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헤드라인을 보고 기사를 클릭했다. "박진을 보면 한명숙이 보인다." 참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아닐 수 없다. "이러면 안돼, 아침에 할 일이 많잖아. 너 그거 보면 또 글쓰느라고 1시간은 족히 소비할 것 아니냐?"라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고 기사를 클릭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기사를 보고 유감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된다. 이런 젠장. 이런 짓도 그만해야 하는데 말이다. 마음은 원이지만 글쎄다.... 

  한나라당의 박진과 민주당의 한명숙을 비교한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무엇이길래 그럴까? 호기심이 자극되어 기사를 클릭했더니 기사의 내용인즉은 이렇다. 박진과 한명숙 모두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둘다 받은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박진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명숙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사람은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한사코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양복 주머니에 달러 뭉치를 넣고가서 직접 건넸다는 것도 똑같다는 것이다. 또한 박연차 전 회장이나 곽영욱 전 사장이 뇌물을 주었다고 주장한 시점도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라는 것도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박진과 한명숙을 변호하는 이들이 실제로 달러뭉치를 양복 주머니에 티가 나지 않도록 넣을 수가 있는가를 대역을 시켜서 실험해본 것 또한 같다. 그래서 CBS 정치부 안성용 기자는 박진의 재판 결과를 보면 한명숙이 받을 재판의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쓴 것이다.  

  일견 맞는 말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 기사의 말미에 기록된 부분이 내 눈에 거슬린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기록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것이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관한 내용이다. 박지원 의원은 당시 여당의 실세였고,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야권의 실세였다. 둘다 비슷한 혐의를 받았지만 박의원은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무혐의 처리가 되었고, 권고문은 유죄가 인정되었다. 같은 사안이고 정치색이 상당히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심지어는 박의원을 권고문의 장학생 수혜자라고까지 불렀다. 그렇지만 여와 야의 차이가 이 둘을 갈랐다. 아니라고 부인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박진과 한명숙의 경우는 어떨까? 둘은 정치색도 많이 다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기조가 다르다. 물론 한명숙은 노무현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이지만 열린우리당의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다시 돌아간 마당이기에 민주당이 그 짐을 떠안게 되었다. 그렇다면 박지원과 권노갑의 상황이 똑같이 일어나는 것이다. 데자뷰라고나 할까? 한 쪽은 여의 실세는 아니지만 MB의 수족이다. 다른 한 쪽도 야의 실세는 아니지만 노무현의 사람이라는 상징이 있고, 충분히 구심점이 될만한 사람이다. 고로 MB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쪽은 대통령의 수족이요 다른 한쪽은 대통령의 적이다. 그런데도 박진을 보면 한명숙이 보일까? 차라리 박지원과 권노갑을 보면 박진과 한명숙이 보인다가 맞지 않을까? 혐의가 사실인지 아니면 혐의에서 끝날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처럼 한명숙은 누명을 쓴것이라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단지 지켜보면서도 검찰의 이야기를 70%이상은 깎아서 들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박진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무혐의 처리. 여야 의원들이 모두 공정한 재판이라고 환영함."이라는 요지의 기사 밑에 지나가는 말로 민주당 의원들은 박진 의원의 일처럼 한명숙 총리도 공정한 판결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함. 한총리 건강도 좋지 않음. 이런 류의 기사가 또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한명숙 5만불 수뢰 혐의 재판결과 사실로 밝혀져" 이런 타이틀의 기사가 나올 확률이 거의 90%라고 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는 이미 박지원&권노갑 상황에서 이와 동일한 기사를 보았다. 다만 이름이 박지원, 권노갑이 아니라 박진 한명숙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나보다.  

  박진을 보면 한명숙이 보인다는 말. 안성용 기자가 참신한 발상으 했지만 둘의 처지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 실수하면 실수일까? 왠지 실수였기를 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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