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기억하기 위하여가 아니라 잊기 위하여 메모하라. 신선한 말이다. 보통은 기억하기 위하여 메모를 하는데 메모된 것은 메모를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외우느냐 그냥 잊어버리라는 저자의 말이 허를 찌른다. 맞는 말이다. 메모한 것은 외우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외우는가? 메모한 것을 다시 들춰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생활하면서 가장 낭패를 당할 때가 언제냐면 매우 중요한 일을 까맣게 잊고 지나갔을 때일 것이다. 혹은 아내의, 남편의 생일을 잊어먹고 지나가서 서운하게 한 적도 있을 것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어느 순간 메모를 게을리하게 된 덕이다. 예전에는 다이어리에 꼼꼼하게 적고 다녔는데 요즘은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의 일정 관리를 사용하다보니까 더 그렇다. 열심히 적은 일정관리도 때론 다시 들춰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다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책상 한 켠에 항상 포스트 잇을 구비해두고 일이 생길 때마다 기록해서 무조건 붙여두기 시작했다. 한결 일을 하기가 수월해진다. 까먹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이 줄어들고.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여기서 더 넘어가면 그것은 메모가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되어서 나를 짓누른다. 예전에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민다고 스티커를 사다 붙이고 색연필로 칠하고..남자인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다이어리 작성에 꽤 많은 공을 들였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부담이 되어 다이어리 자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서 메모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준다. 메모를 왜 하는가? 메모는 어떻게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메모를 해야 하는가? 기획서 작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메모해야 하는가? 여러가지 실용적인 팁들을 제시해준다. 분명히 귀담아 들을 말이 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에서 멈추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저자가 말하는대로 하다보면 메모가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될 것 같다. 저자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그것이 편할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방법에 숙달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일을 돕기 위한 메모가 아니라 메모라는 또 다른 일에 부딪치게 된다. 

  가령 일상 생활에서의 메모도 여러가지 상황으로 나눈다. 전화할 때의 메모, 가족 생일이나 기념일을 잘 챙기기 위한 메모, 잡지를 위한 메모, 꿈 메모 등등 온통 메모가 넘쳐난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 맴도는 이미지는 정확하게 어느 영화인지는 생각이 안나는데 무엇인가 적혀 있는 "포스트 잇"이 방안 가득 들어 차 있던, 심지어는 강아지에게까지 포스트 잇이 붙어 있었던 영화의 장면이 생각난다. 이 정도면 메모하는 것도 중독이다, 일이겠다 싶다. 

  분명 읽고 몸에 익히면 도움이 될법한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특유의 과도한 친절함 때문에 책에 대한 부담감이 먼저 생긴다. 게다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슥슥 말이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책 내지가 너무 빤질거려서 불빛 밑에서 읽기에는 불편하다. 괜히 책의 가격만 놓이려는 꼼수는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