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세트 - 전4권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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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풍 전날만 되면 특별한 곳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동네 뒷산으로 가는데도 왠지 마음이 설레어 잠을 자지 못했다. 하루 갔다가 돌아오는 소풍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설렜는데 중고등학생이 되어 수학여행이라는 것을 가게 되자 난리가 났었다. 한달전부터 최신 유행곡을 익힌다, 무슨 옷을 입고 갈 것이냐, 혹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여러가지 일들로 들뜨고 분주했었다. 그러나 정작 여행을 가면 단체로 여기저기 관람을 하고 돌아오기에 여행에 관한 기억은 그다지 없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3박 4일 간의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집이 왠지 더 반갑고, 부모님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었다. 아마 여행이 가지고 가장 큰 힘이 이것일 것이다. 익숙한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고 감사하게 만드는 것! 여행만이(남자는 군대도...) 주는 경험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 

  우리 귀에 익숙한 말이다. 귀한 자식이라고 품에 안고만 있다면 그것은 자녀를 약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 가끔 MT를 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도대체 집에서 무엇을 가르쳤는지, 저래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혼자서 끌끌거리곤 했다. 오히려 귀한 자식일수록 밖으로 막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집을 떠나 멀리 여행을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고 되며,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방향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선뜻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빠서? 일이 많아서? 가족들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겁이 나서가 아닐까? 여행 계획은 수도 없이 세우지만 막상 낯선 곳으로 들어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쌌던 짐을 다시 푸르고 있지는 않는가?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아주 달콤한 유혹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사 놓고 꽤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여서 읽었다. 각 권은 길어야 5일 이내에 다 읽었지만 한 권을 읽고 다음 권을 읽기까지 꽤 오랜 휴식을 가졌다.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그 내용을 잘 씹어서 소화시키고,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이다.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아직은 준비도 안되어 있고, 용기도 없기 때문에 조금만 더 앉아 있기 위해 바로 다음 권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한없이 한비야씨를 부러워 한다. 모든 것을 다 남겨두고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세계 여행이라는 계획을 막상 실행으로 옮기니 말이다. 게다가 여자 혼자서 낯선 곳으로,그것도 오지로만 다니면서 현지의 삶을 체험하는 것은 더 어렵고 두려운 일일텐데 4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그렇게 할 수 있다니 의지도, 힘도, 체력도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이렇게 여행하는 가운데 자기 인생의 후반전을 올인할 수 있는 일을 발견했다니 정말 부럽다. 젊은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왜 이 책이 권장도서가 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4권까지 다 읽었으니 한비야씨처럼 오지 여행은 아니지만 당장 이번 휴가에 강원도쪽으로 조용히 여행을 다녀오련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지만 아이들일 초등학생 정도만 되면 짐싸들고 지리산 둘레길을 한바퀴 돌고 싶다. 아이들과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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