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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증 - 무기력한 삶의 뿌리 ㅣ 거룩한 삶의 실천 시리즈 7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0년 3월
평점 :
대학원에서 윤리를 전공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신앙의 화두는 "성화"이다. 게다가 내가 어릴 때부터 다니고 있는 교회가 속한 교단이 감리교인지라 성화라는 단어는 어린 시절부터 나의 신앙의 중심이 되었다. "말씀대로 살아가는 삶"이 비록 어려운 것이지만 그것을 포기하면 더 이상 신앙인이 아니라는 것이 철들면서부터 내가 가져온 신앙관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꽤 의미가 있는 책이다. "거룩한 삶의 은일한 대적-게으름"이라는 책의 뒤를 잇는 책으로 한 쌍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저자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게으름이 겉으로 드러나는 육체의 병이라면, 싫증은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 곪아 버리는 영혼의 병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단적으로 게으름과 둘도 없는 친구로 싫증을 꼽는다.
"한때는 좋았는데, 왕년에는 참 잘나갔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보는 것만큼 답답한 것이 없는데, 이것과 비슷하게 답답한 것은 "한때 나도 신앙생활 잘했어."이다. 한때 잘했던 사람이 왜 지금은 그렇지 못한가? 저자는 이것이 신앙의 권태감, 즉 하나님에 대한 싫증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은 게으름과 상당부분 겹친다. 2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분량 가운데 이러한 부분들을 빼내고, 2장과 7장만 읽어도 이 책의 내용을 다 소화할 수 있다. 2장은 싫증의 원인이고, 7장은 싫증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혹 시간이 없거나 이 책을 읽는데 싫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2장과 7장만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게다가 책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볼 때 싫증은 게으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게으름과 싫증을 합쳐서 손을 보고 1권으로 다시 낸다면 내용도 그렇고 분량도 그렇고 더 충실해지지 않을까?
단지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한국의 청교도를 자처하기 때문일까? 거룩해 지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자신을 몰아가고 있다는, 정신가지도 한점 흠이 없이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강요하니 문제이겠지만. 인간은 점점 거룩해져야 하지만 넘어질 수도 있는 약한 존재임을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설교도 버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그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