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1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권희정.김은경 옮김, 이일선 그림 / 인디북(인디아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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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몇 년에 한 번?) 복권을 산다. 재미도 있지만 돈 좀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새로 나온 소형 가전에는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간다. 그래서 2월에는 아이패드도 샀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다. 왠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낀다. 복권은 꽝이고, 소형 가전이 주는 즐거움은 며칠이다. 왠지 허전함을 느낄 때마다 이 책을 만지작 거린다.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리뷰를 써야지 하고 벌써 1년이 지났다. 나중에 읽은 톨스토이 단편선 2권의 리뷰를 먼저 올린 마당에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자꾸 리뷰를 미뤄두었던 책들이 눈에 밟히는지라 이제라도 올린다. 

  1달전인가? cyrus님이 주셨던 체호프의 책을 읽고 톨스토이의 단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톨스토이와 도스트예프스키의 책이 러시아 문학의 전부인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왠지 책을 읽을 때에는 마음이 따뜻해지지만 리뷰를 올리는 것은 왠지 어려운 일로 느껴졌다. 톨스토이가 동화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노동의 신성함, 치부의 부적절함, 인생 무상, 그리고 신앙의 숭고함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면, 도스트예프스키는 조금은 더 어려운 내용으로, 더 묵직하게 같은 주제를 다룬다. 쉽게 말하자면 톨스토이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도스트예프스키는 성인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달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죄와 벌을 읽었지만 그 내용이 당시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 정도였다는 것? 만약 그 당시 내가 체호프를 만났다면 러시아 문학에 대하여 더 관심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체호프의 이야기는 최소한 40 이후에는 읽어야 그 맛이 진하게 느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서른 중반인 나에게 지금도 체호프의 소설은 아직도 많이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톨스토이 단편선에서 가장 유명한 글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바보 이반"이다. 다른 것들을 다 읽지 않는다고 해도 이 세가지만 읽는다면 톨스토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깊이 생각해본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세상을 살면서 더 많은 돈, 더 많은 연봉, 더 좋은 여건을 추구하면서 대기업 정규직에 목을 거는 20대들에게 톨스토이 단편선은 어떻게 읽힐 것인가? 물론 그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이지만 단순히 재미가 있다고 해서 그 글이 목표하는 바는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톨스토이가 무엇을 말하는가를 기억하면서 이 책을 읽어간다면 꽤나 읽기 곤혹스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자본을 최고의 선으로 가르치는 자본주의에서, 그것도 한국식의 역사가 짧고 천박한 자본주의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고 그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하기 위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차포 다 떼고 장기를 두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왜 이 책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는가? 아마도 그의 책은 자본과 물질, 그리고 현실 너머의 현실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권력을 얻어도 무엇인가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한 몸 뉘울 수 있는 땅이 필요한 것은 죽은 사람뿐이라는 체호프의 말처럼 톨스토이가 추구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이르기 힘든 경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톨스토이의 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진리라는 것이다. 바보이반처럼 재물도, 권력도, 즐거움도 모두 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다. 게다가 이 시대에는 정말 바보같은 짓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는 그러한 바보같은 이반식의 삶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보 이반식의 삶을 흉내낼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것이다.  

  내가 지금보다 10살을 더 먹었을 때 최소한 바보 이반을 흉내내는 삶을 살고 싶다. 단 두세평의 땅으로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 나이지만 바훔처럼 그렇게 목숨 걸고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아둥바둥대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톨스토이 단편선 중에 인디북에서 나온 이 책이 가장 맘에 든다.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예쁜 디자인과 삽화는 내 마음에 쏙 든다. 이 책 하나만으로 나는 인디북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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