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2 - 죽음의 예언에서 라그나뢰크까지, 영원한 상징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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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마블사의 만화 "천둥의 신 토르"가 영화화 되어 개봉됐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재미있게 봤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영화를 다시 돌아보는 것은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라그나로크(국내에서도 어쩐지 저녁의 이명진 작가의 동명의 만화가 있다. 나중에 인터넷 게임으로 만들어졌다.)의 플롯을 유지한다. 아스가르트의 반대 세력으로 로키를 전면에 내세운 것까지는 신화와 동일하나 세부 내용은 다르다. 신화에서 로키와 대항하는 신은 하임달(영화 중에 칼을 들고 중무장하고 서 있는 흑인 배우)이지만 영화에서는 단순한 선악의 구도를 위해서 토르와 대항하는 존재로 로키가 전면에 등장한다. 안소니 홉킨스가 오딘으로 등장했으며 토르는 몰니르를 빼앗기고 인간이 되어서 인간계로 추방된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적대 세력(아마도 신화의 거인족과 난쟁이족을 의미하는 것 같다) 디스트로이어라는 황당한 힘에 대항하기 위하여 토르는 묠니르를 얻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한다. 그리고 묠니르를 얻고 원래의 힘을 회복한 토르는 무식한 본래의 모습대로 디스트로이어는 물론 로키까지도 무찌르고 천상과 지상에 평화를 가져 온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토르와 라그나로크를 팔아먹은 전략이다. 할리우드는 신화의 커다란 모티브를 그대로 유지하지만 세부적인 것들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볼거리로 바꾸어 버렸다. 거인족 대신에 왠 로봇이 등장할 때는 깜놀했다.  

  몇년전 유명했던 영화 반지의 제왕도 마찬가지이다. 톨킨이 북유럽 신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들을 따와서 만든 신화. 과거에는 모르고 지나갔던 것들이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반지의 제왕도 마찬가지로 라그나로크라는 커다란 틀은 유지한다. 다만 선악의 대립이 신과 거인이 아니라 중간계와 요정의 연합군이라는 선과 트롤과 난쟁이 같은 지하 세계의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사루만과 그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우론이라는 악으로 바뀐 정도? "마이 프레셔스"를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골룸은 아마도 "안드바리"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닐까? 나중에 나오는 유령 군단은 "무스펠의 아들들"에게서 혹은 "아인헤리"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북유럽 신화의 원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가지고 노는 장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 만화 중에 "오 나의 여신님"이라는 만화가 있다. 그 만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신이 있는데 그들의 이름이 "올드, 베르단디, 스쿨드"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 아닌가? 그렇다. 북유럽 신화에서 운명의 실을 잣는 운명의 여긴 노르네들의 이름이다. 오딘의 명을 따라 죽은 전사들을 발할로 인도하는 처녀신들의 이름은 발키리이다. 발키리는 게임에서 종종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이름 내지는 직업이다. 비프뢰스트는 아스가르트로 들어가는 무지개 다리의 이름인데 이것은 창세기전이라는 국산 게임에 등장하는 비공정(비행기의 일종)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로 철저하게 북유럽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리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면 북유럽 신화의 그림자들이 수두룩하다. 거기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하고, 단순히 이름을 따오기도 하고, 재해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장 재미있게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 할리우드요, 문화 산업이다. 그들의 상업성이 신화를 이리꼬고 저리꼬는 것이 아쉽고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꼴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한없이 부럽다. 그렇게 이리 꼬고 저리 꼬아서 팔아먹을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신화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신화를 제대로 즐길 줄 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 내공이 한없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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