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평단에서 받은 도서.  

  원래는 문학 서평단 도서이지만 10권이나 되는 분량이 부담이 되었나 보다. 20명 정원에 2자리나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저 부럽다고 침만 삼키고 있던 나였는데 동행님께서 부탁을 해주셔서 동행님과 함께 읽게 되었다. 11만원이라는 책값이 워낙 고가인데다가 원체 이런 종류의 서적들을 좋아하는지라 기대하면서 책을 기다리고 있던 가운데 택배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 이렇게 10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가제본 판이라 회색 표지에, 쓸데없는 소개와 저자의 말이 반복되지 않고 내용만 담고 있다. 게다가 아직 시중에 풀리기 전에 먼저 읽는다는 설레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햇다. 이런 젠장...너무 재미있잖아. 신라에 의한 삼국의 통일 전의 100년을 다루고 있는 삼국시대의 하이라이트를 다루고 있는데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고구려 백제 신라를 왔다갔다하면서 소설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단 3~4시간 만에 한권식 뚝딱 둑딱 읽게 되는데 이게 또 책읽는 맛이 아니겠는가? 내용에 심취하여 열심히 읽다보니 어느덧 꽤 많은 분량이 넘어간 것을 발견했을 때의 그 맛이란... 

  어제 한권 오늘 한권 읽고 이제 3권을 시작하려고 하는 중인데 잘하면 오늘 중으로 3권까지 읽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한대로 환타지 소설처럼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삼국사기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애쓴 흔적도 역력하다. 그렇다고 딱딱한 역사책은 아니다. 게다가 저자가 다분히 삼국지에 경쟁의식을 느끼는지 우리 역사에 나타났던 수많은 영웅들에 대하여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무미건조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삼국유사의 내용들과 야사까지 곁들여서 하나로 잘 버무려 놓았다. 용춘과 서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삼한지는 선덕여왕에 몰입해서 그것이 역사의 사실인양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미실과 비담이 주인공이었던 선덕여왕이 아니라, 말도 안되게 타클라칸 사막에서 살다가 출생의 뿌리를 발견하기 위하여 경주로 온 덕만이 아니라, 천명의 동생 덕만이 아니라 진평왕의 맏딸 선덕, 그리고 불교에 귀의했다가 어쩔 수없이 환속하여 왕이 되는 선덕에 대하여 역사를 토대로 하여 그리고 있다.  

  참고로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진지왕의 유복자이자 덕만과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갔던 비담은 원래 상대등이며 실제 진지왕의 아들이지만 진지왕이 폐출되면서 왕위 계승권을 박탈당한 사람은 김용춘이다. 김용춘이 누구냐고? 을재와 함게 등장하던 그 선이 가는 문관이다. 그러나 실제 용춘은 문관이라기보다는 무관에 가까운 사람이고, 그의 부인이 덕만의 동생 천명이요, 그의 아들이 춘추이다. 덕만의 사촌 승만이 뒤를 이어 진덕 여왕이 되었으며 그 뒤를 이은 것이 춘추 태종 무열왕이다. 서동(백제의 무왕)의 부인이 되는 선화는 삼국유사에만 등장하는 인물이다.  

  왜 그렇게 드라마 선덕 여왕과 다른가? 드라마가 위서 논란이 있는 그래서 실제 역사에서 가르치지 않는 화랑세기를 토대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제작진의 입맛에 맞추어 이리꼬고 저리 꼬아 놓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시청률을 의식한 나머지 시청자들의 의견에 이리저리 휘둘렸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덕 여왕에 나오는 대부분의 화랑들은 아마도 화랑세기를 근거로 하여 설정된 인물들일 것이다. 그것도 전부 실존인물이라고 믿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하튼 사극이라는 타이틀만 걸고 역사적인 사건과는 정말 무관한 드라마가 넘쳐나던 차에(나는 결코 선덕 여왕을 사극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극에서 멜로로 변한 邪극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역사적인 고증을 토대로 하여 창작된 소설책을 보니 흥이 동했달까? 늦어도 다다음주 금요일까지는 다 읽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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