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나는 오전이다. 사실 아침에는 기분이 좋았다. 비록 어제 장례식 장에 다녀오느라고 새벽 기도를 못갔지만 제때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했다. 앉아서 무엇인가 끄적그적 해놓고 회의 자료 만들어 놓고, 잘못된 것 없이 흘러갔다. 특별히 짜증날 일도 없었고, 안만들려고 노력했는데 방금 전에 폭발했다. 같이 일하는 후배 때문이다.  

  난 유달리 여자 후배들을 싫어한다. 지금까지 함께 일하면서 재미가 좋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랄까?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옆에서 바람을 빼는 말을 꼭 한마디씩 던진다. 오늘도 일부러 일을 시키지 않고 내가 했다. 이 일을 맡겼을 때 반응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인사문제에 대한 것은 밖으로 이야기가 새어 나가도 안되고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윗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농담이라도 한마디 흘리면 안되고, 절대로 평가는 금물이다. 후배의 성향을 할기 때문에, 꼭 한마디씩 던지는 것을 알기에 내가 했는데 자료를 수합하는 과정에(자료는 대부분 여자 후배가 가지고 있는데 그 자료도 정리가 잘 안되어 있어서 애를 먹는다.) 한 사람의 이름이 새어 나갔다. 그러자 바로 나오는 이야기가 "어떻게 할려고 그러냐?"는 말이다. 왠만해서는 혼내지 않고 넘어가는 나이지만 지금은 잔소리를 해주고 넘어갔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판단은 윗사람이 하는 것이니 우리는 그저 만들라는 서류 만들어서 올려드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마디 해주니 자기는 별다른 뜻이 없다고 뭐라고 그랬냐고 발뺌을 한다. 항상 이런 식으로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한참 바람 빼놓고 뭐라고 그랬냐는 식이다. 무슨 일을 맡기면 자기는 상관없지만 어느 사람이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묻는다. 조만간 사임하게 되는데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서 향후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후임에게 인수인계하면 향후 계획을 세우는 것은 후임이 하는 것이라고. 내가 사람을 자꾸 삐뚜루 보니 그런가? 이기적인 모습이 눈에 거슬인다. 속으로 또 다짐해 본다. 이래서 여자 후배하고는 왠만하면 일하지 말아야 해. 아니다. 그것보다는 사람은 잘 안바뀌는구나라는 철저한 진리를 깨달았달까?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으니.... 

  점심먹으러 가기 전에 좌절금시 그림이나 한번 더 보고, 노라조의 슈퍼맨, 내도소, 고등어 메들리를 들어야겠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엔....돌....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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