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 달인가 교회 청년을 데리고 반디에 갔다. 조만간 군대에 가야하는 21살짜리 머슴아인지라 무엇인가 해 주고 싶었다.

  "돈이 없어서 여러권 사줄 수는 없고 원하는 것 하나만 골라라." 

  머뭇거리면서 책을 고르는 그 녀석을 보면서 오랫만에 트윗을 했다. 이매지님에게 어느 책이 좋을지 추천해달라는 긴급 트윗을 했더니 한참 뒤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도 좋다는 답변이 왔다. 이미 그 녀석은 다른 책을 고른 이후였다. 그 후 2주가 지났을까? 이번에는 22살짜리 여자 청년으로부터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입에 실패하고 다시 한 해를 힘들게 보내야 하는 그 녀석이 이야기 끝에 잠시 꺼낸 책이 이 책이다. 혹 나에게 이 책을 가지고 있냐고, 있으면 빌려달라는 것이다.(요 몇년 교회에서 사서 노릇을 하고 있다.) 아쉽게도 그 책은 없다고 돌아서는데 마음 한켠이 아리더라. 힘들어서 찾아왔고, 올해도 힘들어할 녀석인데 그까짓 책이 뭐라고. 결국 이렇게 저렇게 둘러쳐서 한권 구입했다. 순전히 그녀석 때문에 구입한 거다. 그런데 내가 읽어보지 않았으니 권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 녀석을 주기 전에 먼저 읽었다.(내가 보지도 않고 주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인 것 같아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여러가지 밑줄 그을만한 부분들도 발견했고, 왠지 힘을 얻은 것 같다. 올해 접하게 된 의외의 책 가운데 아마 이 책은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것이다. 

  청춘! 20대! 스무살!  

  뭐라고 딱히 규정할 수가 없는 나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지독히도 아픈시기라는 것이다. 지난 내 삶을 돌아봐도 그렇다. 정말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고민도 많이 했고, 아파하기도 많이 했다. 어머님께 떠밀려 원하지 않는 학교에 들어갔고, 공부대신 다른 곳에 한눈을 팔았다. 세상이 너무 부조리 해 보여서 뒤엎어 보고 싶어서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나 프락치 사건에서 보여준 비윤리적인 행동에 실망해 탈퇴하였다. 기독교 신앙마저 김홍도 목사 사건과 옷로비 사건으로 인하여 밑뿌리부터 흔들렸다. 사랑의 열정과 아픔 앞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문제 앞에서 정말로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아파했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지금에 와서 같은 문제들을 가지고 고민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깊이,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아파할 수 있고, 불안해 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었던 것도,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실연 때문에 아파할 수 있는 것도 스무살의 청춘이기에 가능한 것이며, 축복이다. 

  스무살 아파할 나이다. 아니 아파해야 하는 나이다. 그때는 죽을 만큼, 토할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그것이 삶을 진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식상한 말이지만 성장통이다. 나는 다만 조금만 덜 아프라고, 조금만 더 버티라고 옆에서 이야기 들어주고, 책 한권 사주고, 커피 한 잔 사주고, 위해서 기도해 주는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 내가 때론 짜증도 나고, 힘들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면서 교회안에서 여전히 스무살 청년들 곁을 맴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이 책을 이런 책으로 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자기 계발서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그런 책, 팔아먹기 위해 꼼수를 부린 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만약 그런 의도로만 만들어진 책이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아프지마, 힘내라."하지 않고 "아파해라. 당연한 거야. 다만 조금만 덜 아파해. 너도 살아야 하잖아."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와 위안을 주는 까닭이 아니겠는가? 아마 앞으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청년들에게 나도 같은 말을 건넬 것이며, 이 책을 선물로 줄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3장까지 이어온 감동과 위로가 4장을  인하여 반감되었다는 것이다. 1~3장까지의 내용만 보면 에세이인데, 4장으로 인해 갑자기 자기 계발서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으로 딴지를 하나 걸자면 굳이 책의 표지에 "서울 대학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강의"라는 타이틀을 붙일 필요가 있었나 한다. 김난도 교수가 서울대 교수라서가 아니라 출판사의 판매 전략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일까? 그 한 줄의 카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인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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