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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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요,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문장이다.  

  마흔살 늦깎이로 팽팽한 젊은이들과 경쟁하면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날라간 한비야의 삶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어가 좋아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하여 1년이라는 시간을 중국에서 살면서 겪었던 경험을 계절의 흐름을 따라 기록한 이 책은 그녀의 다른 책이 그러하듯이 읽기가 참 쉽다. 그러나 그 읽기 쉬운 글 가운데 인생의 묵직한 가르침이 담겨 있어서 왠만한 자기 계발서나 영성을 위한 책보다 더 깊은 깨달음을 던져 준다.   

  한 중국인 가이드와의 만남이라는 에피소드를 통하여 한비야는 우리에게 오늘을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 일부는 과거의 영광의 시절을 생각하면서 아 옛날이여를 되뇌인다. 어떤 이들은 한발짝 앞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잘 될거야를 외친다.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 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며,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와 미래에만 내 인생의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보니 현재라는 하나님이 주신 아주 귀한 선물을 잊고 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더글라스 대프트가 코카콜라의 CEO에 취임하면서 했던 말도 같은 맥락이리라.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tha's why we call it - the Present!(어제는 역사이며, 내일은 신비이고, 오늘은 선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present라고 부른다.)"

  우리 인생은 앞으로 다가올 신비를 위하여 현재라는 시간을 쌓는 것이고, 그렇게 쌓인 현재라는 시간이 역사가 되는 법인데 우리는 현재라는 선물에는 너무 무관심하게 살고 있지는 않는가? 째깍째깍하는 소리와 함께 과거로 변해버리는 현재인지라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현재를 소홀히 여기는 만큼 우리 인생 또한 소홀히 여김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현재라는 선물의 가치는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3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얼마나 현재라는 선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왔을까? 옛날에는 좋았는데, 걱정이 없었는데, 공부 잘 했는데라는 과거에 대한 향수로 인생의 절반을 채우고 다 잘 될거야라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으로 내 인생의 나머지 절반을 채우지는 않았은가? 절로 반성이 된다. 이제부터는 현재라는 아주 작지만 정말 소중한 선물을 꼭 움켜 잡아야겠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리는 1분1초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통하여 접하게 된 한비야를 그건 사랑이었네를 거쳐 중국 견문록까지 만나게 되었다. 그간 얻었던 인생의 지혜가 참 많다. 이제 내 책꽂이에는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세트가 꽂혀 있다. 이걸 통하여 또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음달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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