이 결렬되면 다음은 서로 맞찌르기 형국이 될 것이다. 맞찌르기 도구는 아마도 저축은행이 될 것이다. 이 안에서 경찰과 검철은 누구에게 줄을 댈 것인가 저울질 하게 될 것이고, 그 저울추는 당연히 박근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 문제 또한 지켜볼 사안이다. 청와대가 어디까지 연루되어 있는지. 지금은 모 행정관 한명만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이 몸통인지, 아니면 꼬리인지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득 드는 생각! 내곡동 문제도 어찌 처리가 되었는지, 아직도 대통령 소유로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여러모로 화려한 한주다. 평소에 어느 하나라도 터지면 이목이 집중될 문제인데,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니 집중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녀석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을 통하여 우리가 받는 무언의 메시지가 있으니....
"닥치고 버로우!"
아직은 봄이 오려면 멀었나 보다. 원래 안보려고 생각했던 달려라 정봉주를 봐야겠다. 그리고 나머지들도 같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