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리던 책이다. 얼마나 괜찮은 책이길래하는 호기심에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책의 겉 표지에는 "커피 한 잔의 가격부터 중고차 매매의 비밀까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명쾌한 경제학의 세계"라는 아주 환상적인 부제가 붙어 있었다. 이 정도의 포장이면 뭔가 있다는 느낌이 팍팍 왔고. 며칠 동안안 열심히 책을 팠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진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 독서는 한장한장 넘길수록 이건 뭐지하는 생각으로 옮겨갔고, 중반 이후부터는 "에휴"라는 한숨으로 넘어갔으면 책의 막판에는 "이뭐병(이건뭐 병신도 아니고)"라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만약 내가 순진한 중딩이나 고딩이었다면 몰랐을까, 가카때문에 경제에 대해서 싫어도 들은 풍월이 있는데 이런 말에 넘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책은 희귀성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우리가 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스타벅스의 커피 한잔이 왜 비싼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저자는 그 대답을 희귀성이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물건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었느냐, 얼마나 편리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희귀성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희귀한 상품이라면 그것이 설령 빈 깡통이나 콜라병이라고 할지라도 고가에 판매가 될 것이요, 다이아몬드나 금같은 귀금속이라고 해도 그것이 넘쳐나면 길가에 널린 돌멩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귀성을 기준으로 물건의 가격을 결정하고 유통하는 매커니즘이 무엇인가? 제한된 재화를 가지고 누가 이익을 누리도록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것이 시장이다. 시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대한 시장을 자유롭게 놔두어야 한다. 

  경찰과 마찬가지로 비시장 시스템인 교육 역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비시장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가치, 비용, 그리고 이익에 관한 진실이 모두 사라진다......시장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직접적으로 좋은 학교에 돈이 지불될 것이다.(p 105) 

  세금은 완전히 경쟁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에서 가격이 전하고 있는 정보를 파괴하기 때문이다.(p 107) 

  시장에 대한 어떠한 제재나 간섭도, 심지어는 국가에서 부과하는 정당한 세금도 시장을 왜곡하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시장은 시장 자체로 움직이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모든 제재로 부터 자유로운 시장은 아주 효율적으로 공정하게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시장은 우리가 얻는 즐거움이 그것을 억디 위해 필요한 수고보다 크다면 우리가 자유롭게 이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p 131)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완전 시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이 존재하는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도 여기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면서 최대한 완전 시장에 가깝도록 시장을 왜곡하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의 하나가 정보의 왜곡을 해결하는 것이다. 의료보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저자의 논지는 이렇다. 정보의 부재는 보험 산업을 왜곡한다. 보험사에서는 가입자들의 건강 상태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한 이들은 보험을 기피하게 하고 병약한 이들이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보험료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보험료의 상승은 다시 리스크가 높은 보험 가입자들의 가입을 유도한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환자와 보험사에게 이러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 논리가 아닌가? 얼마전 보험사에게 의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던 정부의 논리와 너무나 닮아 있지 않은가?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더 대담한 결론을 내린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것은 독재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재는 사회적, 교육적 인프라의 부재를 낳는다. 또한 가난한 나라가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자본의 이동을 막을 것이 아니라 최대한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도록 해야 한다. 해외자본을 끌어들임으로 유출되는 부보다 유입되는 기술과 부가 몇배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을 예로 들고 있다. 보호무역은 일부 특정인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지 결코 국가 전체의 이익에는 불리하다. 또한 해외 자본에 의한 노동력 착취는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 노동자들은 다른 대안이 더 나쁘기 때문에 노동력 착취 공장에 자발적으로 간 것이다. 그들이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책임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력 착취 공장을 잘 개선하고 이용하면 이들로 하여금 더 나은 단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되게 한다.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 끝에 저자는 다함께 잘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비교 우위에 의한 교환이다. 비교 우위란 간단하게 말해서 자기가 생산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에 집중에서 다른 이와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에 의하면 가난한 나라는 괜히 중공업에 투자하지 말고 농산물이나 천연 자원을 수출하는 것이 현명하며 부유한 국가(주로 중공업이 발전한 국가)는 농업이라는 일차 산업을 버리고 중공업에 더 투자하고 필요한 식량은 외국에서 구입해 오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이론은 그럴듯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가지 경제 개념을 현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상황들을 가지고 설명한다. 그러한 설명은 어려운 경제적인 용어들과 개념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하게 한다. 이런 것들을 위해서 저자는 복잡한 경제적인 상황들을 희귀성이라는 개념으로 단순화시킨다. 그렇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경제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경제를 이렇게 단순화하여 설명하면 날이 갈수록 더 복잡해지는 경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설명을 돕기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너무 단순화 시켰다. 

  또한 그가 말하는 경제적인 개념이라든지 이해에 큰 문제가 있다. 그는 케인즈식 수정 자본주의도 잘못되었다고 하면 시장은 철저하게 자유롭게 놔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실패했다고 보고 4세대 자본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책은 철저하게 신자본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내가 받은 책이 110쇄고 야무님이 받은 책이 130쇄라고 하는데 이렇게 많이 찍힌 신자유주의 개념의 책이, 그것도 설익은 경제학 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을까 생각하니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론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경제 현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석훈이 말한 육화된 신자유주의 세대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경제개념을 배웠으리라. 경제학 콘서트라는 말 대신에 신자유주의 경제학 찌라시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이 책과 장하준의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 또한 꽤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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