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갑자기 바이브의 "미워도 다시 한번만"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나서 유투브를 검색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이다. 얼마나 좋아하면 어울리지 않게 자전거를 타면서도(절대 산책같은 것이 아니다.) 흥얼거리고, 런닝 머신에 올라서 헉헉거리면서도 부르는 노래다. 바이브의 착착 감기는 목소리가 좋아서이다. 바이브의 미워도 다시 한번만으로부터 시작한 검색은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이어지고 필연적으로 김제동에게까지 나아갔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마지막회에 김제동이 참석해서 윤도현과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일어나를 열창한 부분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꽤 좋았던 프로그램이고, 마지막회 익산에서 올라온 대학생의 말마따나 대학오면 꼭 가고 싶어하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그것도 6년 7개월이나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인데 왜 마무리가 되었을까? 물론 방송국 사정이다, 끝나지 않는 축제는 없다고 말한다면야 할말이 없다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 만이 아닐 것이다. 꼭꼭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기회가 되면 인터넷으로 보곤 했었는데. 

  윤도현의 러브레터 마지막회를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축제의 장을 잃어버린 대한민국"이다. 축제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벌이던 난장이고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던 장소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모이지만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너와 내가 만나던 장소 그곳이 바로 축제의 장이 아니던가? 그런데 과연 요즘 그런 축제가 이 땅에 존재하는가? 

  도처에 축제는 많다. 산천어 축제, 빙어 축제 등등.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축제를 열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소모적인 것들이다. 사람들을 모으지도 못하고, 그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도 못하고 그저 돈만 쓰는 전시행정의 전형이 되었을 뿐이다. 축제가 없으니, 사람들이 놀줄 모른다. 엄격하게 규율잡혀 있고, 통제되어 있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을 도무지 용납하지 못한다.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통제를 벗어난 에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오른 손과 왼손은 박수를 칠수 있지만 좌와 우는 도무지 만날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존재했던 멋진 축제의 장이 사라져 버린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김정은의 초콜렛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웃고 뛰고 소리지르던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그립다.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 중에 그나마 난장판이라고, 축제라고 부를만한 것이었는데. 온갖 인간 군상들이 뒤섞여서 맨몸과 생각으로 부딪히고 상대방을 알아가는, 그래서 하나가 되고 상생하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그립다.  

 

그나마 괜찮았던 축제의 장 윤도현의 러브레터.  

  두 사람 모두 좌파로 찍혀서 귀양살이 아닌 귀양살이를 하고 있다. 특히 MC 김제동씨의 상황은 가수 윤도현보다 더 안좋다. 가수는 노래로 승부하지만 MC는 말로 승부하는데 말을 할 공간조차 없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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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1-2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이라는 벽!
그들 스스로 즐거움을 포기한 인간들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막장 저질 코미디의 주인공을 그들에게서 보는 듯 하여 가슴 한켠이 씁쓸해요.
웃음을 주는 코메디언과 내용이었으면 좋으련만 해학을 해학으로 이해못하는 인간들이 국민들의 웃을 수 있는 권리까지 빼앗아 버린 대한민국이 한심스럽습니다. 두 사람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saint236 2010-01-21 11:46   좋아요 0 | URL
글쎄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보다는 러브레터에서 보는 모습이 훨씬 활기차고 좋아보였는데요.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다시 부활하고 그 첫 회에 이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다면 꼭 챙겨보려고요. 다시 유투브 들어가서 마지막 회 방송 분량분 보면서 마음 달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