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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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강의!  

  어찌보면 참 하찮고, 어찌보면 매우 중요하고, 또 어찌보면 그저그런 말이 아닐까 싶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술렁술렁 교단을 지켜온 사람에게도 마지막 강의는 있고,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강의는 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도 아닌 이 책이 왜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을까? 이 책 밑에 달린 수많은 서평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한 것일까? 나는 왜 그렇게 많은 서평 중에 또 하나의 서평을 덧붙이고 있는 것일까?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이 내게 준 느낌은 그저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왜 서평을 쓰는 것일까? 자기만족? 그렇수도 있다. 추천을 바라는 얇팍한 생각?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냥 랜디 포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부러움때문이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p152) 

  포시의 말대로 시간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란 것이 참 묘해서 많이 남아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끝이 보이고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까워서 어쩔줄 모르게 된다. 이렇게 안달할 것이면 많이 남았을 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그때 그렇게 허송세월했는지 후회가 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허송세월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를 자학하거나 후회로 남은 시간을 탕진한다. 그러나 포시는 대신 가족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그리고 남겨진 삶에 충실할 수 있는 태도를 택한다. 거스름돈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되돌아가서 그것을 항의하고 돌려 받아오는 것보다는 남겨진 시간이 더 소중하기에 그것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삶의 태도!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포시의 인생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불행한 삶이기 쉽다. 어린 자녀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는 중년 남성의 삶이 얼마나 슬프겠는가? 이제 막 행복이 시작되는데 그것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겠는가? 그렇지만 그는 그 모든 무거움들을 뒤로하고 인생을 정리해보게 된다. 많은 사진들을 추려내면서 강의를 준비하듯이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추려내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는 작업을 언제 이렇게 충실하게 해볼 수 있겠는가? 내가 포시에게 부러운 것이 이것이요, 그의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라 평가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가끔은 멈추어 서서 우리 인생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점검해 보고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비록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충실히 거친 포시의 삶이 한없이 부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ps.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왠지 생각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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