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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신화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신화!
이 말에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린다. 하고 많은 신화 중에 왜 하필 그리스 로마 신화인가? 단군 할아버지가 나오는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도 있고, 북유럽의 켈트족 신화도 있고, 이집트의 신화도 있고, 메소포타미아의 마르둑 신화도 있지만 왜 우리는 신화라는 말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 올릴 수밖에 없는가? 크게 두가지 이유가 아닐까?
첫째는 신화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박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도, 책으로도 어린 시절부터 읽어야할 도서 목록에 들어가지만 나머지 신화를 알아야한다는 노력도, 필요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슨 말이냐? 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신화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말이다.(신화가 재미가 아니라 공부로 읽힌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그러니 미술이나, 문학이나 여러가지 모양으로 시험과 연관이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닌 북유럽 신화 혹은 메소포타미아 신화 같은 비주류(?)들은 찬밥 신세일 수밖에 없다.
둘째는 다른 나라의 신화는 신화로 보지만 한국의 신화는 神話가 아니라 身話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단군 신화에 대하여 어떻게 배웠는가? 환웅이라는 새로운 통치자가 나타나 곰을 토템으로 삼는 부족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삼는 부족 중 전자를 택하여 고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 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아닌가?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는 다음의 문제이다. 일단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고 본다.(이 또한 시험의 폐단이리라.) 한국의 신화는 신화가 아니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빗댄 것이기에 그다지 신비롭지도 않고 로맨틱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다는 것이 우리의 사고 깊숙이 알게 모르게 깔려 있는 기본 바탕이다.
신화에서조차도 시험에 그리고 서구 중심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 책이 내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세계의 여러 신화에 대하여 특히 비주류 신화에 대하여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그나로크라는 만화의 제목이 신들의 전쟁을 듯하는 북유럽 신화에서 왔다는 사실도, 마르둑이라는 메소포타미아의 신이 오늘날 슈퍼 히어로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동양의 신화에 대하여 간략하게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의 신화를 다루면서 한국의 신화를 빠뜨린 것도 그렇고 아메리카의 신화는 겉핥기 식으로 지나갔고, 태평양 섬의 신화는 제목이 무색하다.
이 책은 신화는 神話일뿐 아니라 身話이기도 하다. 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아파하는 이야기, 간절히 소원하는 이야기들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를 읽는 것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신화를 神話로 그리고 身話로 읽게 될 때 그것은 우리들에게 무한한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신화를 재미있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나에게 심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