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거 결과를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반세훈이냐 아니면 나의 정치적인 이념에 따라 노회찬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노회찬을 선택했는데 오세훈이 서울 시장에 당선되었다. 2만표차이로. 그런데 강남 3구에서 12만표를 몰아 주었다고 한다. 결심을 하고 노회찬을 찍은 나로서는 한명숙을 찍을 것을 그랬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선거를 치르고 나서 민주당이 돌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노풍이 북풍을 눌렀다고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탈퇴하고 민주당은 승리한 분위기라고 한다. 자유선진당은 충남 도지사를 빼앗겼고, 한나라당은 경남도지사를 사실상 노무현 전대통령의 측근인 김두관씨에게 빼앗겼다. 다른 선거에 비하여 선거율도 꽤 높았고, 지역 감정도 많이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열명 중 4명 이상은 선거를 하지 않았으며(아마 젊은 층일 것이다. 한동안 키보드 워리어들이 또 설치지 않을까 싶다.), 전라도는 초록색, 경상도는 파란색이라는 지역 감정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지만 아직 현실의 벽은 높다. 

  선거를  마치고 나서 각 정당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각 정당에서 일개 범부인 나의 말을 들어줄 리 없겠지만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 아직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요즘들어 이 생각이 흔들리긴 하지만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하여 자기들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깨달아야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듦이 민주당을 찍은 것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조금 덜 싫기 때문에 표를 던진 것이다. 내가 보기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서울 시민으로서 오세훈도, 한명숙도 다 싫지만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한명숙을 택하게 된다. 절대악과 차악의 차이라고 할까?  

  오늘 친구에게 날당의 오세훈이 시장이 되었다고 짜증난다고 했더니 왜 싫은가 물어보기에 이렇게 답했다. "걍 싫어 겁내 싫어 열라 교만해서 싫어" 한나라당이 싫은 이유?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거만하다는 것? 버스비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거만함, 자기들 말만 잘 들으면 잘 살게 될거라는 이유없는 자심감, 절반의 국민이 싫어하는데도 자기를 지지하는 절반의 사람들만 바라보는 천박함. 이번 선거 패배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오만함을 버리지 않으면,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다음 선거도 없다. 한나라당이 해체될지도 모른다. 물론 헤쳐모여서 같은 구성원으로 다른 이름의 당을 만들겠지만. 

  민주당은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한 것은 당신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나라당보다 덜 싫어서이다. 한나라당의 견제 세력으로서 민주당을 택한 것이지 민주당을 지지해서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고집부리다가 알게모르게 뒷구멍으로 타협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정책을 비판했으면 좋겠다. 일단 정부가 하는 일은 딴지를 걸고 보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정책을 비판하고 필요하다 싶으면 힘을 모아서 더 바른 정책이 집행되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다.(물론 한나라당이 쓸만한 정책을 낼 일은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만큼 힘들테지만)  

  무조건 안티하고, 정책도 내놓지 않고 MB정부 심판하게 밀어달라고 하면 누가 밀어주는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쿨하게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정책으로 승부하면서 힘을 실어 달라고 해야 국민들도 납득하지 않겠는가? 괜히 노회찬 때문에 오세훈에게 졌다고 그를 비방하지 마라. 그만큼 밀어 줬는데도 노회찬의 3.3% 지지율 때문에 졌다는 것은 민주당의 현주소가 그것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잘못도 시인하지 않는 민주당과 다른 정당들이 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후보를 단일화할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민주당은 진보신당보다는 한나라당에 가깝지 않은가? 민노당이 진보신당에게 단일화하자고 했다면 납득은 되겠지만 민주당이 진보신당에게 암말말고 내 밑으로 들어와하는 것은 양아치 짓거리밖에 더되지 않는가?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은 수고가 많았다.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마지막까지 선전한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라고 싶은 것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반발짝만 앞서나갔으면 좋겠다. 진보정당이 실패하는 이유, 빨갱이라고 오해를 사는 이유는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상 받아들일 수 있는 것보다 반발짝만 앞서나가는 것이 진보정당이 현실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말만 잘한다는 평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보정당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의 평가는 한결같이 "진보정당은 말은 잘해. 그렇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아."이다. 행동으로, 정치인이라면 정책과 수행능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끝이 아니라 다음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더 항상 사람을 길러야 한다. 내가 민노당을 싫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줄 아는가? 권영길씨의 줄기찬 대선 출마 때문이다. 진보정당이 다른 정당과 꼭 같이 행동해야 하는가? 권영길이 아니면 다른 후보가 없는가? 결국 권영길 이후의 사람을 길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간판 스타가 없지 않은가? 강기갑 의원이 간판이긴 하지만 급조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몇번 더 진보신당에서 노회찬, 심장정만을 민다면 진보신당에 대한 나의 지지를 철회할지도 모르겠다. 

  검찰과 법원은 제대로된 판결을 내렸으면 좋겠다. 많은 당선자들이 벌서 입건되고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민주당의 돌풍을 잠재우려는 한나라당과 MB정권의 방법은 몇 가지 안된다. 첫재 쿨하게 국민에게 미안하다 잘못했다 이제 바뀌겠다 양심선언 한다. 둘째 북풍을 더 강하게 키운다. 셋째 당선자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몰아 당선무효 처리하고 재보궐 선거에서 압도적인 인물과 물량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다. 가령 강원도에 이계진을 다시 내보낸다든지, 혹은 중앙 정계의 거물을 지방에 내려보낸다든지. 만약 그런 공작을 한다면 그나마 봉해져 있는 국론을 정말 둘로 쪼개는 일이 될 것이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을 정당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처리하면서 스스로의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청산하고 개혁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떡검, 뇌물 검사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것인가? 

  이래 저래 선거를 바라본 후 느끼는 씁쓸함이 크다. 민주당의 돌풍을 전 국토의 좌경화라고 평가하시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그 마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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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3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0-06-03 23:18   좋아요 0 | URL
매니악하고 오덕후한 것 맞습니다. 그게 개선되지 않으면 진보정당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