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2007년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10월 18일 이화여고에서 "어머니가 원하는 대통령"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을 마친 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참석자가 가뜩이나 비싼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하여 이명박 통령께서는 아주 인상 깊은 답변을 하셨다.  

  "등록금이 높아지면 장학금 받으면 되겠네." 

  상황과 답변을 보면 반어법이라고 느껴지겠지만 놀랍게도 반어법이 아니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등록금이 정몽준 의원처럼 버스값으로 치부할 정도의 재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연세대 원주 캠퍼스(연대 신촌 캠퍼스에 다니는 이들은 원세대라 부르면서 같은 연대로 분류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를 1년 다니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한국 대학 등록금의 현실에 대하여 한번도 고민을 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대학 등록금에 관련된 이명박 대통령의 어휘는 정말로 주옥같이 화려하다. 

  "등록금이 높아지면 장학금 받으면 되겠네" 

  "나 자신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한 적이 없다." 

  "등록금 싸면 좋겠지. 그런데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나?"  

  이주호 장관이 한 같은 맥락의 말 또한 명작이다.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말이다." 어떻게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현재 대학 등록금은 얼마나 될까?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어느 블로거의 글에서 옮겨온 글인데(http://hantory.tistory.com/348) 대략 등록금이 800만원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이정도 등록금이라면 얼마나 될까? (물론 이보다 더 싼 등록금도 있겠지만 계산하기 쉽게) 800만원으로 잡아서 등록금 상환을 계산해 본다. 한번 계산해 보니 피부에 확 와닿는다. 후불제 등록금은 복리로 계산한다는데 워낙 복잡하니 간단하게 단리로 계산해 보면 이렇다. 

  대출금 총 3200만원(4년*800만원) + 1년치 이자 5%(이것도 싼 거란다) 160만원=3360만원 

  졸업과 동시에 갚아야 할 비 3360만원이 생기는 것이다. 학자금 갚아본 사람이 있겠지만 대출을 갚는 것이 쉽지 않다. 3학기 대출받은 등록금을 졸업한지 4년이 지난 내 동생도 아직 상환 중이다. 1500만원을 기점으로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복잡하니 차떼고 포떼고 단순하게 계산하자. 2000만원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보험, 세금 등 실 수령액이 대략 1500쯤 된다고 계산하면 월 수령액은 125만원이다. 1년 이자가 160만원(절대 복리가 아닌 단리다. 복리는 상상을 초월한다.)이다. 무슨 말인가? 한달에 이자를 13만 3330원을 문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12만원씩 원금을 보태 25만원을 상환한다고 하자. 25만*12=300만, 즉 1년에 300만원을 상환한다는 말이다. 3360만원이면 대략 11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125만원 월급에 25만원을 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년 월급이 오른다고? 뭔가 모르는 말씀이다.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물가 오르는 것이 더 빠르다. 무리해서 갚는다고 해도 생활은 해야 하니(먹고 출근하고 공과금 내고) 최소5~6년은 걸린다. 이 동안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물론 이것은 갚아야 할 금액이 절대로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도 안되는 가정이다. 복리는 이자에 이자가 더 붙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 큰 함정이 있으니 졸업 후 3년 동안 상환을 하지 않으면 강제 상환을 실시하고 이 상태로 1년이 지나도 상환이 되지 않으면 원리금 전액을 상환하거나 보증인을 세우고 일반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이 몇 년간 젊은 청춘들의 미래를 잿빛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등록금을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대학과 정부는 한 목소리로 등록금이 싸니 더 올려야 한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매년 10몇 퍼센트씩 등록금을 올린다. 한 자리수로 등록금을 인상하면 등록금을 인상하면서도 마치 큰 은혜나 베풀듯이 생색을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대학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마치 덜 떨어진 인간 취급받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니 최소한 인간 대접이라도 받으려면 대학 졸업장은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10명 중 8명 이상이 대학을 가는 상황에서 대학을 가지 않은 2명은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머리가 나쁜, 나아가서는 불량품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놓고 대학은 원해서 가는 것이니 등록금을 알아서 하라는 말은 말도 되지 않는다. 마치 군대에서 각 계급별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암묵적으로 다 정해놓고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과 동일하다.(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편하게 해, 괜찮아라는 말은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안다.) 

  게다가 교육이란 것을 과연 사유재로 봐야 하는가도 문제이다.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산다면 모르겠지만,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과거 정권들이 왜 그렇게 교육에 목숨을 걸었던가? 왜 부모님들이 자녀 교육에 목숨을 걸었던가? 개인적으로는 빈곤의 탈피도 있지만 그렇게 배움을 통하여 나라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 아니던가? 교육은 사유재라기보다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하다 못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신지식인, 생활의 달인도 이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사유재로 봐서 누가 대학가랬는가 자기가 잘먹고 잘살려고 했으면 알아서 책임져라는 식으로 나몰라라 하는 것은 책임을 저버리는 행동이다. 과거에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지금의 대학교와 같은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과거 교육가들은 미련해서 혹은 잘 몰라서 중고등학교 의무 교육을 시행한 것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사고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육을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 혹은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각 교정이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그리고 더 절망스러운 것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매년 끊임없이 더 오른다는 사실이다. 800만원 등록금이 매년 5%오르면 40만원이 7%오르면 56만원이 오른다. 5%인상이면 200만원이 인상되는데 4~5년, 7%면 3년이다. 내 아이가 지금 4살이니 16년 후면 단순 계산으로도 600만원~1000만원이 오른다는 말이다. 그럼 1년 등록금이 1400만원에서~1800만원이라는 말인데 연년생으로 둘이니 2800만원 ~ 3600만원이라는 말이다. 솔직히 이 정도면 대학을 보낼 자신이 없다. 아니 생각이 없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도 정부는 해결할 생각이 없다. 구체적으로 그런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우리를 웃겨 준다. 그리고 높은 등록으로 우리를 울린다. 울다가 웃으면 ***에 털난다는데 이런 젠장이다.  

  어찌 되었든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이 될 것 같다. 정부에서 보조하여 등록금이 내려가던지, 아니면 돈 있는 사람만 대학을 가던지 해서 말이다. 전자라면 여전히 우리 나라는 별로 좋아하는 말이 아니지만 훌륭한 인재 즉 인적 자원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후자라면 대학 진학률이 대폭 하락하여 대학이 부도나서 정리가 되던지 아니면 알아서 등록금을 내리던지 하겠지? 물론 이렇게 가면 국민들이야 정말 죽어나겠지만 말이다. 아마 정부에서는 이것을 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단 죽여야 살릴 것이 아닌가? 4대강 살리기 사업처럼 말이다. 

  PS. 교육을 상품으로 보아도 그렇다. 담합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학등록금은 담합을 해도 처벌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무슨 시장의 원칙이란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