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드디어 아이폰을 샀다. 아이팟 터치를 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아내를 설득해서 허락을 받은 다음 구입을 했는데 이것이 무척 재미있는 물건이다. 무선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무료로 인터넷이 되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그동안 인터넷에 혹시라도 접속이 될까봐 네이트 접속 버튼을 잠궈 두었던 나같은 소시민에게 비록 스마트 폰이지만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다이어리 기능에 전자수첩 기능, 게임까지.... 세상에 이런 장난감이 또 있을까? 소형 가전에 유달리 마음이 약한 나에게 아이폰은 최고의 장난감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이것저것 깔아도 보고 싶고. 여하튼 들든 기분으로 열심히 써보고 싶었다. 

  얼마전 국방부에서 440억의 예산을 편성하여 아프간 재파병을 건의했다고 한다. 아마도 아프간 철수가 국방부에게는, 특히 극보수 강격주의자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나보다. 440억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다시 파병시켜달라는 건의를 국회에 했다니 말이다. 물론 그 안에 정치권과 경제계 등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순수하게 국방부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건의했다고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믿지 않을테니 말이다. 물증은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심증을 굳히고 있는 일이라고 해야할까? 

  아이폰과 아프간 재파병이라는 문제는 하등의 상관관계가 없어보이는 별개의 문제인데 왜 이 두가지를 함께 이야기하는가? 분명히 나에게 그렇게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내가 아이폰을 갖고 노는 것과 같은 마음을 스케일을 조금만 키워 놓으면 국방부에서의 경우에도 꼭 들어맞는다고 말하고 싶다. 말인즉슨 내가 아이폰을 가지고 신기해하며 쓰고 싶고, 이런 저런 기능을 연구해 보고 싶듯이, 국방부에서도 신무기들을 실제로 전쟁터에서 운용해 보고 기능들을 확인해 보고 싶고, 성능을 개량해 보고 싶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말이다.  

  밀리터리 매니아는 아니지만 대개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무기와 군사 쪽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문명이라든지 삼국지 시리즈, 스타 크래프트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이 쪽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가끔 텔레비전을 돌리다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무기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넋을 잃고 쳐다볼 때가 있다. 그 중에 유달리 흥미를 끄는 것은 미래형 무기인데 우리 나라에도 미래형 무기들이 몇 가지 있다. 외국에서 사오는 이지스 함이나 조기 경보기 같은 것들 말고 그동안 국방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무기들이 있다. 보병 무기로는 K-11소총이 있고, 전차로는 흑표(얼마 전에 기계적인 결함이 벌견되어 문제가 발생했음)가 있으며, 자주포로는 K-9(외국에 많이 팔아 먹은 기종. 우리 나라에서도 실전 배치가 되었고 탄약을 보급하는 장갑차가 세트로 있음)이, 비행기로는 무인 정찰기(아이 모리 포함)가 있다.  

 

한국군의 미래형 소총 K-11 가불 주재 대사관에 실전 배치 된단다. 



K-9 자주포 군생활하면서 보고 싶었는데 보병부대라 못봤다. 기계화사단에는 배치되었음. 



리모아이 무인정찰기. 아프간에 배치될 예정임. 중대급 제대에서 운영 예상

  노무현 대통령의 위업이라면 위업이 바로 이런 것들인데, 무기를 이렇게 표현하면 안되겠지만 참 신기한 장난감들이다. 전쟁을 진두 지휘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큼 신기한 장난감은 없는 것이고, 써 보고 싶어 좀이 쑤실 것이다. 그리고 성능을 보여줘야 외국에 팔아 먹을 것이 아닌가? 외화벌이라는 정당성까지 확보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전쟁 때마다 미국의 군수산업체들이 얼마나 큰 이익을 보는가?  

  실제로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인정찰기를 사용하고, K-11을 사용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아프간 파병을 밀어 붙이기 위한 구실로 보인다. 미군은 우리 나라 군대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한 첨단 무기를 가지고 이라크에 들어가고 아프간에 들어갔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아무리 첨단 무기가 있으면 뭐하는가? 게릴라 전에는 방법이 없는데.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던 것이 무기가 딸려서가 아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쿠바에서 철수한 것이 무기가 후져서가 아니다. 첨단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게릴라 전에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흡사 보디 블로를 계속 허용해서 나중에 다리가 멈추는 복서처럼 게릴라 전을 통해서 한명씩 두명씩 죽어가는 병사들의 수와 군수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갔기 때문이다.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첨단 무기를 이용하겠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어떻게든 써볼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국방부의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실전이 오랜 세월 동안 없었던 국군에게 아프간이나 이라크는 실전을 경험하기 위한, 그리고 실제 장비를 운용해 보기 위한 최고의 기회가 아니던가?  

  단언컨대 아프간 파병이 국회에서 처리가 된다면 1년~2년 내에 위에 있는 무기 중 어떤 것들을, 혹은 재수가 좋으면 모두다 외국에 판매했다고, 우리나라의 군수산업도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고 외화 벌이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고, 나아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대서특필 될 것이다. 부디 바라기는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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