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교양강의 - 자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세상살이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5
푸페이룽 지음, 정광훈 옮김 / 돌베개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맹자가 진심편에서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君子三樂)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첫째 즐거움은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요.(父母俱存 兄弟無故)

  둘째 즐거움은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구부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요. (仰不傀於天 俯不作於人) 

  셋째 즐거움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다.(得天下英才 而敎育之) 

  이중 셋째 즐거움 "득천하영재 이교육지(得天下英才 而敎育之)"는 바로 맹자 자신을 가르치는 이야기가 아닐까? 만약 공자가 살아 있어서 맹자를 직접 가르쳤다면 바로 이러한 즐거움에 푹 빠져 살지 않았을까? 공자에게 두 가지 애석함이 있었다면 시대가 그를 알아보고 사용받지 못했다는 것이요, 둘째는 맹자와 같은 영재를 얻어 직접 가르치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맹자는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한 영재요, 공자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나아가 발전시켰다. 오죽하면 유교를 일컬어 공맹의 도라고 하겠는가? 

  유교에서 맹자가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 그의 가르침은 굳이 내가 리뷰에서 하나하나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책을 보면 알 것을 굳이 요약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왜 공자의 뒤를 잇는 사람으로 인정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공자를 일컬어 창업자라고 한다면 맹자는 개량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자가 천재적인 번뜩임으로 인간의 도리에 대한 사상을 주창했다면, 맹자는 그렇게 내려온 가르침을 충분히 터득하고 체계화하고 더 쉽게 풀어냈다고 하겠다. 누가 더 천재적인 사람이냐를 묻는 것은 참 미련한 질문이겠지만 굳이 둘 중에 하나를 꼽아보자면 개인적으로는 공자에게 한표를 주고 싶다. 창조형 천재와 개량형 천재의 기가 막힌 조합은 가끔 놀라운 일들을 일으키는데 동양의 유교와 서양의 기독교가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이 바울을 만나 체계화되고 발전되어 널리 퍼져나갔듯이 공자의 가르침이 맹자를 통해 체계화되고 발전되고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춘추 전국 시대 백가 중에서 사라져 버린 많은 사상들은 사상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맹자와 같은 걸출한 인물을 얻지 못한 불행에도 어느 정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맹자를 만나 체계화 된 유교는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심지어는 오늘까지 사회의 규범이 되었고, 근간이 되었다. 비록 저자가 주장하듯이 장구한 역사 속에서 많은 국가들이 유교를 간판으로 걸었지만 실제로는 법가에 기울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다른 길로 빠지는 것 같지만 한가지 더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저자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유교가 왜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맹자와 같은 유형의 천재들이 계속 등장하지 못하고 과거에 매였기 때문이 아닐까? 철저하게 삶과 관련된 유교의 가르침을 달달 외워서 과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는, 그래서 좋은 벼슬을 얻으려는 단기적인 이익을 목표로 일로매진했던 선비들이 대부분인 곳에서 유교가 딱딱하게 굳어져가고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삼강오륜의 의미가 무엇인지, 실제 삶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고 그저 문자적인 의미만을 머리 속에 집어 넣는 것이 과거 내가 경험한 유교 교육의 전부이다.) 오늘날 교육이 전혀 교육적이지 않고 공부 기계, 좋은 점수 획득을 위한 스킬을 습득하는데 올인한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유교의 역사를 살펴 보는 것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참 묘한 것이 공자와 맹자의 관계가 "공자 교양 강의"와 "맹자 교양 강의"에서도 똑같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전에 "공자 교양 강의"를 보고 난 후에 생선 토막을 보고 생선을 알았다고 하지 않듯이 토막토막 내 놓은 이 책을 보고 공자를 알았다고 할 수 없다고 평했었다. 새롭고 뭔가 심오한 가르침들을 담고 있지만 아무리 열심히 봐도 깔끔한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유가의 가르침들을 10가지 주제에 맞추어서 유교에 대하여 깊이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알 수 있도록 깔끔하게 서술해 놓았다. 마음의 양식은 풍성하게 얻었는데도 군더더기를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냉모일을 한 그릇 먹고 난 후 배는 부르지만 입맛은 깔끔한 것처럼 말이다. 유교의 가르침에 대하여 입문 지식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공자 교양 강의"보다는 "맹자 교양 강의"를 읽어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ps.푸페이룽의 "장자 교양 강의"가 먼저 나왔는데 몰랐다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저자의 글솜씨에 반해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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