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
제럴드 L. 싯처 지음, 마영례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들어 답답함을 느낀다. 무언가 모르게 하나가 안 맞는 것 같은데 그 하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마치 도미노처럼 그 하나만 해결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고, 삶에 활력을 다시 찾을 것 같은데 그 하나를 모르겠다. 그러니 답답하다.  

  그 하나를 놓고 참 많은 기도를 했다. 아직도 기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도를 하고 나도 마음이 답답하다. 순간순간 의심이 밀려 온다.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듣고는 계실까? 어려워 하는 이들을 만나면 기도하라고 권면하면서 나는 정작 기도에 대하여 의심을 한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답답하던 차에  "그 청년 바보 의사"라는 책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읽을 것처럼 주문해 놓고 오랫동안 책꽂이에서 묵혔던 책이다. 아직은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있었고, 인문 사회 과학 서적에 눈길이 더 많이 갔다. 알라딘 서평단을 하면서 읽어야 할 책들도 많았던 까닭이다. 이런 저런 핑계로 뒤로 미루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알라딘 서평단 안식년을 맞이해서 그동안 사 놓았던 책들 재고 정리 좀 하겠다고 하면서 신앙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신앙서적을 읽은 이유는 내가 더 독실한 신앙인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가운데 신앙서적이 많았던 까닭이다. 거기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무엇인지 모를 답답함 때문이다. 

  "기도는 만사를 변화 시킨다, 기도는 능력이다."는 말을 교회에서 주로 듣는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다. 모든 기도가 다 응답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만은 다르겠지라는 허망한 기대감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특징이다. 그러다가 기도에 응답이 없으면 하나님은 없다고 뒤도 안돌아 보고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 기독교인의 모습이다. 이러한 기독교인을 잡기 위하여 교회 안에는 기도와 관련된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넘친다. 그리고 온갖 기도회가 넘쳐난다. 기도를 하기 위하여 모이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난다. 선배가 밥을 사준다는 말에 신입생이었던 선배를 따라갔고 주문한 밥이 나오자 기도를 했다. 정말 짧게 기도했다. 습관적으로 "하나님, 잘먹겠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렇게 짧은 기도를 했다. 선배가 빤히 보더니 뭐하냐고 물었다. 기도했는데요. 그러자 선배가 묻는다. "그렇게 기도해서 하나님이 들으시겠냐?" 한번도 나의 기도를 듣지 않으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 그 말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나를 방황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 일이 떠 올랐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기도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기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기도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놓는 행위임에도 내가 중심이었음을 깨달았다. 하나님을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각하면서 내가 기도하면 모든 것을 다 들어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오만이다. 그러니 기도를 해도 답답하다.  

  기도의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매일 나의 기도만을 하고, 나의 욕심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만 기도했다. 그러면서도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가 이어령 씨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에서 읽었던 이어령 씨 아버지의 기도가 생각이 났다. 세계 곳곳, 나와 가장 먼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나에게 이르는 기도의 방향. 그렇다 지금 내가 반성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먼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기도의 방향. 컴패션을 통해 결연하게 된 아이를 위해서 다시 기도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세번째 깨달음은 기도는 나를 변화 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기도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변화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하나님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정당화한다. 기도는 내가 변화되어, 세상을 향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마음 속에 새겨본다. 

  아직 답답함을 해결되지 않았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답답함을 위해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았지만 기도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참 고맙다. 고민하고 하나님의 침묵에 답답해 하는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조만간 내가 가르치고 있는 청년들에게 선물해 줄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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