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나라당 최고의원 5명 중  3명이 사임했다. 남은 것은 홍준표와 나경원뿐인데 나경원이야 10.26 재보선의 데미지에서 회복되지 않은 탓에 닥치고 버로우하고 있는 상황이다. 5명의 최고의원 중 실제로 한나라당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4명 뿐이라는 말인데 그 중에 3명(남경필, 원희룡, 유승민)이 사퇴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 최고의원 3명이 사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2가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첫째는 한나라당이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왜 젊은층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나보다. 지금껏 벌여놓은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 한미 FTA 날치기 통과를 시켜 놓고 날치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더니 선관위 디도스 공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니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재창당이다. 재창당한다고 그 구성원들이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바뀔 때 구성원이 대폭 달라졌던가? 그냥 명함 바꿔 달기가 아니었나? 한나라당이 하는 행태를 지켜보면 헤지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앞세워 돈놀이를 할 때와 비슷하다. 실체를 바뀌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든 리스크는 페이퍼 컴퍼니로 집중시켜서 꼬리자르기를 한다. 한나라당의 재창당 이야기가 결국 이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정치적인 실책(의도적으로 알면서도 저지른 일을 실책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들을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에 다 몰아 넣고 당을 폐쇄한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그대로 다른 당을 창당한다. 정신을 차렸다면 책임지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최고의원 사퇴는 단순히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바뀌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친박계와 친이계의 대결이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유력 대선후보 박근혜와 현 대통령 이명박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다 못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말이다. 최고의원 3명의 탈당은 홍준표 흔들기인데 왜 홍준표를 흔드는가? 원래 홍준표는 친이계도 아니고 친박계도 아니기 때문에 미묘한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당대표로 선출된 사람이다. 공천에 막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당대표의 자리에 아무런 그늘도 없는 홍준표가 선출된다는 것은 불과 1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친박계과 친이계의 복잡한 계산에서 탄생된 홍준표 체제는 태생 자체가 미묘한 줄다리기다. 홍준표 체제가 살아남는 방법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홍준표는 청와대에 휘둘려온 양상이다. 내곡동 사저건도 그렇고, 한미 FTA도 그렇고, 론스타 문제라든지, 선관위 홈페이지 해킹이라든지, 어떤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미래야 나몰라라 하면서 당이 대통령 말을 안듣는다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임기 말이 다가오는 시기에 당의 미래야 어떻든 자기의 입장만 주장하고 고집하는 청와대에 한나라당이 충성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더군다나 대선보다 총선이 더 앞에 있지 않은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한나라당 의원들 특히 친이계가 아닌 의원들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이라는 것은 뻔하다. MB와의 선긋기. 홍준표 체제는 철저하게 여기에 실패했고 친박계 의원들이 여기에 반발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박근혜의 어떠한 식으로든 사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않고는 친박의 핵심이라 불리는 유승민 최고의원이 사퇴를 할 리 없다. 그들이 그렇게 주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면 소수파로 분류되지 친 아무개의 그늘을 뒤집어 쓰지는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유승민 최고의원을 비롯한 3명의 사퇴는 홍준표의 친청와대식 처세에 대한 경고라고 하겠다.

 

  한나라당 최고의원이 3명이나 사퇴한 상황에 대한 대책 회의에서 홍준표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홍준표의 당찬 기세 때문이 아니다. 홍준표가 안된다면 물러나겟다고 당차게 선언하고 회의 자리를 떴지만 이미 판은 홍준표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다. 홍준표 체제의 유지는 철저하게 친이계의 적극적인 홍준표 옹호와 친박계의 숨고르기가 만난 결과이다. 아직까지는 한나라당이라는 판을 깰 수는 없지만 자꾸 이렇게 나간다면 충분히 당을 깰 수 있다는 친박계의 경고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이 경고에 대해서 홍준표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한나라당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득-이재오에게 공천권을 준다면 결과가 어떻지 눈에 뻔히 보이는 마당에 친박계 의원이 한나라당에 남아 있을리 없을 것이며 당을 깨고 나갈 것이다. 물론 박근혜는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한나라당이 깨지고 나간 친박계 의원들이 과거 친박연대 의원들과 연합하여 박근혜당을 만들고 당수로 영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것이 제1 야당이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가 없는 홍준표는 그 틈바구니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가 해온 정치적인 행보들이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홍준표는 동대문구의 한 반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의 복잡한 정치적인 셈법 가운데 어디에도 국민은 없다. 아직도 한나라당이 딴나라당이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 모르나 보다. 혹은 모르는척 하는 것이든지. 어느 쪽이 되든간에 말로만 쇄신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환골탈퇴를 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한나라당이 간판을 바꿔단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한나라당이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는 것보다 친박계가 탈당하여 민주당 박지원계와 연합하여 양박 공조체제를 만드는 것이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광박에 피박을 뒤집어 쓰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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