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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가? - 마키아벨리로 본 이명박, 오바마로 본 노무현
박성래 지음 / 베가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대통령다운 대통령이라? 서글프게도 대한민국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져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이승만(1~3대), 윤보선(4대), 박정희(5~9대), 최규하(10대), 전두환(11~12대), 노태우(13대),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총 10명의 대통령을 찾아봐도 대통령다운 대통령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막은 대통령(이승만, 이명박), 국민들의 소리를 찍어 누른 대통령(박정희, 전두환), 기대를 저버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기만한 대통령(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그저 자리만 차지한 대통령(윤보선, 최규하). 물론 이런 분류에 동의를 하지 못하는 분이 있을 줄로 안다. 그 중 노태우, 이명박, 김대중, 노무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태우는 왜 전두환과 같은 반열에 올리지 않았는가? 그가 대통령에 올라가기까지 많은 피를 흘렸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어서는 “보통사람”을 외치면서 국민들을 속이는데 몰입했기 때문이다. 전두환과 김영삼 중간에 있는 것이 그저 위치만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성향도 그렇지 않을까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강압적으로 내리 누르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다른 대통령들도 했을테니 귀를 막은 사람이라고 하자. 김대중과 노무현은 민주화라는 기대를 가지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실제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신자유주의를 고수했으니 기만이라고 표현했다. 지지층의 생각과 기대를 저버린 대통령이라는 말이다. 개중 누가 낫느냐는 판단은 보류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은 누가 낫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대통령다운 대통령이었는가를 판단하자는 것이다.
대통령다운 대통령으로 평가를 내리기 위해 내가 사용한 기준은 저자도 말한 국민과의 소통이다.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소통통로라든지 신문고가 아니라 정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통령의 말을 들으려고 고민했는가를 대통령다운 대통령이라는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정말로 우리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참 서글픈 일이다. 사마천 선생께서 말하지 않았던가? “국민과 싸우려고 하지 마라. 항상 국민이 이기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서글프게도 집권층과 국민과의 사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참 국민 노릇하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말한다. 국민과의 소통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근거가 있든 없든, 보편적 정서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민심과 함께하면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민심 없이는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여론을 형성하려는 리더는 행정 업무를 집행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리더보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P.24)
두 번째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반대파를 향한 인내와 아량이다. 어느 조직이든 답답한 사람들이 있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다못해 동창회를 해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고스톱 룰을 정할 때도 동네마다 룰이 달라서 온갖 잡음이 있다. 그럴 때 우리가 선택하는 룰이 무엇인가? 맘에 안 맞는 이들을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룰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4대강이라든지, 세종시라든지 요즘 최대 현안도 결국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밀어붙이기에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받아들이기에 시간이 걸린다면 딱 한 발만 앞서서 기다려줄 수 있는 아량과 인내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사회가 아닌가? 노예 해방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풀어가면서 링컨이 했듯이 말이다.
링컨은 백인 국민들의 여론을 살피고 여론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움직인 것이다. 여론의 판단이 항상 도덕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일을 진행시키면 일을 그르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론이 움직일 때까지 참고 기다렸던 것이다.(P.204)
세 번째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일가? 엄격한 도덕성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비록 먹고 살기 힘들다고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경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왜 그렇게도 쉽게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었는가?(물론 이 대통령은 지지도도 조작하여 아니라고 귀를 막아버리지만) 도덕성이 아닌가? 많은 내정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도덕성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그렇게 말년에 힘들었는가? 왜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 도덕성이다. 국민들은 비록 자신들이 비도덕적이라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의 정치분야 대표선수인 대통령에게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국민보다 도덕성이 낮은 대통령이라니... 그저 습쓸할 따름이다.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도덕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평소에 도덕이 관심이 없고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 같지만 리더에게는 엄격한 도덕을 요구한다.(P.244)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북한도 형식상으로는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모든 나라들이 독재국가라는 말을 거부한다.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에도 형식상으로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공화국이었다. 북한과 비교해서 우리가 우월하다 내세웠던 것이 무엇인가? 민주주의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쳤고 민주적인 절차가 무엇인지 가르쳤다. 학생들이 독재에 맞서 그렇게 맹렬하게 싸운 이유가 나는 학교에서 배운 민주적인 절차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 여기에서 연유하는 부조리와 실망이라 판단한다. 물론 나도 그랬었고. 저자는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명쾌한 결론을 내리면서 이렇게 반문한다.
민주주의가 효율적인 체제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가치라는 말에 코웃음을 칠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지배적인 가치라는 말의 뜻은 이렇다. 가령,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보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가르친다. 국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좋은 대통령이라고 가르친다.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소중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공복이라고 가르친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가르친다. 검찰은 민주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반장을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뽑도록 훈련시킨다. 반장은 반 친구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반장이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면 나쁘다고 가르친다.
학교에서 이렇게 배운 아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P.308 ~ 309)
학교에서 민주적 절차를 배운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선이라고 배운 국민들에게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겠는가? 부끄러운 대통령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무시하고 제한하는 대통령을 향하여 무엇이라 하겠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민족의 태양이시오, 우리의 영도자시오, 위대하신 아바이 수령이 아니다. 그저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 주는 소탈하고 인간적인 지도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많은 국민이 열광하고 자발적으로 봉사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자이툰 부대원들이 대통령의 전격 방문을 그렇게 기뻐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자기들의 말과 생각이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아주 작은 만족이 아니었던가? 만약 그게 체질상 맞지 않는다면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의 덕목이고 의무이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명박 산성을 쌓아올리지 않고 국민을 만나 “미안하다, 생각이 짧았다.” 그랬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촛불을 밝혔겠는가? 반면교사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교훈을 얻는다. 사람을 만날 때 그들의 말을 들어주자. 최소한 듣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듣는 척이라도 해주자.
저자와의 만남 시 저자가 물었다. "이 자리 왜 왔어요?" "답답해서요. 사회가 온통 깝깝하잖아요." 그렇다 소통이 막힌 사회는 그저 깝깝할 뿐이다.
ps.가끔 후배에게 내 블로그에 방문자가 폭주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 부분을 씹으셨나요? 그러다가 조사 들어가면 큰 일 납니다.” 물론 나 같은 이름 없는 사람을 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왠지 그 말을 들으면서 살짝 겁이 나기는 한다. 그러면서 씁쓸해 한다. 도대체 이런 말도 못하는 세상이 제정신인가? 오늘도 제정신이 아닌 세상 속에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서글픔을 애써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