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4
리둥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돌베개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손견, 손책, 주유, 감녕, 태사자, 노숙, 조조, 하후돈, 하후연, 조인, 조홍, 순욱, 순유, 가후, 정욱, 여포, 동탁, 이각, 곽사, 초선, 장료, 장합, 허저, 마초, 한수, 마등, 방덕, 방통...대략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만 이정도이다. 사실 더 생각이 나는데 리뷰를 사람들의 이름으로 전부 도배를 할 수 없는지라 여기에서 멈춘다.  

  서양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동양에서, 그것도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는 고전 중의 고전이요 상식 중의 상식이다. 도원결의와 관문 돌파를 읽으면서 의리를 배웠고, 관우와 장비의 죽음을 보면서 얼마나 애태웠는지 모른다.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으면서 충성과 애국이란 이런 것임을 배웠고, 유비 중심의 저자의 관점을 보면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함을 배웠으며,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삼국지와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 거기에다가 이학인 씨의  조조 중심으로 다시 그린 창천항로라는 만화를 보면 저자의 관점이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알게 된다. 한국 사람들에게 삼국지는 빼놓을 수 없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 사람들은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를 정사 삼국지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진수의 삼국지에다가 수많은 민간 설화를 짬뽕시켜 만든 재미있는 소설책이 삼국지 연의라는 사실을 알고 책을 읽는 사람도 드물고 설혹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중에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알아 차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정사조차도 누가 썼는지에 따라서 신빙성이 달라진다고 하니 중국사를 깊이 공부한 사람이 아닌 일반 독자로서는 더 알아채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를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 아닌가? 

  여기에 반박하여 역사적인 진실을 밝힌다고 나온 책들이 대부분 딱딱하고 읽기가 재미없다는 사실 또한 일반인들로 하여금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를 아무 저항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삼국지 교양 강의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 이 책을 구매했을 때, 두께에, 다음으로는 교양이라는 말에 겁을 집어먹는다. 삼국지라는 말에 혹해서 샀지만 두께와 교양이라는 말 때문에 괜히 샀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런데 읽어가면서 이러한 두려움이 노파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막대한 분량을 다루기에 600페이지는 어찌보면 부족하기도 하다. 중요한 인물 한 사람당 할당 된 페이지가 많아야 20~30페이지이니 두께는 두껍지만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다. 교양이라는 말에 딱딱한 강의를 생각했지만 이 책의 원제가 세설 삼국지(쉽게 말해 이야기 삼국지)이니 그렇게 딱딱하지만도 않다. 게다가 역사적인 사실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는 역사 수업이 아니라 익히 잘 알고 있는 삼국지의 이야기와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것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사실 유무를 밝히니 읽기에 그렇게 딱딱하지도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전부라고 생각해 왔던 나에게 진수의 삼국지도 사실은 100% 믿을만한 것이 아님을 여러 역사책을 통하여 밝혀 주고 있으니 삼국지를 읽어가는 재미 도한 쏠쏠하다. 논어 교양 강의를 읽을 때와는 달리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한장씩 넘겨가며 읽어가는 재미에 어느샌가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다음으로 맹자 교양 강의를 살까 고민 중인데 그 책이 만약 이 책처럼 재미있게 읽힌다면 열일 제쳐두고 사고 볼 일이다. 

  역시 삼국지는 재미있다. 역사적인 내용을 알고 삼국지 연의의 사건들을 비판하면서 읽는 것 또한 재미있다. 게다가 이 책이 더 재미있는 이유는 이 책의 저자도 전통적인 중국인인지라 유비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책에 대한 저항감 또한 적다는 것이다.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를 읽을 때에는 이문열씨의 평역들이 괜히 딴지를 거는 것 같아서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 역시 어린 시절부터 머릿 속에 세뇌당한 것은 쉽게 변하지 않나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국 지리에 빠삭한 중국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쉽겠지만 중국 지리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은 지도를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춘추 전국 이야기 1권에 보면 춘추 전국 시대의 지도를 부록으로 제공해 줬었는데 이러한 배려가 조금 모자라는 것이 아쉽다. 

  오타를 찾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귀찮아져서 발견된 오타를 굳지 기록하지 않았는데 않았는데 책의 후반부에 자꾸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적어본다. 오타라기보다는 이름을 잘못 기록한 것 같아서 말이다. 조조 집안의 가계도를 이야기하면서 자꾸 조등과 조숭에 대하여 헷갈려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조숭은 조조의 아버지로 조등의 양자이다. 조숭이 하후씨가 아니라 아마 조등의 조카나 일가 피붙이였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데 조숭 대신 자꾸 조등을 기록하고 있다. 545p 11번째 줄 "조등의 친하버지"는 "조숭의 친아버지" 같은 베이지 밑에서 7번째 줄 "조등의 친아버지"도 "조숭의 친아버지"가 문맥상 맞다. 저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번역상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은 사소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이기에 주의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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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1-05-0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것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했었어요..아~ 삼국지는 좋은데...중국지리에서 꽉 막혀버리는...ㅋㅋ

saint236 2011-05-08 10: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지도에 대한 아쉬움이...좀 더 신경을 쓴다면 가계도나 사건에 대한 도표도 첨가하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