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 신들의 보물에서 반지전설까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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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회를 참 좋아한다. 생굴은 물론 익힌 굴도 비린내가 나서 싫다고 입에도 대지 않는 나이지만 유독 생선회는 정말 좋아한다. 곁들여 나오는 여러가지 음식들(스키다시)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로지 회에만 집중해서 지인의 지갑을 상당히 가볍게 만든 일도 있다. 비린 것을 싫어하는 내가 왜 그렇게 회에 집중하게 되었는가? 회가 가지는 매력이 무엇이기 때문인가? 조리법 때문이다. 신선한 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말장난 같지만 회는 선이 살아있는 생선(生鮮)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이 살아 있는 생선을 가지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재료 원래의 맛을 아주 감각적으로 끌어 내는 것이 회의 조리법이다. 일견 아무렇지도 않게 썰어 놓은 것 같지만 생선의 종류에 따라 회를 뜨는 칼의 종류도, 칼을 넣는 부위와 기술도 모두 다르다. 일례로 복어는 최대한 얇게 뒷면의 접시가 비칠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우럭이나 광어의 회는 약간 두툼한 것이 좋다. 복어처럼 회를 뜨면 우럭과 광어가 가지고 있는 맛이 사라져 버린다.(갑자기 침이...) 

  뜬금없이 회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책을 보면서 비슷한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생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가장 잘 끌어내는 것이 회를 조리하는 목표이듯이 나는 이 책이 북유럽 신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잘 끌어냈기를 바랬다. 오딘, 토르, 로키 등등 북유럽 신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투박함을 생생하게 전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감이 철저하게 무너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책은 온갖 조미료로 뒤범벅이 되어 있는 매운탕이었다. 생선이 원래 가지고 있는 맛을 고춧가루와 미원 설탕 같은 양념들로 잔뜩 치장해 놓아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 그러한 매운탕 말이다. 매운탕이 나름대로 맛은 있지만 생선 고유의 맛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이 책은 북유럽 신화에 대하여 설명은 하고 있지만 북유럽 신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투박함을 저자의 생각과 신화학이라는 온갖 양념으로 버무려 놓았다. 그 결과 북유럽 신화가 가지고 있는 그 맛이 사라져 버렸달까? 

  저자의 표현대로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 신화에 비하여 투박하다. 그리스 신화가 도시의 세련된 맛을 가지고 있다면 북유럽 신화는 촌의 순수함과 투박함이 아직 남아 있다. 아직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에 북유럽 신화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원전을 충실하게 번역한다거나 혹은 줄거리를 자세하게 기록한다거나, 최소한 부록으로라도 중요한 내용들을 번역해서 붙여 놓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자의 생각이나 판단을 과도하게 집어 넣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북유럽 신화와 그리스 신화를 같을 수가 없다. 문화나 신화의 속 뜻이 아니라 순수하게 인지도라는 면에서 그렇다. 그리스 신화도 처음부터 그렇게 세련되었던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접하고 원문이 무엇인지 여러 번역을 통해서 접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평가나 해석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재료의 맛에 대해 어느 정도의 파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비교적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이기 때문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책들도 사색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낯선 북유럽 신화를 이런 식으로 읽는다는 것은 자칫 신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는 위험부담이 크다. 마치 단군신화를 사회 시간에 배운 그대로 한기지로만 해석하는 한국 사람들처럼 말이다. 게다가 저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故 이윤기 선생에 비하여 말발이 딸린다. 좀체로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게다가 대약 270페이지 정도의 분량 가운데 40페이지는 거저 먹은 것 같아 아깝다. 저자의 말과 용어 해설은 1권이나 2권이나 동일하다. 편집도 그렇고 용지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15000원이라는 책값이 약간은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용이 쉽다는 점에서는 초반 입문서로 권할만 한데, 저자의 판단과 개입이 많다는 점에서는 자칫 신화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 조심스럽다. 만약 북유럽 신화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소위 말하는 중급자 이상이라면 굳이 잃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에 입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일단 신화가 가지는 재미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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