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유목적 사유의 탄생
이정우 지음 / 아고라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새 책을 구입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알라딘에서 최소한 1년 이상 서재질을 하는 사람치고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는가? 나도 처음에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한 이래로 4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산 책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눈치를 주던 아내였지만 내가 어디가서 술을 먹고 들어오는 사람이 아닌지라 다른 사람들 술 먹을 때 책을 산다고 눈을 감아 준다. 매일 알라딘에 들어가 새로운 책이 나왔는지 살펴보고 몇번의 망설임 끝에 책을 보관함에 담는다. 그렇게 담겨진 책들을 따져보기를 몇번하고 난 다음에 어렵사리 구입한 책이 배송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알라딘을 통하여 안면을 트게 된 택배 아저씨, 그리고 낯익은 박스를 뜯을 때의 설렘임이란...마치 소풍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같다. 이 두근거림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똑같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책을 구입하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시작했다. 새 책을 읽고,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감동, 그리고 그 책에 대한 짧은 감상을 적을 때의 감동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그런 대에 노란색 표지에 "탐독"이라고 적힌 제목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온다. 

  아고라 서재를 통하여 알게 된 책을 한 장씩 넘겨가면서 다른 알라디너들이 했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된다. 문학을 다루고 있는 1부는 거의 접해본 책들인지라 술술 넘어간다. 문학을 가지고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철학자들이 왜 문학에 그렇게 공을 들이고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이정우라는 사람의 문학에 대한 이해에 때론 고개를 끄덕이면서, 혹은 갸웃거리면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2부에 도착했다. 초반에는 그런대로 읽을만 하지만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공학도라면 모르겠지만 수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나에게 과학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이나 난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3부로 넘어가면서 더 난이도가 높아진다. 3부는 철학자들의 존재론에 대해서, 동양 고전에 대해서 철학 강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유체이탈 현상 비슷한 것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자 한자 이해하는 것이, 한장 한장 넘기는 것이 결고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 이해력과 책장과의 투쟁이라고나 해야할까? 참 대단한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지막장까지 다 읽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정말로 책바보가 이런 사람이구나 대단하다 뿐이다. 간서치는 아마도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놀면서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그의 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닥치는대로" 읽었기 때문에, 그리고 공학도에서 철학도로 전공을 바꾼 그의 이력 때문에 그의 책 읽기는 폭이 상당히 넓다. 게다가 한번도 자신을 철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저 사유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그의 태도 때문일까? 그의 책 읽기는 문학, 과학, 고전을 넘나든다. 나처럼 인문학 책만을 편식해 온 사람이라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가 다른 이들에게 읽기 쉬운 교양서를 쓰기 위하여 이 책을 기록했다는 그의 말이 왜 그렇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왠만한 내공으로는 그의 책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읽기 쉬운 교양 서적이라니... 

  이 책을 덮으면서 그의 책 읽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흔히 독서는 자기가 자신이 있는 분야, 혹은 전공 분야에 몰입하기 쉬운데, 그 몰입이 매몰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의 폭을 넓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독서가 자기의 생각을 넒히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유목적 사유의 탄생"이라는 말 속에서 결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면서 폭 넓게 책을 탐독하는 그의 독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언젠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레벨업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이 책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 때에는 분명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고, 지금과는 또 다른 것들을 보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 본다. 

ps.별이 2개인 이유를 순전히 책이 너무 어려워서 후반부에는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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