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외치다>를 리뷰해주세요.
-
-
인권을 외치다
류은숙 지음 / 푸른숲 / 2009년 8월
평점 :
인권이란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권리이다. 황인종이든, 흑인종이든, 백인종이든 모두 동일한 인권을 갖는다. 또한 국가와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인권을 갖고 있다. 다만 누구의 인권을 먼저 고려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에(비록 이런 상황 자체가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발생한다.) 보다 약자의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상식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인권의 척도는 다를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해가 역사적으로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불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권이란 보다 약자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말을 찾을 수 없어서 배려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인권을 논하는 자리에서 배려라는 말의 사용은 불가능하다. 배려라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면서 인권은 종종 무시되어 왔고, 무시되고 있고, 무시될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전쟁이 그랬고, 2차대전이 그랬으며, 아부그라이브 형무소가 그렇다. 관타나모는 말할 것도 없고. 결국 인권이란 태초부터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권리이지만 그것을 행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노력과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 책은 바로 이 사실을 말한다. 역사상 점차 발전되어 온 인권에 대한 개념과 그때마다 공포된 선언들을 역사적인 사건들과 거기에 대한 코멘트, 그리고 선언문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왕권에서 시민권으로, 시민권에서 여성과 아동과 노인의 인권으로 점차 인권의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인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사례를 들어가면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각 주제마다 첨부된 저자의 코멘트는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대한민국의 인권 현주소는 어떠한가라는 생각을 깊이 해본다.
얼마전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바뀌었다. 독립기구인 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만들려는 황당한 일을 겪은지 얼마 안되어, 인권을 잘 모르는 사람을 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혔다고 각 단체들에서 단체로 성토하는 기사를 접했다. 사실 이 기사를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원위원회에 대해서 그렇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우리나라는 인권을 중요시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는 밑도 끝도 모르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동의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하던 장애인들이 연행도중 차에 치이는 일이 발생하고, 생존권을 외치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경제를 좀 먹는 아주 악질적인 반동분자로 몰려 얼굴에 테이건을 맞았고 스티로폼을 녹이는 최루액을 맞았다. 여전히 군대에서는 까라면 까라는 말로 비인도적인 관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건강권을 외치면서 대통령과 소통하기 원하는 시민들은 촛불좀비, 떼쟁이 민주주의자라는 이상한 허명을 쓰고 강제 연행되어 가고 있으며, 수억원대의 벌금형을 언도받았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여전히 빨갱이라는 케케묵은 색깔론이 대두되었다. 전직 대통령의 인권도 무시되어 바위에서 뛰어 내린 후에도 세금을 축내고 죄를 피하기 위해서 자살했다는 오명을 썼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돌맹이를 던지다가 불에 타죽는가 하면, 5공시대에나 있었던 기무사의 민간 사찰이 다시 시작되었다. 국가 보안법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로 모든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9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과연 이런 대한민국에 인권은 존재하는가? 여성들의 인권은, 아이들의 인권은, 이주 노동자의 인권은, 그리고 불법체류자의 인권은 고려되고 있는가? 아니 존재나 하는가? 복잡한 심경으로 책의 마지막장을 덮는다.