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ㅇ 정몽준 중앙선대위위원장의 유세말씀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계룡시민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그동안 보고 싶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계룡시는 작은 도시이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지키는 튼튼한 안보도시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튼튼히 하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정당은 한나라당이 최고인 것을 알고계십니까. 제가 20여년 전에 이 계룡시가 처음 됐을 때 13, 14대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국방위원회에 있었습니다. 그 당시 계룡시를 자주 왔었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와서 계룡시민 여러분들 건강하신 모습을 뵈니까 아주 반갑습니다. 계룡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그저께 저녁에 우리나라 대표축구팀이 일본과 축구시합을 한 것을 보셨습니까. 우리 선수들이 그날 참 잘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박지성, 박주영 선수가 잘했지 않습니까. 우리 계룡시 발전을 위한 박지성과 박주영은 이기원 시장, 박해춘 도지사가 아니겠습니까. 박지성, 박주영, 박해춘 다 박씨인 것을 꼭 기억하세요. 무조건 박씨에 꽉꽉 누르면 됩니다. 우리 박해춘 도지사 후보님을 자세히 한번 보십시오. 얼마나 믿음직합니까. 별명도 코뿔소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추진력에 있어서 대한민국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아십니까. LG카드, 국민연금, 우리은행 등 문제가 있는 곳에 가서 그 문제를 코뿔소처럼 전부 해결해서 붙은 별명인 것을 알고 있습니까. 우리 박해춘 후보님은 경제를 튼튼히 하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정당인 우리 한나라당이 자랑스럽게 충남도민 여러분들에게 제시한 후보입니다. 우리 박해춘 후보와 경쟁하는 다른 후보는 어떻습니까. 이곳에서 나온 민주당의 안희정 후보는 우리 한나라당 같았으면 공천신청할 자격도 없는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그다음 선진당에서 나온 박상돈 후보는 지난 17대 때 열린우리당에 있다가 지금 선진당으로 갔습니다. 정당을 옮기는 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그것까지는 봐준다고 해도 열린우리당과 선진당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당이라는 것을 아셔야 됩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관한 인식이라든지 정당의 정책, 정당의 주요정책의 목표가 전혀 다른 정당인데 열린우리당에 갔다가 이번에 선진당으로 간 것은 정말 이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희들이 지금 대전에서 왔는데 대전에서 선진당의 시장후보로 나온 후보가 염홍철 후보입니다. 그 염후보라는 분이 선진당의 후보인데 불과 2년 전에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자유선진당을 심판하자고 했던 사람입니다. 심판 받아야할 정당이 선진당이라면 이런 정당의 후보로 나온 사람을 찍으면 안 됩니다. 제가 대전, 충남에 와서 들은 얘기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얘기를 가족분들에게도 꼭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영화배우들이 있습니다. 송강호, 이병헌, 또 키 크고 잘생긴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셋이 모여서 만든 재미있는 영화가 있는데 제목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입니다. 대전도 그렇고 이곳 충남에 와보니까 중요한 후보가 세 명이 있는데 우리들이 볼 때는 ‘좋은 후보, 나쁜 후보, 이상한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께서 이제 며칠 후면 여러분들의 소중한 한 표를 투표하시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인정에 끌려서 동정에 끌려서 투표하시면 계룡과 충남의 발전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값싼 인정과 동정에 이끌려 투표하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앞으로 4년 동안 계룡 시민, 충남 도민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의 동정을 받고 살게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이왕 살면서 남을 도와주면서 살아야지 우리 충남 도민 여러분들이 남의 동정이나 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곳에 와서 보니까 선진당은 ‘충남의 자존심’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것을 두고 우리는 ‘충남의 망신살’이라고 이야기해야 되질 않겠습니까. 우리 이기원 시장님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이기원 우리 시장 후보께서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곳 계룡 역에 KTX를 이기원 시장 후보께서 벌써 정차하도록 만든 것을 아십니까. 이곳 계룡시는 경찰청, 세무서, 교육청 이런 것이 없습니다. 이런 게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조금 전에 축구 선수 박지성, 박주영이 잘 한다고 했습니다. 박지성, 박주영이 어떻게 골을 넣었습니까. 그래도 수비수, 미드필더가 패스를 해주니까 골을 넣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과 박해춘 도지사 후보께서 패스를 해주면 이기원 후보가 골을 확실히 넣지 않겠습니까. 중국의 관영언론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 ‘북한이 정말 천안함 사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사과해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좀 늦었지만 중국이 잘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국회에서 북한이 잘못했다고 하는 결의안을 아직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이런 것을 못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우리 계룡시민, 충남도민,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확실히 단결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계룡시민, 충남도민 여러분, 오랜만에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투표할 때 투표의 기준을 계룡시와 충남도의 미래의 발전을 보고서 투표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이기원 시장, 박해춘 도지사 후보와 함께 우리 한나라당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좋은 후보, 나쁜 후보, 이상한 후보, 좋은 후보에 확실하게 투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ㅇ 한편, 박해춘 충남도지사 후보는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전문가이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경제 하나는 자신이 있다. 서울보다 잘 사는 서민충남, 일등충남을 만들겠다. 이완구 지사가 추진해 오던 일을 차질 없이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라고 지지를 호소하였다. 

 

2010.  5.   27
한  나  라  당   대  변  인  실 


  조금 짜증나고 길지만 인용해 봤다. 출처는 알다시피 한나라당 대변인실이니 나중에 딴 말 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기초 단체장 선거때 한나라당의 공략은 위에서 보듯이 "여러분, 잘 살게 해 드리겠습니다."였다. 도지사 후보가 한말은 더 가관이다.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전문가이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경제 하나는 자신이 있다. 서울보다 잘 사는 서민충남, 일등충남을 만들겠다. 이완구 지사가 추진해 오던 일을 차질 없이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 지금 정치를 할 기초 단체장을 뽑자는 것인데 스스로 자기는 정치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한다. 경제 하나는 자신있다고 한다. 서울보다 잘사는 충남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한다. 이런걸 일컬어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박" 

 

  정몽준 의원이 한 말은 이것뿐 아니다. 정확하게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검색해 보면 나올 것이다. 그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을 대강 옮겨보자면 이런 것이다. "여러분, 물류 창고 필요하시죠? 저희가 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대형 냉장고 필요하시죠? 저희가 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공략을 가지고 자기들을 뽑아달라는 것인지 모르겠고, 어덯게 이런 말을 듣고 지방 자치단체장을 뽑는지 모르겠다. 내용의 요지는 너무 간단하지 않는가? "잘 먹고 잘 살게 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찍어주세요." 

 

  비단 기초 단체장 선거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 외신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한민국의 대선은 정치문제는 모조리 외면하고 오직 경제 문제만을 가지고 대통령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이 경제적인 부유를 의미하는가?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이 부유하게 산다는 것이라면 뭔가 대단히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의 인문학은 이러한 사람들의 고정 관념에 돌을 던지는 책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벌어졌던 인문학 코스를 소개하는 책이다. 빈민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친다? 하루하루 벌어 먹기도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인문학은 대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편견이다. 그렇지만 얼 쇼리스는 이러한 편견에 당당히 짱돌을 던진다.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인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면 행복할 수 있는가? 한국 정치인들은 Yes라고 하는 말에 쇼리스는 No라고 말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인간을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끌어 올리는 것은 자기가 정치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데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쇼리스의 기본 생각이다.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나에게 소개시켜 준 것은  지식 e이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빈곤층에게 소크라테스의 말, 프라톤의 말, 아리스토 텔레스의 말은 정말 깜깜한 밤에 아랫도리 벗은 사람들에게 건전지 떨어진 플래쉬하나 주고 저기가 너희들의 목적지라고 가르쳐 주는 삭구라에 가깝다. 빈곤의 포위망에 사로잡혀,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도덕적으로도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이해되는 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상기시켜주는 인문학이란 어찌 보면 말도 안되는 조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구라가 아니다. 오히려 구라같기에 더 진실에 가깝다.  

 

  쇼리스의 실험은 이 진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직장도 없고, 패배감에 사로 잡혀 있던 사람들이 인문학을 배우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간다.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자각한다. 그리고 미래를 꿈꾼다.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의 제목은 바로 여기에서 착안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스 신화에 보면 사람을 최후의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희망이라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희망을 고문이라고도 말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 사람들이 미래는 무슨 미래며, 꿈은 무슨 꿈이냐, 헛소리 말아라 말한다. 그나마 있던 희망도 꺾는다. 경제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잘 먹고 잘 살면 장땡이라 말한다. 그러나 정말 장땡일까?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그런 말은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경제적인 부유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지난 2년간 경험했다. 

 

  한국에서 클레멘트 코스를 실시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이 책을 번역했다고도 들었다. 궁금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과정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그리고 얼마나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 시켰는지? 

 

  학생때의 일이다. 써클 후배들을 앉혀놓고 공산당 선언을 읽혔다. 써클 자체가 노동 운동을 하는 PD 계열인지라 내 생각에 공산당 선언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왜 이런 것을 읽느냐고 불만들이 많았다. 사유, 변유를 가르치고 사구체를 읽혀도 마찬가지다. 간신히 1~2명 읽어 올 뿐이다. T(우리는 써클 세미나를 이렇게 불렀다.)도 간신히 간신히 유지하다가 2년 뒤에 사라졌다. 내가 여러가지 일로 써클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포기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마지막가지 견뎠던 사람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으며, 그들을 만나면 치열한 토론의 자리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은 목숨걸고 투표를 한다. 물론 날당을 찍는 사람은 없다. 

 

  당시에는 쓸데없다고 투덜거리던 인문학이지만, 그것들이 오늘날 우리의 정신과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요즘 너무 쓸모 있는 것들만 찾는다. 여기서 말하는 쓸모는 돈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것들이기 쉽다. 인문학의 위기와 맞물려 사회의 위기, 도덕과 가치관의 붕괴가 일어났음은 우연이 아니다.  

 

  오늘도 인문학 책을 읽는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지금은 비록 티가 나지 않지만 그것이 희망의 불씨가 되어서 머지않아 내 인생과 생각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나를 더 인간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잘 살게 해드리겠습니다." 흥, 엿이나 먹어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산타 2020-03-1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희정같은 위선자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신지?

saint236 2020-03-19 20:25   좋아요 0 | URL
그냥 그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패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