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 교양강의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정치 전략과 언어 기술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7
심의용 지음 / 돌베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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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이미지는 노컷 뉴스(http://media.daum.net/society/affair/view.html?cateid=1010&newsid=20110906170026517&p=nocut)에서 가져온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구국 결사의 각오로 무상 급식 법안을 표결에 붙였다. 나경원 의원은 오시장을 계백을 만들 것이냐며 한나라당 지도부들을 질타했다. 조금은 미적지근하고 때 늦은 지원 사격이었지만 한나라당의 지원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25.7%라는 아름다운 투표율은 법안의 개표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오시장은 약속했던대로 서울 시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보수 일각에서는 그정도면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투표율은 보수30%, 진보 30%, 중도 40%로 분석하는데 25.7%면 30%의 오시장 지지층들이 투표했다는 논리이다. 일견 맞는 논리 같아 보이지만 여기엔 한나라당의 오만과 식견없음이 드러난다. 25.7%의 투표자들이 모두 오시장의 정책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일까? 분명히 아닐 것이다. 개중에는 오시장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 투표율이 낮은 것은 주민 투표라는 한계도 있지만 오시장에 대한 반발감과 교체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는 사실 또한 무시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에서는 애써 이러한 점들을 외면하고 있다. 

  서울 시장 보권 선거 일정이 잡히면서 가장 먼저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이 누구인가? 보통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에서 누구, 민주당에서 누구, 민노당에서 누구 하는 식으로 당소속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그렇게 이름이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강 구도, 그리고 그 속에서 중소 정당들의 후보자들은 무시되기가 일쑤였다.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의 오세훈, 민주당의 한명숙이 서울 시장 후보의 전부인양 보도가 되었었고, 언론은 초반부터 이 둘의 대결구도 몰아갔으며 시민들도 둘을 저울질하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이번 보궐 선거의 양상은 매우 흥미롭다. 가장 먼저 박원순 변호사가 언급되었다. 동생이 희망 제작소에서 일을 하는 관계로 동생에게 박변은 어떤다고 하더냐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 이쯤에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였다. 동생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안철수 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휴가 같이 가자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사무실에 출근했다고 한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싶었는데 마침 그날이 안철수 기자 회견 날이었다. 순간 느낌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날 저녁 안철수 교수의 불출마 선언과 박변의 지지 선언이 방송을 탔다. 질질끌지 않고 뒤퉁수 치는 통합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통합이요, 깔끔한 통합이었으며 안철수 교수의 이름값이 박변의 후광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박변은 강력한 서울 시장 후보로 거론되었고 각 당에서는 박변의 대항마를 찾기에 전전긍긍했다. 일부 보수 언론의 꼼수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나왔지만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한나라당의 나경원과 민주당의 박영선, 무소속 박변이 서울 시장 후보군으로 좁혀졌으며, 10월 3일 박영선과 박변이 선거를 통해 후보 통합을 한다고 한다. 

  동생에게 선거인단에 참여하라는 문자가 와서 전화를 했다. 많이 바쁘냐는 말에 많이 바쁘다고 펀드가 모표치에 거의 다 달했다고 한다. 동생이 많이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힘내라고 했다. 박변을 돕기 위해 희망 제작소를 그만 두고 팔자에도 없는 정치판에 뛰어든 막내다. 그날 신문에서 언론의 박변까기가 나왔다. 그런데 정말로, 정말로,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것까지 까대면 도대체 안깔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꼼수에 푹 빠져 산다. 가카를 위한 헌정 방송, 가타를 위한 딸랑이! 지상렬 닮은 김총수,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17대 정봉주 의원, 누나 전문 기자 시사 in 주진우 기자,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 교수! 이들의 입담과 마구 휘갈겨 대는 소설은 방송을 들으며 혼자 길을 가다가도 키득대고 쓰러지게 만든다. 정치에 관심이 없을 것 같던 20대들이 열광한다. 단순히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민감도도 많이 높아진다. 어떤 분이 리뷰로 나꼼수가 최소한 투표율 5%는 올렸을 거라고 한다. 

  지금까지 10.26 서울 시장 선거를 앞두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둘씩 열거했다. 물론 나꼼수는 서울시장 보다는 가카를 위한 헌정방송으로 시작했지만 서울 시장 선거와 동일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적어본 것이다. 위의 일들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과거에 이러한 현상을 본 적이 있는가? 지난 대선, 총성, 지역 단체장 선거에서 이런 현상들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다. 전혀 본 적이 없다. 박영선 의원이 박변을 겨냥하여 말한대로 "무소속은 반짝 후 소멸"하였다. 문국현이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아니던가? 엄밀히 따지면 그도 무소속은 아니지만. 그런데 이번 박변의 돌풍은 반짝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여기서 무엇을 읽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대한민국의 정치 판도가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제 나꼼수와 같은 방송이 젊은이들의 귀를 사로 잡았던 적이 있던가? 최근이 젊은이들이 정치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했던 적이 있는가? 없다. 젊은이들의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 또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금처럼 젊은이들을 개념없는 년놈들로 몰아간다면, 20대는 투표시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왜 귀곡자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면서 뜬금없이 10.26 보궐 선거를 언급하느냐? 귀곡자에서 말하는 매커니즘들이 이번 선거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귀곡자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번이라도 이런 일을 본적이 있는가 물었다. 대답은 없다라고 했다. 이게 중요하다. 무슨 말이냐? 새로운 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기미가 보인다는 말이다.  

  결국 틈새로 새어나온 징후는 '어색한 차이'입니다. 그래서 뜻밖입니다. 이 미세한 기미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낯섦이며 어색함이지요. 평소와 다른 차이이기도 합니다. 이 미세하지만 어색한 차이가 그것을 드러낸 사람과 상황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과 상황으로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미세한 징후며 동요지만 여기에서 앞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실현되지 않은 잠재성의 갈래가 새롭게 배치되고 결합되어 재인식되는 것입니다...귀곡자에게 중요한 점은 이러한 틈새가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다는 것입니다. 흙을 뭉쳐서 그릇을 만들었을 때 그릇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조그만 금이 가고 언젠가는 깨집니다.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견고한 질서를 이룬 듯이 보이는 사회도 어느 순간 무질서로 혼란에 휩싸입니다...혼란의 틈이 벌어져 봉합의 조치를 취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조치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혁명해야 한다는 말입니다...틈새는 의식하기가 매우 어렵고 강도고 미세하지만 원인과 조건만 형성되어 세를 이루면 현실로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p196-199)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징후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감지된다. 지금까지와는 무엇인지 모를 어색한 차이, 틈새, 낯섦이 느껴진다. 이 징후를 잘 포착하여 제어하는 것, 즉 민심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그 마음을 얻는 것이 이번 선거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선거에서만큼은 무의미한 이들로, 그래서 심지어 어떤 분들은 20대에게 투표권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하기까지 하지만 이들의 마음이 향후 정국을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살짝 엿보인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높다. 안철수 돌풍과 박변 돌풍이 그 반증이 아닌가? 나꼼수가 컬투와 손석희 박경철을 누르고 팟캐스트 1위에 등극한 것이 그 반증이 아닌가?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은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는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고 앞으로 자신들의 향보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새롭게 떠오를 무소속 야권 인사들 또한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는지 진지하게 점검해 보고 이러한 현상들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것인지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모두 주관적인 이념으로 현실 조건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이 어떠한지 주도면밀한 숙고를 통해서 현실 자체의 조건을 역이용하는 방식으로 '因'을 설명합니다.(p115) 

  단순히 현실을 거부하거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처럼 무시하거나 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이 아니라 현실을 깊이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숙고하여 이러한 현상, 정치에 대한 불신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고, 그러한 현실 자체를 역이용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처신이 아니겠는가? 만약 박변이 기존 정치인들처럼 발목잡고, 까발리고 비난하면서 선거 후 망신창이가 된다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상대방을 망신창이로 만드는 흑색선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이런 구태의연함을 벗어버리고 순수함과 정책으로 어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거전략일 것이다. 물론 나경원 의원이나 한나라당, 박영선 의원이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금가지처럼 색깔론, 혹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후광에 의존한다면 당선은 되더라도 오시장이나 이명박 대통령처럼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요즘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특히 내가 지지하는 박변은 경청 투어까지 하고 다니는데 대인관계에 대한 귀곡자의 다음 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지혜를 가진 사람과 말할 때는 자신의 박학다식함을 드러내야 하고, 우둔한 사람과 말할 때는 상대가 분별하기 쉽게 해야 하며, 구별을 잘하는 사람과 말할 때는 간단히 핵심을 말해야 하고, 신분이 높은 사람과 말할 때는 기죽지 말고 기세등등해야 하며, 돈 많은 사람과 말할 때는 자신의 고상함을 드러내야 하고, 가난한 사람과 말할 때는 이득에 근거해 설명해야 하며, 신분이 낮은 사람과 말할 때는 깔보는 태도가 아니라 겸손한 태도여야 하고, 용맹한 자와 말할 때에는 과감한 결단을 드러내야 하며, 과실이 있는 사람과 말할 때는 예리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유세의 기술인데 사람들은 흔히 그 반대로 행한다.(p246-247) 

  박변도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이상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별별 사람들을 만날 것인데 각 사람을 만날 때마다 겸손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간단 명료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정치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대인 관계를 맺을 때 명심해야할 금과옥조 같은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흑색선전에, 구태의연한 색깔론에 이리 채이고 저리채이는 박변과 그러한 박변을 옆에서 도우면서 자기도 상처를 받는 막내 동생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면서 귀곡자의 결단편 마지막 구절을 적어본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쭉 성실하게 해내길 간절히 소원하고 기도한다.

  성인이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덕을 베푸는 것이다. 하나는 은밀하게 해치는 것이다. 하나는 신뢰로 상대와 진실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하나는 거짓된 정보를 가지고 상대를 미혹시키는 것이다. 하나는 평범하게 평소대로 대하는 것이다. 공개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정직하고 일관되게 말하는 데에 힘써야 하고, 은밀하게 일을 처리할 때는 두 가지 말을 모호하게 말하는 데에 힘쓰되, 평범하게 평소대로 대하는 방식을 중심적인 태도로 사용하고, 나머지 네 가지는 이를 바탕으로 미묘하게 사용하면 좋다. 여기에 지나간 일을 헤아리고 앞으로 일에 증험해서 이것을 평상시의 일과 참조 비교해 이치에 적절하다 싶으면 결단을 내리다. 군주나 제후, 대신에 대한 일은 당당하고 아름다운 명성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이치에 적절하다 싶으면 결단을 내리고, 힘을 많이 쓸 필요가 없이 쉽게 이룰 수 있는 일로 이치에 적절하다 싶으면 결단을 내리고, 힘을 들이고 괴로움을 당하지마 부득이하게 해야만 할 일로 이치에 적절하다 싶으면 결단을 내리고, 환란을 없애는 일로 이치에 적절하다 싶으면 결단을 내리고, 행복을 좇는 일로 이치에 적절하다 싶으면 결단을 내린다. 그래서 정보를 파악하고 의심을 해소하는 것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기틀이다. 이로써 혼란한 세상에 질서를 세우고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니, 매우 어려운 일이다.(p255-256) 

ps. 귀곡자 교양 강의 디자인이 참 훌륭하다. 정치 시즌을 맞이 하여 정치인들이, 그리고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줍잖은 자기 계발서보다 훨씬 낫다. 돌베개의 다음 교양 강의 시리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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