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현상을 말한다 - 개정판 - 2012 진보가 집권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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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꼼수의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 간혹 정봉주 전 의원이 앞 뒤말을 바꿔서 "돼지 아들 목사"라는 엉뚱한 호칭이 튀어나오긴 기분 나쁠 법한 호칭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을 자신의 캐릭터로 설정하고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지만 한 때는 인기 투표에서 에어컨에게도 밀렸던 사람이다. 가끔 튀어나와서 조현오 청장의 성대모사를 할 때쯤이면 "이 사람 상당히 가볍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꽤 진중하고 날카로운 시사 평론가 김용민을 만나게 된다. 현상을 분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안을 내놓는 그의 모습은 나꼼수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목사 아들 돼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마초 김어준과는 또 다른 설득력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왜 우리는 조국에 주목해야 하는가? 

  조국은 서울 대학교 법학 교수요, 훤칠한 키와 출중한 용모, 거기에다가 개념까지 탑재한 진보진영의 뉴페이스이다. 강남좌파라는 비판에 대해서 거리낌없이 "그래 나 강남좌파다. 그래서 어쩌라구?"라고 카운터 펀치를 날릴 정도로 쿨한 사람이다. 여타 엘리트들과는 달리 야구면 야구, 영화면 영화, 소설이면 소설, 음악이면 음악 고상하게 폼잡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홍보의 한 수단으로 SNS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SNS를 즐길 줄 아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감각은 그를 20대와 소통이 불가능한 꼰대로 만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조국은 아직 정치인이 아니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했을 때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쪽에서도, 진보 쪽에서도 조국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왜 굳이 조국이 아니어도 되는가? 

  조국 현상을 말한다는 제목과는 모순되게 김용민의 분석은 굳이 조국이 아니어도 된다. 조국이라는 이름 대신에,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문재인, 송영길 등을 넣어도 디테일이 약간 바뀔 뿐이지 큰 틀을 바뀌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 조국 현상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조국이 아니라 현상이라는 뜻이다. 

  여러가지 경쟁력을 가졌지만 얼마전까지 그는 듣보잡이었다. 그런 그를 조국현상이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이끌어 낸 사람은 오마이 뉴스의 오연호이다. 솔직하게 나도 조국이라는 이름을 오연호와 조국이 쓴 "진보집권 플랜"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순서상 진보집권플랜을 먼저 읽어야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조만간 읽을 예정이다.) 문국현 띄우기에 실패했던 오연호가 찾아낸 대안이 조국이라는 것이 이 바닥의 중론이다. 오연호가 없었다면 정치인 문국현도, 정치인이 될지도 모를 조국도 없다. 약간 곁길로 빠지지만 만약 조국이 정치인이 될 생각이 있다면 문국현의 길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마 그런 이유로 김용인이 조국 컨설트라는 장에서 문국현과는 다른 길을 제시했는지도 모른다.

  왜 조국 현상이 발생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조국 현상은 철저하게 가카의 은총이다. 문국현도, 조국도, 이정희도, 진보의 뉴페이스들도 모두 가카를 통하여 세상에 출현하였다. 논란이 많지만 일단 유시민을 진보로 분류한다면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같은 진보의 얼굴 마담들은 뉴페이스라고 하긴 다소 무리가 있다. 전자와 후자를 가르는 기준은 바로 가카이다. 가카와 얽히면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은 진보의 뉴 페이스요, 그 전에 노무현과 삼성과 관련해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은 올드 페이스라고 하겠다.  

  조국 현상이란 한나라당에 인재가 몰리던, 혹은 양쪽에서 같이 나누어 먹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진보진영에 인재가 몰리는 현상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비단 정치인이 아니어도 반한나라당 전선에 모인 면면들이 거의 별들의 전쟁이 아니던가? 이외수, 공지영, 김제동, 김여진, 박원순, 문성근 등등 사람들의 입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왠만한 뉴 페이스들은 거의 대부분 진보진영으로 모여들고 있는데 조국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조국이라는 이름보다 현상이라는 이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국이라는 이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조국 현상은 절대적으로 가카의 은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가카의 은총이다. 가카의 임기 4년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느끼게된 정치적인 피로감을 뉴 페이스를 통한 신선함으로, 절망적인 현실을 미래의 희망으로 치환시키려는 노력이 진보진영에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인재풀과 지지를 가져다 주었다. 

  왜 2012년 진보가 집권할 수밖에 없는가? 

  김용민은 2012년은 절대로 진보가 집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가카의 뒤치닥거리는 하다보면 임기가 다 지나가는 2012년 대선은 독이든 성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초판이 나왔을 때가 2011년 6월 30일이다. 책을 집필하기 위하여 상황을 분석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2011년 전반기까지의 내용을 가지고 2012년 진보가 집권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때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그의 분석은 옳다. 비겁하다고 비난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분석이 철저하게 현실적이라고 본다. 5년간 뒤치닥거리하면서 한나라당이 얼마나 발목을 잡겠는가? 

  그렇지만 불과 몇 달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가카의 속도는 정말이지 독보적이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광고 카피처럼 국민들에게 따라올테면 따라오라며 발걸음을 재촉하신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 4대강 사업, 한미 FTA 체결 등 정책 결정의 속도는 거의 광속이요, 이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느끼는 피로감의 정도도 배수가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만 간다. 가카의 위엄은 땅바닥을 뚫고 지하로 파고들어간지 이미 오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엄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보려고 사정기관들을 꽉 틀어 쥐고 계시다. 원래 이런 일들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통큰 가카는 모든 것들을 사람들이 한번만 생각하면 다 알게 행하신다. 

  가카를 통하여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은 반한나라당 이라면 표를 몰아줄 것이다. 만약 반가카를 표방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표를 몰아줄 것이다. 야권은 분명히 반한나라당, 반가카를 표방할 것이고 이것은 야권의 집권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젠 가카에 대한 피로감이 가카 여집합에게 손을 들어 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2년 대선은 독이 든 성배라고 할지라도 마실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보에게 가장 큰 적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이다. 무슨 당연한 말이냐고? 위에서 반한나라당의 정서를 잠재울 수 있는 카드가 아직 한나라당에 있기 때문이다. 반가카를 표방할 수 있는 박근혜 카드가 아직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저리 기세 등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가 해야할 가장 큰 숙제는 각개전투가 아니라 연합이어야 한다. 지금 진보신당, 국참당, 민노당이 연합 진보 정당을 구성하려는 이유도, 민주당이 진보 3당과 연대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연대라는 것이 참 어렵다. 각자의 속내가 다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미묘하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기구이기 때문에 권력 분배라는 면에서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연대라는 것도 종이처럼 쉽게 찢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를 하려면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며,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각 정당에서 양보할 각오까지 해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양보는 큰 본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를 자기들의 승리로 착각하면 그들은 복당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책을 가지고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새로운 인물들을 찾는 것은 좋지만 새로운 인물 찾기에만 몰입한다면, 즉 묘수에만 열중한다면 진보의 집권이란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기억해야 할 것은 만가카 정서는 한나라당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정책으로, 그것도 말로만 하는 공약이 아니다 현실 가능한 정책으로 국민들 앞에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에 관한 정책에서도 한나라당과의 차별을 보여주어야 한다. 복지는 시혜라고 생각하는 과거의 모습을 되풀이 한다면 진보의 집권은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정권 교체를 단기적으로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인재풀들을 잘 관리하고 어떻게 차기 대선 주자로 올릴 것인가, 그리고 이 기회에 어떻게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가져가야 한다.  

  김용민 교수는 2012년 진보의 집권을 반대한다. 먼저 총선을 통하여 진보의 뜻이 정책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야권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분명 총선에는 꽤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 3당의 연합이 물건너 간다고 할지라도 진보 3당은 지금보다는 꽤 많은 지지율을 올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처럼 민주당이 "늬들 내 밑으로 헤쳐 모여"라고 연대를 강요한다면 총선을 통하여 한나라당과 동시에 폭파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요즘 보면 그러한 면면들이 눈에 보인다. 밥그릇을 놓지 못하는 것은 영남도 문제이지만 호남도 문제이다. 이런 호재에 진보 3당은 자신들의 정책을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문제는 대선이다. 총선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치뤄지는 대선에서 국민들이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야권이 거대해진 상황 때문에 한나라당에 표를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은 대안이 부재하기 때문에 차선을 택하는 것일뿐 대안을 제시한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그 대안이 무엇이겠는가? 오연호는 조국, 김어준은 문재인, 민주당에서는 손학규와 정동영을. 국참담은 유시민을 밀고 있는데 모를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재인이 가장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차차기 대선으로 넘어간다면 2017년 대선이라면 너무나 먼 훗날의 이야기인지라, 김용민 교수의 분석이 맞다 틀리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타 

  26p 강부자(강자+부자) => "강남+땅부자" 

  35p 밑에서 3번째 줄 개갰다는 이유로 => 개겼다는 이유로 

  64p 위에서 7번째 줄 그기서 토론하고 => 거기서 토론하고 

  180p 위에서 9번째 줄 아버지부터 들이박은 => 아버지부터 들이받은 

  189p 위에서 7번째 줄, 8번째 줄 들이박은 => 들이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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