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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그런 것이다 - 신념과 맹신과 광신의 차이를 말하다! ㅣ 온전한 삶 시리즈 1
송태근 지음 / 포이에마 / 2010년 5월
평점 :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히 11:1~2)
히브리서 11장은 고린도전서 13장과 더불어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성경이다. 고린도전서 11장이 사랑의 본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면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본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다른 성경들은 다 생각이 나지 않아도 한국 기독교인의 머리 속에는 고린도전서 13장과 더불어 히브리서 11장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국 기독교 신앙은 믿음이라는 말을 빼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한 예를 들어 보면 예전에 내가 했던 경험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성경을 읽다가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아담과 하와는 가인과 아벨을 낳았는데 가인이 아벨을 죽였다. 가인이 벌을 받아서 도망가는데 이해가 안되는 말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하면 어떻게 합니까?" 아벨을 죽인 가인이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받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하나님께 호소하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어디서 튀어 나온 것인가? 성경을 읽다보면 이러한 의문들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목사님께 이것을 여쭈어 보았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이 "성경은 믿는 것이다. 의심하지 말아라." 이거다. 아마 내가 다니던 교회가 시골이어서 상당히 보수적이었나 보다. 그런데 그 대답을 듣고 내가 드는 생각이 도무지 납득이 안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도 이해가 안되면 선생님에게 묻는다. 그러면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이해를 시키려고 하는데 유독 교회에서만큼은 믿으면 된다고 넘어간다. 과연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이라는 것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인가? 의문을 표하는 사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이 정도가 과연 믿음이 본질인가? 이 정도가 믿음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국 기독교의 수준이 매우 안쓰럽다.
교회에서 그렇게도 많이 사용되는 믿음이라는 말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다. 아니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믿음의 본질에 대해서 히브리서 11장과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묻고 대답한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나의 단호함(신념)이나, 어떤 목적에 맞추어진 과도한 동의(맹신), 혹은 믿음이 요구하는 인격적 요소 앞에서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양상(광신)이 아닙니다. 성경 전체 흐름에 맞게 읽다보면 믿음에 관해 우리가 크게 오해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은 '믿음'이란 말을 중의적인 뜻으로 설명한다. 첫번째로 믿음은 하나님이 구원의 은혜와 함께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임과 동시에 하나님께 반응하는 우리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두번째로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는 구원이나 의를 획득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면에서 철저하게 통로적이고 도구적이지만, 동시에 이것이 없이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도, 기쁨을 드릴 수도 없습니다.(p13)
믿음의 본질에 대해 이보다 더 탁월한 설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흔히 믿음을 신념, 혹은 맹신, 혹은 광신으로 착각하지만 이것들은 믿음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믿음으로 무슨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각을 한다. 간절히 원하면 주신다라는 표어아래 믿음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해 버린다. 기도하면서도 마음이 흔들린다면 믿음이 없다는 말을 듣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 척 한다. 아무리 굳건한 기독교인이라고 할지라도 기도하면서 마음이 흔들리도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믿음의 유무와는 상관이 없다.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약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약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믿음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묘한 습성 때문에 한국 교회의 믿음은 광신이나 맹신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대로 이러한 현실에 반발하여 매우 차갑게 논리적으로 성경을 보면서 이것이 믿음이다라고 말하지만 대부분 그런 것은 신념이기 쉽다.
믿음이 무엇인가? 믿음이란 어떤 상황을 만날지라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어렵고, 절망스럽고, 흔들리고, 의심이 든다고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 바라보기를 포기하는 것이 믿음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믿음은 사람이 그 안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선물이다. 동시에 믿음이란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기 위한 인간의 의지력이기도 하다.
믿음의 본질에 관하여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성경이 말하는 믿음이 과연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송태근 목사와 함께 하는 믿음을 찾아가는 여행이 꽤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