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교양강의 -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지혜와 성찰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3
진순신 지음, 서은숙 옮김 / 돌베개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한달전 아내가 홈쇼핑에서 갈치를 구입했다. 비교적 싼 가격에 꽤 많은 양이 왔기에 기대했다. 그러나 상 위에 올라온 갈치 조림은 생각만 못했다. 뼈를 발라먹는 것, 생선을 손질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손질을 다 마쳐온 생선은 얇은 절편 같았다. 생선 살만 들어 있어서 요리를 하면 아이들은 먹기 좋겠지만 생선의 참 맛과는 거리가 멀다. 생선은 여러부위를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이런 말하면서 나도 머리 토막은 먹지 않지만) 특히 갈치의 별미는 가는 뼈까지 으적으적 씹어 먹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나로서는 살만 발라서 온 갈치는 이름만 갈치이지 갈치가 아닌 것이다. 

  왜 뜬금없이 갈치 이야기를 하느냐, 이 책이 꼭 갈치같아서 그렇다. 논어는 동양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가 있는 책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분량도 방대하다. 그런 책을 300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으로 옮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요약을 할지라도 불가능하다. 이것은 공자께서 살아 오신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순신 선생은 많은 사람들이 논어에 흥미를 갖게하겠다는 일념으로 이 무모한 작업을 시작하신 것 같다. 그의 노력은 가상하다만 역시나다. 에세이 형태로 풀어나가겠다는 말과는 달리 그다지 에세이로 느껴지지 않고 딱딱한 설교를 듣는 것 같다. 게다가 논어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선별하여 뽑은 것까지는 좋으나 그 결과가 논어를 살만 발라져 온 생선토막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내용은 논어를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에게 논어가 아닌 다른 것을 보여주는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흥미를 유발시키겠다는 본심과는 달리 논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흥미마저도 없어져 버리게 된다. 

  게다가 한문을 착실하게 배운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는 부분은 패스다. 물론 이 부분은 어쩔 수 없고 당연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을 해설하면서 한문 문법을 가지고 설명하는 부분은 도무지 외계어를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신영복 선생이 고전을 읽는 재미라고 했다. 사기와 손자병법은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다. 그 덕에 이 책을 사게 되었는데, 만약 이 책을 먼저 접했더라면 다른 책들은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전을 읽는 재미도 신영복 선생처럼 논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본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본래 내용을 알고 있으니 이 부분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이 부분이 이렇게도 해석이 되는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논어의 본래 내용을 알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해주는 그런 얄팍한 책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혹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읽지 말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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